‘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작년보다 낮은 4.3% 정도일 전망…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투자 증가세도 둔화될 예정… 주택 가격의 하락으로 가계와 금융 부문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음… 대선 정국을 맞아 사회 갈등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 이상은 지난 3일 ‘올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결정짓게 될 10가지 특징’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담긴 내용의 일부입니다. 이 어두운 진단에다 북핵으로 인한 위협까지 더해졌으니 올 한해살이도 녹녹치는 않을 듯 싶습니다.
‘신경정신과를 방문하는 불안증 환자들이 2006년 연말에 급증했다’는 모 신문에 실렸던 기사도 위 발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안한 사회 현황이 이땅의 사람들 마음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2500여년 전 이스라엘 땅은 오늘의 한국과는 비교도 안될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주전 598년 남유다의 시드기야 왕 시절, 바벨론의 침략으로 1차 바벨론 포로기가 시작 되었고, 마침내 예루살렘 성전까지 파괴되며 4600명에 달하는 유다인들이 바벨론으로 끌려가는 2차 포로기가 이어졌습니다.
“다윗 자손들의 왕국과 하나님의 성전은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는 유다 백성들의 믿음이 산산 조각 나버린 것입니다. 더구나 하나님의 성전이 이방국가 바벨론에게 무너졌다는 것은 당시 사람들에겐 하나님이 이방신과의 싸움에서 패배 했음을 뜻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단지 자기 백성에 대한 심판의 도구로 바벨론을 사용했을 뿐임을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은 몰랐던 것입니다.
이 절망은 바벨론 현지에서 극에 달합니다. 팔레스타인의 작은 나라 백성인 유다인으로서는 상상치도 못했던 바벨론의 화려함 때문이었지요. 외성과 내성으로 둘러 싸였던 거대한 계획도시 바벨론! 교통에 이용되던 대운하, 유프라테스강을 도시와 연결한 7개의 거대한 다리, 역청으로 포장된 대 도로들 등 이 이방 도시의 화려한 모습은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언약 백성의 정체성이 파괴되려는 절체절명의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그냥 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포로로 끌려 왔던 유다 왕족들을 중심으로 성서 문헌 작성 작업이 활발히 일어났던 것입니다.
언약 백성으로서 존재할 방법은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고 하나님 말씀을 붙드는 것밖에 없음을 그들은 깨달았던 것입니다. 예레미야서, 에스겔서, 이사야 40-55장, 여호수아서 등 수많은 성서의 부분들이 바로 이 바벨론의 암흑 시기에 빛처럼 솟아 올랐던 것이지요.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미래, 마음 둘 곳 없는 황량한 2007년 한국 땅에서 2500여년 전 바벨론의 이스라엘 포로들이 읊었던 시 한편을 생각합니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편 126 : 6)
위 글은 교회신문 <10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