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백화점 진열대 한 켠은 해골, 거미줄, 호박 등 기괴한 장식들로 채워진다. 거리에는 귀신 복장을 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의 ‘귀신의 날’ 할로인 데이의 한 풍경입니다. 할로인 데이의 연원은 고대 켈트인의 삼하인 축제인데, 죽음의 신 삼하인을 찬양하며 겨울을 맞는 삼하인 축제의 날인 10월 31일 밤, 죽은 자들의 영혼이 그들의 집으로 돌아온다고 하여 사람들은 이 날을 불길하게 여겼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귀신의 날’이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 다음날인 1월 16일! 멍석귀신, 장대귀신, 달걀귀신 등 장안의 모든 귀신들이 사람 사는 동네로 모여들었다고 하는데, 이 날이 바로 한국판 ‘귀신의 날’입니다.
사람들은 이 날만큼은 해가 지면 문 밖 출입을 삼가며 근신했고 귀신 쫓는 축귀 행위들을 벌였습니다. 귀신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을 태워 냄새를 피웠고, 또한 대문 앞에 채를 걸어 두었는데 이렇게 하면 귀신들이 채의 구멍들을 날 새는 줄 모르고 헤아리다가 도망간다는 믿음 때문이었지요.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귀신들을 멀리하며 두려워했는데, 그 이유는 인간 세상에서 원한이 많이 맺힌 원귀가 귀신들이기에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귀신에 대한 성경의 정의는 다릅니다. 물론, 성경 속에서도 귀신들에게 해코지 당해 눈멀고, 벙어리 되고, 미쳐버린 수많은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성경이 정의하는 귀신은 원한이 쌓인 원귀가 아니라 ‘사탄의 졸개들’입니다. 이들은 공중 권세를 잡은 강력한 영적 존재들로 사람의 삶 속에 들어와 죽이고 빼앗고 멸망시키는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이 위력 있는 귀신들도 꼼짝 없이 무릎을 꿇는 대상이 있습니다. “더러운 귀신들도 어느 때든지 예수를 보면 그 앞에 엎드려 부르짖어 가로되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막3:11).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은 귀신들에게 농락당하던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주셨고 부활을 통해 귀신과 사단에게 영원한 승리를 선포하셨습니다. 이 위대한 능력을 예수님께 위임받은 자들이 바로 제자들이었습니다. 공생애 당시 예수께서 세상에 파견시켰던 70인의 제자들이 이런 권세를 지녔던 첫 멤버들이었는데, 그들 앞에선 귀신들도 항복했습니다.
그런데 아시나요? 현재도 그 권능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도인들에 의해서 말입니다. 우는 사자와 같이 으르렁거리며 먹을 자를 찾던 귀신도 그리스도인 앞에서는 사자의 탈을 쓴 생쥐가 되어 줄행랑을 칩니다. 예수께서 주신 풍성한 생명의 능력이 죽음의 능력을 몰아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권세를 발휘하는 데는 조건이 있습니다.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막16:17).
“당신에겐 믿음이 있습니까?”
위 글은 교회신문 <10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