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예일대학 박사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 사건은 대통령비서실 전정책실장 변양균 씨와의 스캔들과 연결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확대되어 있습니다. 이 속엔 권력에 붙어 거짓과 술수로 쌓았던 한 여인의 화려한 인생역전의 성곽이 공허한 모래성으로 전락하는 어이없는 사실이 담겨 있습니다.
인생역전! 참으로 매력적인 단어입니다. 예부터 많은 사람이 이것을 꿈꾸었고 더러는 이루었습니다. 요즘에는 로또 복권의 당첨, 땅값의 급상승 등 이유는 더 다양해졌지만 일반적으로 ‘별다른 노력 없이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씨는 ‘돈 없고 학력 없는' 데서 ‘돈 많고 학력 높은'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거짓말과 연인의 권력을 동원했다가 추락한 경우입니다. 이처럼 세상 사람들이 꿈꾸는 ‘인생역전’의 단면 속엔 성공에 대한 강박증과 일그러진 욕망이 담겨 있습니다.
성경에도 인생역전의 인물은 많이 나옵니다. 그 중 구약시대 강대국 페르시아 제국의 평범한 유대인 처녀였다가 그 제국의 아하수에로 왕의 왕비로 뽑힌 에스더가 가장 눈길을 끕니다. 그녀의 삶은 세상과는 다른 하나님의 인생역전 원리를 대변하는 듯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아하수에로의 왕비가 되었지만 에스더는 곧 잊힌 여인의 신세가 됩니다. 그러한 시기에 강력한 권력가 하만에 의해 이스라엘 민족이 멸족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지요. 유대인이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던 에스더는 침묵만 하면 왕비로서의 명예와 부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3일 밤낮을 금식하고 기도한 후, 왕의 부름 없이 왕에게 가면 죽음을 당하는 궁중의 법도에도 불구하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결단으로 왕에게 나아갔고 그녀에 대한 왕의 총애는 회복됩니다. 그 결과 하만은 죽음을 당하고 그녀와 이스라엘 민족은 멸족에서 영광스러운 삶으로의 인생역전을 이룹니다.
신정아와 에스더는 당대 권력자의 최측근으로서 총애를 받았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미모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그러나 상반된 점이 있지요. 전자는 양심을 버리고 자기욕심을 위한 인생역전을 이루려다 자신도 망하고 남도 망하게 했습니다. 후자는 욕심을 버리고 민족의 인생역전을 이루려다 자신도 살고 남도 살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무릇 자기 목숨을 보존하려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는 자는 살리라”(눅 17:33) 하나님의 인생역전 원리는 ‘욕심을 내려놓기’입니다.
이 원리로 세상을 살다 보면 때로는 손해를 보고 조롱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나와 남의 삶을 “사망의 자리에서 생명의 자리로” 이동시키는 위대한 인생역전을 낳습니다. 예수의 생명이 그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입니다. 그 위대한 생명을 품었기에, 그리스도인은 참다운 인생 역전의 주인공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2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