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지난 가을에 회사를 가는데 길 양편에 해바라기가 줄지어 피어있더군. 그런데 해를 등지고 운전한 덕분에 해바라기들이 나를 향해 정렬해있는 것처럼 보이잖아. 그게 굉장히 감격스러웠어. 그 순간 마치 많은 사람이 나를 향해 서서 머리를 조아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거든.” 그 경험을 통해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타인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했고, “나 같은 범인도 이런데 권력 맛을 본 정치인들은 오죽 하겠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문 지상을 연일 장식하는 올 총선의 공천갈등 기사를 보면서 그 지인의 말이 더욱 실감났습니다.
권력! 그것은 일반적으로 ‘개인이나 집단 위에 군림한다’는 뜻이 있지요. 이 권력의 매력은 대단해서 한 고등학교 폭력집단의 일원조차 “권력의 맛은 깊고 진해서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힘들다”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성서 속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사울 왕이 그 좋은 예이지요. 골리앗을 물리쳐 나라를 위기에서 건져낸 다윗에 대한 백성의 인기가 상승하자 사울 왕은 질투와 권력에 대한 욕망 탓에 모든 권력을 총동원하여 다윗을 죽이려 했고 그 결과 사울은 비참한 죽음을 맞습니다. 이처럼, 파괴적인 권력은 사람의 삶을 망가뜨립니다.
반면에 생명과 기쁨을 가져오는 창조적 권력도 있습니다. 성서뿐만 아니라 세계역사 속에서도 창조적 권력자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그런 인물들 중의 한 사람이지요. 어릴 때부터 성경 봉독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경외했고 8년간의 치열했던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그러나 독립전쟁이 끝나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낙향하여 농사일에 전념했던 사람이 바로 조지 워싱턴입니다.
6년 후 미국에는 대통령이 필요했고 그는 많은 대권주자를 물리치고 선거인단들의 몰표 하에 미국 초대 대통령이 됩니다. 절대왕권을 세우라는 주변 사람들의 달콤한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며 기독교 국가, 법치국가 ‘신생 미합중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고 민주국가 대통령의 직무에 대한 건강한 전통을 확고히 세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3선 연임에 대한 강력한 추대를 물리치고 평범한 시민으로 여생을 마쳤지요. 그는 현재까지도 미국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아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막10:44) 세상 논리에 맞지 않는 모순된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 모순을 통합할 수 있는 믿음의 사람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참된 권력자가 됨을 성경과 세상의 역사는 증명합니다.
새로운 대통령의 시대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자 문득 미국의 가장 위대한 초대 대통령이 생각남은 왜일까요?
한 평생 이 땅에 살며 참된 권력자에게 참된 존경심을 보내본 경험이 없기에 더욱 그래보고 싶은 믿는 자의 간절한 소망 때문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2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