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제주도 전역에 4.2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중국 쓰촨성 지진 참상에 경악하던 터에 접한 소식이라 많은 사람이 예사롭지 않은 불안감으로 가슴을 졸여야 했지요. 제주도에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사실을 안 뒤 6학년 아들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린 중국 같은 지진이 안 일어나서 참 감사하다.” 그 말 속엔 진정한 감사가 담긴 듯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남의 재앙을 접하며 상대적인 안정감에 감사를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인생을 살면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목숨이 위태로울 만한 큰 재앙을 대할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가르치는 말의 순서가 “엄마, 아빠” 다음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하니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지요.
그 궁금증을 풀려고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 심리학과의 에먼스 교수와 마이애미대학 심리학과 매컬러프 교수는 ‘사람에게 끼치는 감사하는 태도의 영향력’을 알아내는 실험을 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기분 나쁜 일, 감사한 일, 일상적인 일을 그룹별로 배분해 집중하도록 했지요. 1년 후 두 교수는 “감사하는 태도의 사람들은 질투나 신경질 그리고 좌절을 겪는 일이 매우 적었다. 또한, 다른 사람을 돕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면서 말합니다. “이들이 화를 안 내거나 삶에서 부정적인 태도를 전혀 안 보인 것은 아니다. 다만, 고난을 겪을 때 감사할 일에 대해 생각을 집중하여 스스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억이나 사실을 끌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에 덧붙여 의학 전문가들은 “감사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아서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들보다 강한 면역력을 지니고 있어 평균 10년 이상 장수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감사’에 대해 수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성경이지요. “말을 하든지 일을 하든지, 무엇을 하든지, 모든 것을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분에게서 힘을 얻어서,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려라.”(골3:17)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것이 하나님을 가장 영화롭게 한다”(시50:23) 즉, ‘감사’는 하나님 아버지가 자녀들을 복되게 하려고 마련하신 ‘행복의 통로’입니다. 이것을 지혜로 터득한 이 세상의 부모들이 자녀의 언어문화 속에 ‘감사합니다’를 중심언어로 자리 잡게 한 것 같습니다.
미국 쇠고기 문제로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그러나 눈을 열어 보면 내 주변엔 감사조건이 열 손가락을 넘어서지요. 하나님께 올리는 믿는 자들의 감사 제사가 이 땅을 덮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행복통로’로 쏟아지는 ‘감사 효과’가 갈등과 분열로 빚어진 이 땅의 상처를 그 신비한 능력으로 치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3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