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날로 깊어가는 우울증, 어떻게 할 것인가

등록날짜 [ 2013-02-05 10:08:35 ]

문제점을 잘 인식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와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 있어

현대인의 정신적 문제가 날로 심각하다. 우울증으로 말미암아 자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계속 대두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그 폐해 또한 심각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3회에 걸쳐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와 이에 대한 대책을 성경적인 관점에서 풀어본다. <편집실>



성경을 읽다 보면 귀신들린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복음서에 예수가 고쳐준 많은 사람은 귀신들려 말을 못하거나, 귀신들려 눈멀고 불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예수의 제자들을 찾아온 어떤 이의 아이는 귀신이 발작을 일으켜 입에 거품을 내게 하고 몸에 상처를 입혔다는데 아마 간질을 말하는 듯하다. 성경은 만병의 근원이 죄에 있으며 인간의 불행을 조장하는 마귀 때문에 우리가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구원을 부각하려고 귀신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만큼 당시 민중의 삶이 피폐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영적으로 보면 우리 정신이나 육체의 질병을 악한 영의 작용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전개되는 양상은 참으로 다양하고 사회 환경과 생리적인 것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육신을 가진 나약한 존재로서 인간은 삶이 힘들고 괴롭다 보면 여러 정신장애를 겪기 마련이다. 마치 위생이 안 좋은 환경에서 살면 전염병에 걸리는 것과 같다. 신앙이 주는 평안과 소망을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하지만 정신장애에 관해서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만이 아니라 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문제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종 통계가 증명하듯 최근 들어 우리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보듯 너무 많은 이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신건강에 대해 잘 이해하여 복음 사역에 임해야 한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서울대 의대가 수행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보고서를 따르면 우리 국민 27.62%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앓아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중 12.6%는 알코올 중독이나 니코틴 남용 등 약물 중독이지만 불안장애나 기분장애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 2008년에 국회가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더라도 정신질환 관련 진료건수가 3년 새 53.7%가 증가했는데, 특히 소아나 청소년 진료건수의 증가 폭이 커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나이가 갈수록 낮아지는 것이 최근 추세다.

정신장애는 여러 유형이고, 유전적 결함이나 신체 이상에서 비롯하는 것도 있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심한 정신적 충격을 경험하면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신장애는 고통을 겪는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에도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데, 높은 자살률이나 흉악한 범죄의 증가도 이와 연관성이 많으며 사회 전체가 담당할 비용이 증가하여 사회적 손실이 커진다.

문제는 한국이 처한 여러 사회 환경 지표들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경제상황도 장기 침체에 접어들어 개인에게 전가되는 하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항상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남보다 앞서려고 발버둥치는 경쟁구도, 돈을 최고로 알고 직업에 귀천이 존재하는 유교식 서열문화의 잔재, 사회복지가 취약하여 모든 문제를 개인이나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정신건강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제 좀 더 정신건강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면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와 교회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정신장애의 유형- 우울증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정신질환과 이상심리를 진단하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대체로 사회적 가치나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탈>, 일상생활의 지장과 <부적응 행동>, 개인이 겪는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기준으로 이상심리를 판정한다. 정신의학은 여러 증상을 범주별로 묶어서 분류하는데, 이 글에서는 가장 흔하고 우리도 쉽게 겪을 수 있는 몇 가지 장애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에 관해 살펴보자.

흔히 미쳤다고 표현하는 정신분열증이나 망상장애(조현병) 같은 심각한 정신 질환은 주로 유전적 결함이나 뇌 손상 등이 원인이 되므로 우리가 그 메커니즘을 안다고 해도 대처할 수 없다. 하지만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징조들을 미리 안다면 좀 더 일찍 대처하여 심각한 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벗어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가장 많이 접하는 우울증은 유명인들의 자살 때문에 알려졌지만, 실은 우리 주변에 가장 흔한 기분장애의 하나다. 또 우울증 하면 우울한 기분이나 자살만을 떠올리지만 피곤함이나 집중력 저하, 잦은 건망증 등도 우울증 증상에 속하며 산후 우울증처럼 급격한 신체적 변화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기도 한다.

우울증에 대한 오해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 우울증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하는 막연한 생각이다.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상태와는 아주 다른 병적상태로, 개인의 의지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주 많다. 자기 비난, 자책과 죄의식, 의욕상실, 급격한 체중 변화, 수면 장애 등이 2주 이상 지속하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울증은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정신의 감기’에 비유되곤 하는데 불안과 초조, 강박 행위, 건강 염려, 기억력 상실, 언어 장애 등 다양한 신체 증상과 고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통계를 따르면, 여자 약 21%, 남자 약 13%가 일생 어느 시점에 적어도 한 번은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우울증이 심해 망상이나 심한 자아 상실과 자존감의 추락이 더해지면서 증상이 발전하면 자살할 수도 있다. 우울증 원인이 의지력 문제는 아니고, 갱년기와 같은 급격한 생리적 변화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를 낳은 산모가 일시적으로 산후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 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자살하거나 극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우울증은 그 자체로 위험하지는 않지만, 마치 독감에 걸린 사람이 감기약만 먹고 참다 보면 더 심한 상태에 빠질 수 있는 것처럼, 잘 대처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항상 긍정적 마음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주기적 운동을 통해 신체리듬을 정상화하고 뇌에 긍정적 자극을 주는 것은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상담을 의뢰하는 등 적극 신경을 써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김석 집사
프랑스 현대철학  박사
현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연세중앙교회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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