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감동] 어려울 때 손 내민 그가 참이웃

등록날짜 [ 2016-04-18 11:50:21 ]

교회에서 딸아이 갑작스러운 구토에 당황
어느 남자 청년의 헌신에 큰 감동을 받아


지난 금요찬양예배 바로 전에 겪은 일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와 대성전 3층 출입구로 막 들어서는데 아이가 갑자기 구토를 했다.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선 채로 토해 오물이 성전 바닥에 쫙 쏟아졌다.

낮에 먹은 찹쌀떡이 체한 모양이었다. 화장실로 급히 달려가 휴지를 가져다가 토사물을 닦아 냈다. 찬양예배를 막 시작하려는 시간이라 성도들이 몰려들어 왔다가 냄새와 오물을 피해 저만치 돌아서 들어갔다. 너무 죄송했다. 서둘러 치우느라 진땀을 흘리는데 한 청년이 가다가 되돌아오더니 휴지를 들고 함께 오물을 치워 주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내 딸의 오물이지만 냄새나고 만지기 꺼림칙했는데 남자 청년이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닦는 모습에 감동했다. “손에 묻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말리자 “뭐, 어때요. 손이야 씻으면 되지요”라며 더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것이 아닌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되어갈 때에서야 옆에 서 있던 딸을 의자에 앉혔는데 그 청년이 “집사님, 뒷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는 화장실에 가서 대걸레를 가져다가 바닥을 깨끗이 닦아 주었다.

성경에 선한 사마리아 사람 얘기가 있다. 강도를 만나 곤경에 처했을 때 많은 이가 자신도 피해를 당할까 두려워 그냥 지나쳐 갔지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데려다가 보살펴 준다는 내용이다.

교회는 다중시설이라 별별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해 형제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교회가 아름다운 것이리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쉽게도 청년의 이름도 알아 놓지 못했지만 청년의 착한 행실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고, 나도 남이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모른 척하지 말고 꼭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가 형제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얼굴도 참 멋졌는데 그날 그 청년은 진정 내 형제요, 내 이웃이었다.

임남순 집사
(59여전도회, 16교구 1지역)

위 글은 교회신문 <47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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