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따라가는 성지순례 ①

등록날짜 [ 2006-08-30 10:19:37 ]


하나님의 역사는 인간의 삶을 통해서 진행되어 왔다. 그러므로 성경 속에서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호부터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하나님의 은혜를 생생하게 체험하고자 한다. ‘성서의 땅을 가다’에서 소개된 실제 성지의 모습과 상세한 지도를 통해 그 속에 담긴 성서적 의미를 알아보자.

사도 바울이 태어난 다소는 터키에 위치하고 있다. 터키라는 나라는 기독교에 있어서 중요한 곳이다. 노아의 홍수와 연관된 ‘아라랏산’이 터키에 있으며 아브라함이 살았던 ‘하란’도 바로 이곳에 있다. 요한계시록에서 편지를 쓴 7대 교회도 모두 터키에 모여 있다. 또한 바울과 관계된 것들로 그의 고향인 다소, 유명한 안디옥 교회, 사도 바울이 전도여행을 다녔던 버가, 이고니온, 더베, 루스드라 등 사도바울이 지나갔던 항구들이 모두 이곳에 있다.
그 가운데서도 사도 바울의 고향인 다소는 주전 66년 로마로 편입된 속주국 길리기아의 수도였다. 로마 시대 기록을 보면 다소의 인구는 50만 명이었다. 그 지역은 아주 비옥한 평야지대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풍부했다.
다소는 학문의 도시로 유명했다. 당시 바울 시대에 학문의 도시라고 하면 세 곳을 꼽았는데 알렉산드리아, 아테네, 다소였다. 특히 다소는 스토아학파의 본산으로 유명했다. 많은 철학자, 수사학자, 시인들이 다소에서 활동했다. 다소는 교통, 상업, 산업 그리고 교육의 도시로 유명했고, 바울은 바로 여기서 세계 문물을 잘 습득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바울은 헬라어로 기초교육을 받았다. 물론 신실한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집에서는 철저하게 유대 교육을 받았다. 학교와 가정에서 헬라 교육과 유대 교육을 받음으로써 헬라 문화와 유대문화, 두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헬라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바울이 헬라문화를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헬라 문화는 헬레니즘의 문화를 말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 대제국을 이룩한 후에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만든 통치체계이다. 로마인들은 헬레니즘을 동경해서 그리스어를 배우며 헬레니즘을 습득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네로는 황제로 즉위하면서 원로원에서 첫 연설을 할 때에 로마 언어, 즉 라틴어로 하지 않고 헬라어로 연설을 하면서 자신의 교양수준을 사람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헬레니즘은 그 당시 상당히 고급문화였던 것이다.
바울에게 있어 헬레니즘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그 시대에 온 세계가 헬레니즘으로 통일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제국의 반쪽, 즉 서쪽은 정식 공용어가 라틴어였고 동쪽은 헬라어였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헬라어가 더 국제적인 언어였다. 그랬기 때문에 성서 기자들이 아랍어나 라틴어로 성서를 쓰지 않고 헬라어로 성서를 썼던 것이다. 이렇게 헬레니즘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지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을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가 있었다.
바울은 이런 헬레니즘 문화권에서 자라났고 헬레니즘 문화 속에서 선교를 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이라는 지리적인 한계성, 유대전통에 존속된 사고의 한계성을 뛰어 넘어 기독교를 좀 더 보편적이고 세계화하는 모판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9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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