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7-28 15:11:40 ]
헤롯 왕 때 유사시 대피 장소로 건축한 요새
<사진설명> 마사다 지형
히브리어로 ‘산의 성’이라는 뜻인 ‘마사다(Masada)’는 사해 남서쪽에 있는 쿰란에서 남쪽으로 약 50km 지점에 있다. 사해 수면보다 높이가 약 410m 높은 지역에 있는 이 성은, 길이 약 600m, 폭이 약 250m인 마름모꼴 천연요새로 홀로 우뚝 솟아 있다. 마사다는 사면이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난공불락의 요새다.
이 산 정상을 피난처로 삼고자 처음 요새를 구축한 것은 하스모니아 왕조의 대제사장 요나단(Jonathan, 주전 161~142년)이다. 그 후에 헤롯대왕(주전 37~4년)이 유대인들이 왕위를 찬탈할 것을 염려해 피난 목적으로 이 요새 궁전을 마련했다(주전 36년~30년).
헤롯은 요새와 궁전을 더욱 안전하게 하고자 정상에 약 1300m 성벽을 둘러쌓고 망대를 38개나 건설했다. 성벽 안에는 병사(兵舍), 병기고, 저수장, 곡식창고, 목욕탕 등 각종 건물을 지었다. 또 외부에서 식량을 들여올 수 없을 때를 대비하여 성 안에 경작지를 남겨 놓았다. 그러나 헤롯 왕 때에는 마사다 요새를 유사시에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헤롯이 죽은 후 주후 66년, 유대인들이 로마제국의 통치에 반대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5년이나 계속한 반란으로 말미암아 주후 70년 8월 로마의 티투스(Titus) 장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성전을 완전히 파괴하였다. 예루살렘이 로마군대에 점령될 때까지 저항하던 유대인 열심당원(Zealots)은 예루살렘을 빠져나와 헤로디움과 사해 일대로 피신하여 계속 저항했다.
이때에 엘리아살 벤 야일(Eleazar ben Yair)을 지도자로 한 열심당원은 마사다 요새에 올라가 진을 치고 저항을 계속했다. 예루살렘을 함락한 지 2년이 지난 주후 72년 가을, 로마 실바(Silva) 장군이 이끄는 제10군단 군사들이 마사다에 도착했다. 실바 장군은 마사다 정상의 요새 성을 공격하려고 로마군 9000명과 유대인 포로 6000명을 이용하여 마사다 주변에 램프(Ramp, 경사로) 8개를 설치하여 정상 높이 가까이까지 토담경사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주후 73년 4월 서쪽 편 토담경사로를 타고 올라간 로마 군사는 성벽을 향해 횃불을 던졌는데 손쉽게 불이 붙어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북풍이 불어 로마군 쪽이 불길에 휩싸여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상황이 돌변하여 바람 방향이 남쪽으로 바뀌었고, 마사다 성벽이 걷잡을 수 없는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전세가 로마군에게 유리했으나 날이 저물자 다음 날 총 공세를 취하기로 하고 퇴각했다.
그날 저녁, 유대인 지도자 벤 야일은 유대인 열심당원 960명을 모아놓고 마지막 연설을 했다. “로마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자”라는 내용이었다. 이 연설을 듣고 처음에는 당황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했지만 모든 사람이 공감하여 다 같이 죽음의 길을 택하기로 했다.
다음 날 새벽, 마사다 정상에 다시 침투한 로마군대는 아무 저항 없는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무혈점령을 한다. 3년간 완강히 저항하던 열심당원들이 모두 자결한 후였기 때문이다.
유대인 출신 로마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로마군대가 마사다를 함락했을 때 지하 동굴에 숨어 있던 여자(노인) 두 명과 어린아이 5명이 죽지 않고 살아 남아 후세에 증언했다고 한다. 그들이 목숨을 끊은 때가 주후 73년 4월 15일 저녁이었다.
유대인들은 마사다 항전을 끝으로 로마의 핍박을 피하여 전 세계로 흩어지는 디아스포라(Diaspora)가 되었다. 주후 110년까지 로마군이 이곳에 주둔하였고, 비잔틴 시대에는 기독교 수도자들이 살면서 교회를 세우기도 했다. 이곳은 1963~65년에 히브리대학교 고고학자 야딘(Yadin) 교수의 지휘 아래 발굴되어 그 시대 유물이 밝혀졌다.
오늘의 마사다는 힘이 약해서 죽음으로 항거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이스라엘 민족의 굳은 결의를 다짐하는 곳이다. 또 이곳은 이스라엘의 젊은 병사들에게 애국애족과 이스라엘 특유의 항전 불패 군인정신을 함양하는 도장이다.
이스라엘 군인들의 마지막 훈련 과정 중 군대의식을 행할 때에 “마사다는 이제 두 번 다시 함락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5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