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 ‘성서의 땅을 가다’(3)] 예수 탄생의 서막, 나사렛과 베들레헴으로

등록날짜 [ 2015-07-21 13:54:17 ]

예루살렘에서 사마리아 산간지방을 거쳐 북쪽으로 약 134km 지점에 있는 예수의 고향 나사렛. 예수 당시 이곳은 아주 초라한 시골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주민 다수가 순례객을 대상으로 상업을 하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다. 아랍인인 주민 60% 이상이 기독교인이며, 회교도와 섞여 살고 있다. 유대인은 주로 산등성이에 정착하고 있다.

이곳에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가 나시기 전에 천사를 통해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메시아 수태를 알리신 것을 기념하여 전승에 따라 마리아의 집터에 세운 수태고지교회가 있다.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2000년 전 당시에는 죽음을 각오한 위태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하나님의 명령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기쁨의 찬양으로 하나님께 화답한다.


 


<사진설명> 현재 나사렛 모습.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인류가 죄로 멸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수태될 것을 알려 인류 구원이 시작되는, 그 아름다운 역사를 간직한 수태고지교회를 보면서 무척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만약 예수께서 동정녀 마리아에게 수태되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복음적 의미 안에서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수태고지교회는 다른 곳과 달리 외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홍순화 원장(한국성서지리연구원): 빛이 위에서 들어오도록 건축한 점이 특징입니다. 백합꽃을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한 외형을 띱니다. 이는 잉태가 예고될 때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서 잉태된 것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건축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들어가서 보면 더욱 아름답습니다. 이곳 수태고지교회를 순례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성지 순례객이 반바지나 어깨가 나오는 옷차림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의 일행 중 한 분이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어 제 겉옷을 하나 벗어 준 기억이 납니다. ‘수태고지교회’ 하면 옷 때문에 그 아름다운 곳을 못 볼 뻔했던 아찔한 기억이 납니다.

윤석전 목사: 성지순례를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대개 ‘내가 성지순례 갔다 왔다’ 하는 것에 만족을 느낄 뿐, 가는 곳의 역사적, 지리적, 복음적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홍순화: 수태고지교회도 바삐 순례하다 보면, 교회 앞에 있는 제단과 수태고지동굴만 보고 오는데, 그러면 성화와 같은 큰 볼거리를 놓치고 맙니다. 성화들은 각 나라에서 보내 준 것입니다. 그 성화들은 다 특징이 있는데, 주제는 예수와 모친 마리아입니다. 수태고지교회에서는 이런 성화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진설명> 수태고지교회.

윤석전 목사: 그만큼 전 세계가 예수 수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 준 것이겠지요.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해서 복음서끼리 상충하는 부분이 간혹 있습니다. 왜 복음서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달리 기록했는지 궁금합니다. 이 점을 신학적 관점에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병우 교수(한영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님의 탄생은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그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는 역사적인 자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적인 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작업이 따르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역사적인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성경에는 네 개의 복음서가 있고, 각기 다른 관점에서 역사적 사실인 예수님의 탄생이나 생애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을 연구할 때나 이해할 때는 역사적인 사건의 진위 여부, 즉 이것이 정말 사실이냐 거짓이냐 하는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 사건이 증언하는 바,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고, 이것이 올바로 성서를 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에 관한 복음적 의미를 하나님의 뜻과 섭리로 깊이 보는 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성도들도 그 점을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믿습니다.
성경을 보면 나사렛이니, 베들레헴이니 하는 여러 동네 이름이 많이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위치가 어딘지 알아보지 못하고 무심코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관련 있는 이 두 지역이 얼마나 떨어져 있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 주세요.

홍순화 원장: 예수님이 나사렛에서 살았기에 많은 사람이 ‘나사렛 예수’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나사렛 예수’라는 호칭 자체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절대로 나사렛 사람이 메시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경을 통해서 메시아는 반드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런데 실상 예수님은 주소지와 출생지가 달랐습니다. 출생지는 베들레헴이고 주소지는 나사렛이었던 거죠. 요즘도 출생지와 주민등록지가 다른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베들레헴과 나사렛은 약 100km 떨어져 있습니다.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1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지금은 도시가 확장되어서 거의 붙어 있습니다. 거의 같은 곳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지요.

나사렛에 가 보면 아주 특별한 장소가 두 곳 있습니다. 수태고지교회에서 시장 안으로 150m 정도 올라가면 시나고그(Synagogue)라는 유대교 회당이 있습니다. 고고학적인 연구결과를 보면, 6세기에 사용한 회당 자리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예수님께서 다녔던 회당 자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수태고지교회에서 100m 정도 올라가면 같은 울타리 안에 요셉교회가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이 자리를 요셉과 예수님이 같이 살던 집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정도 흔적만 보아도 나사렛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베들레헴 근교에는 예수의 탄생을 처음 본 목자들을 기념하는 교회가 있다. 목자들이 양들과 함께 생활했던 동굴 위에 지어졌다. 예수의 탄생은 제일 먼저 베들레헴 들판에 있던 목자들에게 알려졌다.

목자들은 정직하고 선량한 마음을 가진 시골뜨기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다윗 왕이 블레셋 사람들과 전쟁할 때 함께했던 다윗의 후예들이기도 하다. 그들 중에는 들판에서 묵상과 기도의 삶을 살던 순박한 사람이 많았지만 대부분 궁핍에 시달리던 비참한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바로 이들에게 메시아 탄생의 첫 소식이 전해진다.

“오늘날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놓인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라.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자들에게 평화니라”(눅2:11~14).

이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무리에게 메시아 탄생의 첫 소식을 알리신 하나님의 의지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진설명> 목자들의 들판교회.


윤석전 목사: 이제 예수 출생 당시 함께 있었던 목자들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목자들의들판교회’에 있는 성화(聖畵)들은 아주 선명해서 마치 지금도 그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있는 듯한 감동이 전해집니다. ‘목자들의 들판교회’는 모양이 특이한 점이 많은데,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홍순화 원장: ‘목자들의 들판교회’는 매우 예쁘죠. 제가 순례를 갔을 때는 하늘에 구름까지 뭉실뭉실 떠다녀서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안토니오 바루치라는 이탈리아 건축가가 지었는데 베두인들의 천막을 본따서 설계했다고 합니다. 교회에 들어가 보면, 천장이 빛이 들어오는 유리창으로 되어 있습니다. 강단 가운데는 아름다운 기도대가 있는데 캐나다의 어느 기독교 단체가 기증했다고 합니다. 또 이곳에는 유명한 성화 세 점(‘예수의 탄생’, ‘베들레헴으로 가는 양치기’, ‘천사의 음성을 들은 양치기들’)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 교회 형태와 달리 아주 예쁜 건물로, 예수님을 기다리던 목자를 떠올리게 하는 곳입니다.

윤석전 목사: 예수의 탄생은 마태와 누가가 아주 잘 설명했습니다. 그들이 설명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목자들, 예수 그리스도와 동방박사들의 만남에도 어떤 교훈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마태복음에는 동방박사들과 만났고, 누가복음에는 목자들과 만났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유 교수님이 말씀해 주세요.

유병우 교수: 그 차이는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마태와 누가라고 하는 복음서 저자의 관점 차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예수님의 족보가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있습니다. 마태복음에는 아브라함에서 다윗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왕들을 중심으로 나열한 반면, 누가복음에서는 인류의 조상인 아담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다윗 왕 때부터 예수에게 이르기까지는 중요한 예언자들을 중심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탄생 장소에 관해서도 마태복음에는 예수님의 부모가 베들레헴에서 살던 중 예수가 베들레헴 집에서 태어나고(마2:8~11), 그 후에 이집트로 피난을 갔다가(마2:13~14),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온 후에 나사렛으로 이사한 것으로(마2:21~23) 기록돼 있습니다. 그 반면에 누가복음에는 예수님의 부모가 나사렛에서 살다가 호적등록 문제 때문에 베들레헴으로 가는 중에 예수님이 마구간에서 태어나고(눅2:3~7) 출생 후에 다시 나사렛으로 돌아왔다(눅2:39)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 예수님의 탄생 장면을 처음으로 경배한 사람은 마태복음에는 동방박사(마2:11), 누가복음에는 목자들(눅2:15~17)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마태복음은 다윗 왕조를 계승한 예수님의 왕권을 강화하려는 신학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고, 누가복음에서는 대중과 밀접한 사회적 예언가의 모습을 부각하려고 했던 것으로, 신학적 관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 내용을 살펴보면 지리적 특성, 역사적 특성, 신학적 특성, 복음적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면에서 성도들이 많은 감동을 받았으리라 믿습니다. 성지를 잘 알고 설교를 들으면 더 큰 은혜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에는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는데, 아마도 그것은 공생애 이전의 것은 이 땅에 드러나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성경을 기록할 때 그 부분을 빼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스운 얘기인데, 만약 지금 예수님이 쓰시던 망치나 대패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값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천문학적 숫자일 것입니다. 그것이 상업화하면 안 되겠기에, 복음만 남기고 싶은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성경에 그런 부분만 기록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스라엘에는 지금도 메시아를 기다리면서 메시아를 잉태하기 원하는 처녀가 많다고 합니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는 2000년 전에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달려 피 흘려 죽으시고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고 영원한 멸망에서 살리셨습니다. 그분은 지금 우리 믿음의 성도 안에 성령으로 와 있습니다. 진정한 성지(聖地)는 바로 주님 계신 곳입니다. 우리 성도들의 심령이 주님 모신 성지입니다. 여러분 모두 주님 모시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4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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