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9-08 14:15:09 ]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예수 그리스도를 4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마치 박애주의 사상의 창시자로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침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시기를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마3:17)이라고 하셨습니다. 변화산에서도 하나님께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막9:7).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입증하는 변화산으로 함께 가 보겠습니다.
변화산(다볼산) 전경.
나사렛에서 갈릴리 호수 쪽으로 10km쯤 가면 이스르엘 평야가 나온다. 그 한가운데 있는 바위산이 ‘다볼산(Mt. Tabor)’, 일명 ‘변화산’이다. 그 정상에는 예수님의 변화를 기념하는 교회가 있다. 예배실 벽화에는 변화산 이적 내용이 담겨 있다. 예수님의 변화한 모습에 놀란 베드로,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이 보인다. 그들 앞에서 예수님은 신성(神性)을 보이셨고, 영광 중에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났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장차 예루살렘에서 십자가 수난을 당하실 일을 말씀했다. 이때 하나님께서는 구름 속에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눅9:35). 이는 곧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시니 그의 말씀을 믿고 따르라는 것이다. 베드로가 가이샤라 빌립보에서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시니이다”(마16:16)라는 신앙고백을 한 지 엿새 후에 일어난 변화산 이적은 예수님의 메시아 되심을 확증하는 일이었고, 또 장차 일어날 예수의 수난이 하나님의 뜻으로 된 일이며 부활과 재림으로 이어질 것을 암시하는 사건이었다.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변화산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자리에 예수님과 함께 있었으면…’ 하고 바랐을 것입니다. 변화의 이적이 일어난 변화산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홍순화 원장(한국성서지리원): 변화산이 어디인지 성경에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헬몬산일 것이라고 말하지만, 4세기경부터 신앙 선조들이 ‘다볼산’을 ‘변화산’으로 여겨 지금껏 순례하고 있습니다. 다볼산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역사적으로 특별한 장소입니다. 여선지 드보라가 가나안 왕 야빈의 군대와 싸워 승리를 거둔 곳입니다(삿4장). 위치는 나사렛 바로 옆입니다. 나사렛에서 8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중턱에서 보면 바로 옆으로 나사렛이 나란히 보입니다. 변화산은 해발 588m로, 그 주위에서는 꽤 높은 산입니다.
윤석전 목사: 변화산에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만났습니다. 많은 제자와 선지자 중에서 특히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을 만난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경철 교수(감리교 신학대학교 신약학):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변화산에서 예수님과 대화한 것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만난 하나님(출19장), 엘리야가 갈멜산에서 만난 하나님(왕상18장)이 곧 예수님이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예수님이 변화됐다는 사실은, 예수님이 모세와 엘리야와 동등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께 가르침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모세나 엘리야와 대화함으로써, 구약성서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윤석전 목사: 요한복음 8장에 보면 예수님이 유대인에게 “너희 조상 아브라함이 나의 때를 보고 기뻐하였느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유대인이 매우 화를 내며 비난했습니다. “네가 아직 오십도 못 되었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느냐”라고 말입니다(요8:56~58). 하지만 방금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아브라함 때에도 계신 예수께서 지금 모세와 엘리야를 가르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고 생각해 봅니다. 변화산에서 하나님께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라고(막9:7) 직접 예수를 “내 아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선포한 복음적.신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조경철 교수: 변화산 사건이 말하려는 신학적 메시지를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오직 예수’입니다. 이 ‘오직 예수’를 구약성서와 연관해서 이해하게 하는 사건이지요. 모세와 엘리야는 구약성서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께 가르침을 받습니다. 다시 말하면 구약성서 자체가 하나님 말씀으로 밝혀지려면 반드시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그러니 오직 너희는 그의 말만 들어라”라고 하늘에서 울린 음성이 변화산 사건의 핵심입니다. 또 예수님의 세 제자인 베드로, 야고보, 요한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 말씀에 근거해서 모세와 율법을 이해하고, 구약 예언서를 이해하며, 성서 전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진정한 복음이다’라는 것이 변화산 사건의 신학적 메시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내산 정상.
시내산은 한낮에는 매우 더워 오를 수 없기에, 성지 순례객은 보통 새벽 2시에 일어나 산행을 서두른다. 혼자 힘으로 산을 오르기 힘든 사람은 낙타를 탄다. 낙타를 빌려 주는 자들은 광야 유목민인 베두인이다. 캄캄한 이른 새벽에 그저 앞사람만 쫓아 올라야 하는 시내산 등정, 그 행보 속엔 하나님의 세계를 향한 인간들의 멈추지 않는 갈망이 담겨 있다. 4000년 전, 모세가 하나님께 십계명을 받으러 걸어 오르던 산길을 3시간 넘게 올라야 한다. 편리함에 젖은 현대인에게는 그 자체가 고행이다.
출애굽하여 광야를 건널 때 모세에게 끊임없이 불평을 터뜨리던 이스라엘 백성들, 그 고난의 광야에서 40년 동안 자기 백성을 이끌어 가야 했던 모세는 얼마나 간절히 하나님께 부르짖었을까. 우리 역시 인생 여정 속에서 얼마나 자주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보였던가. 시나이반도 남쪽 황량한 사막에는 40년간 하나님께 훈련받아야 했던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가 서려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시내 광야에 도착해 시내산 앞에 천막을 쳤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홀로 산으로 불러 명하셨다. 만일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지키면 모든 족속 가운데서 나의 백성이 되며 제사장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출19:5~6).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불순종하여 그 자격을 잃고 만다.
윤석전 목사: 시내산은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해 가는 법, 즉 십계명을 모세에게 주고 전한 곳입니다. 시내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홍순화 원장: 시내산은 현지 아랍어로 ‘제벨무사(Jebel Musa)’, 즉 ‘모세의 산’이라고 합니다. 높이는 2290m 정도입니다. 대부분 순례객이 산 중턱부터 올라가서 높다고 느끼지 못할 뿐, 평지에서 올라가면 대단한 높이입니다. 시내산을 오르다 보면 중턱에 샘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는 엘리야가 피신했고(왕상19:9) 모세를 기다리던 장로들이 이곳에 있었다는 전승이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시내산에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습니다. 십계명을 주신 데는 분명 하나님의 뜻이 있을 텐데요. 많은 사람이 십계명은 우리를 다스려 가고 이끌어 가는 하나의 법도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십계명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조경철 교수: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에서 천한 노예로 살았습니다. 애굽은 성서에서는 억압과 불평등, 죄악을 상징하는 나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애굽에서 죄의 억눌림, 정치적.경제적 억눌림을 받던 보잘것없는 이스라엘 노예 백성을 자기 백성으로 삼으시고 모세를 그들의 지도자로 세워 애굽에서 해방하셔서 애굽과는 전혀 다른 평화의 세상, 정의와 평등의 세상, 샬롬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자 하셨습니다. 출애굽에 담긴 하나님의 근본적인 목적은, 해방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새로운 공동체를 설립하고 싶으셨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에서 해방해 가나안으로 보내려는 그 중간에 시내산이 있었고, 그곳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율법을 주셨습니다. 율법의 의미는 한마디로 말하면, 죄와 억압과 불평등의 세상인 애굽과는 전혀 다른, 정의와 평등의 세상인 샬롬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자 하나님께서 주신 법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말로 말하면 ‘십계명’으로 대표되는 율법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샬롬 공동체’의 헌법과 같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윤석전 목사: 시내산 밑에는 캐서린 수도원이 있습니다. 그 수도원에는 구약의 역사가 깊이 담긴 자료가 있다고 합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순화 원장: 성지 대부분이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파괴돼 초기 모습을 간직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캐서린 수도원은 1400년 동안 파괴된 역사 없이 그대로 보존되었습니다. 수도원 안에 들어가 보면, 모세가 보았다는 떨기나무와 같은 수목이 보입니다. 캐서린 수도원은 성경 시내사본(주후 300년 후반에 기록된 필사본으로 신약성경 전체가 수록된 가장 오래된 사본)이 발견된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3000점이 넘는 사본과 수많은 성화가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기독교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할 때 여러 경로를 거쳐 가나안 땅으로 갔습니다. 지형적인 조건 속에서 그 많은 인원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움직일 수 없었을 거라고 느껴집니다. 교수님께서 현장에서 보듯이 설명해 주시면 성지순례를 다녀온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홍순화 원장: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경로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사람이 다녔던 길이라는 점입니다. 어린아이를 포함한 남녀노소, 심지어 짐승까지 끌고 갔기에 이스라엘 백성은 분명히 길이 난 곳으로 다녔을 것입니다. 또 모세가 그 지역 전문가이기에 40년간 분명히 사람이 다니던 길로 움직였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둘째, 출애굽 경로에는 늘 물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하나님께서 ‘만나’를 하늘에서 내려주셨지만 물은 이적을 일으켜서라도 현지에서 조달하셨습니다. 많은 학자의 얘기를 종합해서 출애굽 경로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대부분 비터 호수를 건너 시내 광야의 서쪽 해변을 따라 시내산을 거쳐 시내 반도의 남동쪽으로 돌아 가나안으로 나아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출애굽 경로.
윤석전 목사: 광야를 지나는 데 넉넉잡아도 한 달 정도면 될 텐데 왜 40년이 걸렸는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조경철 교수: 애굽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까지는 한 달 이내에 걸어서 갈 수 있는데 40년 동안이나 방황한 배경에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사실 이스라엘 백성도 처음에는 짧은 기간에 가나안 입구인 ‘가데스바니아’까지 도착했습니다. 그 기록이 민수기 13장과 14장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곳에 도착해서 모세는 열두 지파 대표자 한 명씩 열두 명의 정탐꾼을 가나안 땅으로 파송합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여호수아와 갈렙입니다. 그들이 가나안 땅에 가서 40일간 정탐합니다. 그 내용을 보고할 때 여호수아와 갈렙만 긍정적으로 말하고, 나머지 열 명은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말했습니다. 이 보고를 받은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를 원망하면서 심지어 죽이려고까지 합니다. 모세가 하나님 앞에 살려 달라고 기도해서 살아났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일로 이스라엘 백성을 40년간 광야에서 방황하게 했고, 가데스바니아에서 스무 살 이상 된 남자는 광야에서 다 죽게 했습니다. 모세까지도 말입니다. 오직 여호수아와 갈렙 두 사람만 예외였습니다. 성지순례 하면서 바로 그 질문에 얽힌 이야기를 한 번 깊이 되새겨 보면 큰 은혜가 될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현대에도 광야와 같이 우리가 할 수 없는 수많은 불가능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때 하나님이 나의 배경이 되시고 하나님이 나의 힘이 되시니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순종하며 그 은혜로 산다면, 모든 것을 극복해 승리와 축복의 길을 가리라 믿습니다. 아직도 광야와 같은 고통 속에 계신 분이 계십니까? 빨리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 가나안 복지 축복의 땅과 같은 행복이 여러분에게 있기를, 문제가 속히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5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