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9-15 14:02:23 ]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지금부터 2000년 전에 이 땅에 오신 주 예수 그리스도. 당대 사람들은 예수를 선지자라고 말했지만, 그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수많은 이적과 능력을 나타내서 그 시대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위대한 능력을 보이셨습니다. 병들고, 귀신 들리고, 고통당하던 수많은 사람이 예수를 만나 문제를 해결받으려고 구름같이 따라다녔습니다.
예수께서 갈릴리 호수 건너편에 가셨을 때도 장정만 계수해도 오천 명가량이 쫓아왔습니다(막6:44). 그들은 예수님을 만나서 베푸시는 이적을 보고자 했습니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무리가 먹는 엄청난 이적의 역사가 벳새다 광야 부근에서 일어났습니다. 바로 그 현장으로 가 보겠습니다.
오병이어기념교회(갈릴리 북쪽 해안에 위치).
갈릴리 북쪽 해안 ‘타브가(Tabgha)’ 지역에 ‘오병이어기념교회’가 있다. 예수께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이적을 기념해서 세운 교회다. 그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예배실 안에 있다. 예배 강단 아래에 있는 모자이크는 4세기 비잔틴시대 작품으로,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가 묘사돼 있다. 이를 근거로 이 교회를 ‘오병이어기념교회’로 인정했다. 오병이어의 이적은 인간이 당하는 영육 간의 모든 궁핍을 해결해 주는 유일한 분이 예수님이심을 세상에 공포한 사건이었다.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오병이어기념교회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홍순화 원장(한국성서지리원): 오병이어기념교회는 갈릴리 호수 북쪽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신 중요한 지역은 대부분 북쪽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이적을 행하셨다고 믿는 오병이어기념교회 지역은 ‘타브가’입니다. 헬라어로 ‘헵타페겐(Heptapegan)’, 히브리어로는 ‘에인 쉐바(Ein Sheba)’, 즉 ‘7개의 샘물’이라는 뜻입니다. 교회 이름에 근거해 당시 그 지역에 샘물 7개가 있었다고 추정합니다. 타브가 지역에서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이적을 일으키셨다고 믿고 비잔틴 시대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윤석전 목사: 그런데 왜 오병이어기념교회를 벳새다 광야가 아니라 갈릴리 호수 주변에 세웠는지 궁금합니다.
홍순화 원장: 현재 갈릴리 호수 주변 모습은 예수님 시대와 사뭇 다릅니다. 현재는 갈릴리 호수 주위에 도시가 별로 없어 성지 순례객이 다들 놀랍니다. 우선, 예수님께서 오병이어 이적을 베푸신 장소가 갈릴리 호수 북쪽 ‘타브가’ 지역이냐, ‘벳새다’ 지역이냐 하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마가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어느 한적한 곳에서 이적을 일으키시고 제자들을 건너편 벳새다로 가게 하셨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막6:31~45). 그런 반면 누가복음에는 벳새다 부근에서 이적을 일으키셨다고 말합니다(눅9:10~17). 그런데 왜 갈릴리 호수 북쪽 ‘타브가’에 오병이어기념교회를 세웠을까요? 염두에 둘 점은 ‘기념’ 교회라는 것입니다.
오병이어의 이적이 일어난 ‘바로 그 장소’를 찾아서 교회를 세운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 일을 ‘기념하는’ 교회입니다. 마가복음의 기록에 따라 4세기 비잔틴 시대에 ‘타브가’에 오병이어기념교회를 세웠습니다. ‘벳새다’는 그 당시 제법 큰 마을이었기에 이적을 일으키지 않아도 음식을 손쉽게 사 먹을 수 있었으리라고 추측합니다. ‘타브가’와 ‘벳새다’의 거리는 8km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이 두 지역 부근에서 이적이 일어난 것은 확실합니다. 이처럼 오병이어 이적이 일어난 구체적 장소가 아니라 그곳 가까이에 기념교회를 세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윤석전 목사: 예수님께서 다른 수많은 이적을 역사하셨고, 군중은 그 이적을 보면서 예수님을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예수님의 이적에 담긴 신학적?복음적 의미를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경철 교수(감리교 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많은 이적을 행하셨습니다. 그 신학적 의미는 다양하고 풍성합니다. 중요한 두 가지를 말씀드리면 첫째, 예수님께서 행하신 이적은 ‘하나님 나라를 예시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죄가 없는 곳이기에 예수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병이 없는 곳이므로 예수님께서 병을 치료해 주십니다. 또 하나님 나라에는 죽음이 없기에 예수님께서 죽은 자를 다시 살려 주십니다. 이같이 예수님의 이적은 하나님의 나라를 현실적으로, 예시적으로 보여 준다는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둘째, 이적을 누가 행했느냐 하는 점인데,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이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적’은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난 현상입니다. 즉, ‘예수님께서 이적을 행하셨다’는 말은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하나님이시다’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계신 곳에 어떤 이적인들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하나님이 계신 곳이 하나님 나라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적’이란 ‘하나님 나라의 예시적인 현상이고, 그 이적을 일으키는 분은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시다’라는 복음적.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병이어기념교회에 있는 보리떡과 물고기 형상 모자이크.
윤석전 목사: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많은 이적을 나타내셨습니다. 그중에 오병이어 이적 속에 담긴 신학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조경철 교수: 오병이어 사건은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곳인지를 잘 보여 줍니다. 이적은 하나님 나라를 보여 주고 지시해 줍니다. 오병이어 사건은 경제적인 차원에서 하나님 나라를 설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빈부 격차가 없는 곳입니다. 하나님 나라에서는 배고픈 사람 없이 누구나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요즘의 정치.경제적인 용어로 풀어 본다면,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께서 왕으로 다스리는 곳으로 자본주의적인 욕심도, 사회주의적인 억압이나 강요도 없는 곳, 경제적으로 완전한 평등이 이루어지는 ‘정의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구약성서를 보면 출애굽한 백성에게 하나님께서 ‘만나’를 내리십니다. ‘만나’ 사건에는 많이 거둘 수도 없고, 적게 거둘 수도 없고, 자기 식구가 먹을 만큼만 거둔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신약의 오병이어 이적과 구약의 만나 사건을 연결하면 오병이어에 담긴 신학적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에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시고”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언제나 하나님께서 준비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하나님만 계시면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받을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예수께서 수많은 이적을 일으키신 벳새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벳새다(갈릴리 호수 북쪽) 언덕.
벳새다는 갈릴리 호수 북쪽에 있다. 이곳은 갈릴리 호수 전체를 전망할 수 있는 인공 언덕이다. 1987년 고고학자 로빈슨이 주장해 성경 속의 벳새다로 인정된 이 마을은 이스라엘 땅의 경계에 놓여 여러 도시의 길목이었다. 각 도시 향방을 표시한 히브리어의 방향표시판을 보면 당시 벳새다가 어떤 위치에 있었나를 짐작케 한다.
‘벳새다’에서 예수님께서는 많은 이적을 행하셨다. 특히 ‘눈먼 자의 치유’가 대표적인 예다(막8:22~26). 예수께서는 벳새다 길을 가시다 한 소경을 만나셨는데 진흙과 실로암 연못을 이용해 그의 눈을 치유하사 밝히 보게 하셨다. 이것은 죄와 사망의 어두움 중에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임을 실증해 주는 대사건이었다.
윤석전 목사: 어렸을 때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찬양 중에 ‘벳새다에 저녁노을 질 때면 예수님은 항상 기도하러 가셨다’라는 노랫말이 있었는데 벳새다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벳새다에 관해 설명해 주십시오.
홍순화 원장: 현재 ‘벳새다’는 해안에서 1.5km 들어가 있는 폐허입니다. 문제는 베드로.안드레.빌립의 고향이며, ‘어부들의 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벳새다’가 바닷가와 너무 멀다는 점입니다. 어패류는 신선도가 생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해안과 이만큼 떨어져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1987년에 현재의 벳새다 지역이 성경 속 ‘벳새다’와 동일 지역임이 확인됐습니다. 현재 어부들의 집과 그 안에서 어부로 추정되는 유골 등 여러 유적이 계속 발굴되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그 당시 많은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적과 능력을 바라보면서 예수를 ‘메시아’나 ‘선지자’라고 여겼습니다. 요한복음 6장 14절을 보면 예수께서 행하신 오병이어 이적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는 참으로 세상에 오실 그 선지자라”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자 예수님은 그들을 떠나 산으로 가셨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자기 민족의 역사에서 해결수단으로 삼으려 한 것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나타낸 이적과 능력을 바라보면서 그 시대 사람들이 예수를 대한 태도는 어떠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조경철 교수: 예수님이 많은 이적을 행하시자 수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성경에는 이적을 본 사람들의 태도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오병이어의 이적을 바라보면서 ‘이 정도 능력이면 내가 엄청난 부자가 되겠다’,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하는 이적을 보면서 ‘돌로 금덩어리도 만들 수도 있겠다’ 하는 마치 신기루를 좇는 듯한 군중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결국 군중은 예수님이 체포된 후, 예수님을 배신하거나 도망갔습니다. 이적이라고 하는 현상 하나만 보고 좇아갈 때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이적을 볼 때는, 무엇보다 이적을 일으키신 예수를 바라봐야 합니다. 이적을 보는 바른 자세란, 이적을 통해 우리를 만나러 오신 하나님, 예수님을 바라보고 만나는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을 보면 벳새다에서 예수님이 가장 많은 이적을 일으키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조경철 교수: 예수님께서는 갈릴리 북서쪽에 있는 벳새다, 고라신, 가버나움과 같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공생애 활동을 하셨습니다. 그랬기에 그곳에서 많은 이적을 베푸셨지요. 벳새다 들판에서 일으킨 오병이어 이적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이 지역 사람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세 복음서에는 고라신과 벳새다, 가버나움을 저주하는 예수님의 심판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일으키신 많은 이적을 보았는데도 그들은 왜 예수님을 하나님 아들로 믿지 않았을까요? 성경을 읽을 때 궁금한 사항 중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이 지역 사람들은 예수님을 매우 잘 알았습니다. 목수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이라는 점을 잘 알았던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육신적으로 예수를 잘 알았기에 오히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점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죠. 신학적으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구원이 유대인에게서 이방인에게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우리도 지금 내게 닥친 가난, 질병을 비롯한 수많은 고통이 해결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현대문명과 현대문화로 해결할 수 없는 큰 고충이 닥쳐왔다면, 예수님을 만나십시오. 예수님을 만날 때 여러분의 고통과 문제를 해결해 주는 벳새다 광야와 같은 이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 주님이 지금 이곳에 와 계십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계십니다. 그 주님을 만나면서 벳새다, 갈릴리와 같은 이적의 현장이 아름다운 축복과 해결로 오늘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5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