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 ‘성서의 땅을 가다’(35)] 로마로 가는 관문 가이사랴와 멜리데

등록날짜 [ 2016-04-18 14:45:37 ]


<사진설명> 로마로 가는 인공 항구, 가이사랴.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난 후 복음 전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로마서 14장 8절에서 바울은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라”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바울의 복음에 대한 열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히 바울의 마지막 여정지인 로마 지역을 다룰 것입니다. 먼저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호송되기 전에 2년간 머물던 가이사랴를 살펴보겠습니다.


바울은 로마로 가는 팔레스타인의 관문 가이사랴로 호송됐다. 가이사랴는 헤롯 대왕이 세운 인공 항구도시였는데 신전과 야외극장 같은 당시 최고 건축물이 밀집해 있었고, 로마 총독부의 거점이었다. 동시에 중요한 선교 사역지였다. 또 사도 바울이 로마행을 준비하던 장소였다.
현재 이곳에서는 발굴과 복원 작업이 한창인데 이 중 1961년에 발굴한 ‘빌라도 비문’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사형을 선고한 본디오 빌라도 총독의 실존을 입증하는 첫 번째 자료가 됐다.
출입국 관리소 바닥의 모자이크는 그 문양이 2000년 전 그대로다. 바울은 이 문양을 밟고 가이사랴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2년간 답답한 감금의 세월을 보내고 마침내 로마로 떠나는 배에 올랐다.



윤석전 목사: 사도 바울은 전도여행을 여러 군데 다니는 동안 수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당하고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겼는데 이제 마지막 전도여행지 로마로 향합니다. 바울은 가이사랴에서 로마로 가기까지 여러 지역에 들렀습니다. 그곳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홍순화 원장(한국성서지리원): 사도 바울이 로마까지 가는 전도여행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이스라엘의 서편 지중해 해변 중앙에 있는 가이사랴에서 터키 지역으로 가서 먼저 ‘무라’라는 곳에 들렀습니다. 그 후 요즘 ‘그레타’라고 부르는 ‘그레데’로 갔습니다. 이어 ‘가우다’ 섬 부근에서 거대한 풍랑을 만나 ‘멜리데’까지 갔습니다. ‘멜리데’는 지금 ‘몰타’ 공화국입니다. 여기서 배를 타고 ‘수라구사’ 항구에 가서 ‘레기온’으로 향합니다. ‘레기온’에서 다시 배를 타고 나폴리 옆에 있는 ‘보디올로’로 갑니다. 보디올로에서는 육로를 이용했습니다. ‘아피아 가도(街道)’라는 육로를 거쳐 로마로 들어갑니다.

윤석전 목사: 바울은 로마로 가기 전 가이사랴에서 2년간 머물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홍순화 원장: 사도 바울이 가이사랴에 머문 첫째 이유는 총독 벨릭스가 바울에게 돈을 얻어낼 심산으로 붙잡아 두어서입니다(행24:26). 둘째 이유는 총독은 사도 바울이 죄인 아닌 줄 알지만 바울을 풀어주면 유대인에게 미움을 살까 봐 두려워 다음 총독이 올 때까지 2년간이나 억류해 두어서입니다.

윤석전 목사: 이렇게 가이사랴에서 머문 시간이 바울의 복음 전파 사역에 어떤 도움이 되었습니까?

김판임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신약학): 총독 벨릭스가 바울을 2년 동안 붙잡고 있었습니다. 벨릭스는 바울을 불러 변론을 들어봅니다. 하지만 바울의 죄를 찾을 길은 없고, 오히려 바울이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 복음에 흥미를 느낍니다. 총독 벨릭스는 바울을 자주 불러 복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벨릭스의 아내는 드루실라라는 유대인인데 바울은 그녀에게도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후 다음 총독으로 베스도가 부임하자 유대왕 아그립바가 인사차 가이사랴에 옵니다. 이렇게 바울은 가이사랴에 2년간 머물면서 총독 2명과 유대왕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를 얻습니다.


<사진설명> 멜리테 섬. 현재 몰타 공화국.

윤석전 목사:
2년 후 바울은 죄인 신분으로 가이사랴를 떠나 로마로 후송됩니다. 그 과정에서 거친 풍랑 ‘유라굴로’를 만났고, 그것을 피해 멜리데 섬에 가게 됐습니다. 멜리데 섬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바울을 가이사랴에서 로마까지 호송하려 출항한 배는 도중에 ‘유라굴로’라는 태풍을 만나 난파되었다. 배에 탄 일행은 14일간 표류하다가 가까스로 섬에 상륙했다. 그곳이 바로 멜리데(Malta)다.
현재 몰타 공화국인 멜리데 해안에는 바울 만(灣)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 있다. 바울 일행이 난파해 이곳에 상륙한 것을 기념하는 교회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바울은 독사에게 물렸으나 무사하자 원주민에게 신으로 추앙받았고, 추장 보블리오 부친의 열병을 낫게 했고, 섬의 많은 병자를 안수하여 치료했다(행28:3~9). 바울 일행은 섬사람들에게 후한 대접을 받으며 3개월간 이곳에 머물렀다. 이러한 바울의 역사는 매년 2월 10일, 이 섬에서 열리는 ‘바울 조난 기념일’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윤석전 목사: 바울이 멜리데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간 지역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홍순화 원장: 사도 바울은 가이사랴, 지금의 이스라엘을 떠났습니다. 당시 항로를 따라 구브로, 사이프러스(키프로스) 항구를 사이에 두고 무라 항구로 갔습니다. 무라는 고대 항구였는데 극장을 비롯한 유적이 많아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습니다. 그 후 그레데로 가서 미항으로 갑니다. 미항 동쪽 8km 지점에는 고대 유적지 라새아가 있습니다. 오늘날도 그 명칭 그대로 부릅니다. 미항은 정말 아름다운 항구입니다. 그곳에 ‘사도바울동굴’, ‘사도바울 도착기념교회’가 있습니다. 미항을 떠나 가우다 섬 위의 베닉스에서 풍랑을 만나 멜리데까지 갑니다. 가우다 섬은 유럽 최남단에 있는, 인구 50명이 사는 조그만 섬입니다. 바울 일행은 여기서부터 멜리데까지 풍랑에 떠밀려 갑니다.

윤석전 목사: 바울이 간 곳마다 바울의 발자국과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바울이 도착한 멜리데는 어떤 곳인가요?

홍순화 원장: 성경에 나오는 멜리데는 지금의 몰타 공화국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에 속했다가 1964년에 독립한 인구 40만 정도의 조그만 나라입니다. 시칠리아 섬에서 100km, 아프리카에서는 340km 떨어져 있습니다. 주후 218년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성경에는 사도 바울이 보블리오라는 자의 부친을 치유해 주는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데, 보블리오를 멜리데 섬에서 ‘제일 높은 사람’(행28:7)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멜리데에는 ‘사도바울만(灣)’ ‘사도바울섬’같이 사도 바울의 이름을 딴 지역들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 동상도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사도행전 28장에 멜리데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이 나옵니다. 그 사건을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김판임 교수: 사도행전 28장을 보면 두 가지 사건이 나옵니다. 첫째는 멜리데에 도착했을 때 바울이 독사에게 손을 물린 사건입니다. 그때 그곳 원주민들은 ‘저 사람은 이제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죽기는커녕 상처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주민들은 바울을 인간이 아닌 신이라고 여깁니다. 둘째는 그 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인 보블리오라는 자의 아버지가 열병과 이질에 걸렸는데 사도 바울이 그 아버지에게 기도하고 안수하여 낫게 했습니다. 그러자 주위에서 많은 병자가 바울을 찾아와 고침을 받았습니다.

윤석전 목사: 멜리데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신학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진설명> 난파기념교회.

김판임 교수:
전형적인 이적 사건입니다. 첫째, 뱀에 물렸는데도 상처가 없습니다. 자연 현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것을 ‘자연 이적’이라고 합니다. 둘째, 병자들을 치료한 사건은 ‘치유 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생애에서도 나타납니다. 물 위를 걸어 오시거나 말씀으로 풍랑을 잠잠케 하는 것은 ‘자연 이적’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많은 병자를 치유하신 일은 ‘치유 이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기록한 ‘누가’의 입장에서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일들이 예수님을 전하는 사도에게도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결국 멜리데 사건은 바울이 잡혀서 로마로 가는 도중에도 하나님의 역사는 계속 일어난다는 경이로운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복음서를 보면 “제자들이 나가 두루 전파할쌔 주께서 함께 역사하사 그 따르는 표적으로 말씀을 확실히 증거하시니라”(막16:20)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말씀처럼 멜리데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나님의 역사는 그들과 함께 있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데 생생한 현장감을 주었습니다. 멜리데 지역에 사도 바울과 관련된 유적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홍순화 원장: 멜리데는 매년 2월 10일, 온 나라가 사도 바울이 그곳에 도착한 것을 기념합니다. 도착 날짜가 2월 10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지역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지키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난파당한 곳이라고 추정하는 장소에는 사도 바울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 해안 이름도 ‘사도바울만(灣)’입니다. 또 그곳에 ‘난파기념교회’가 있습니다.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대부분 사도 바울이 뱀에게 물린 자리에 세운 교회라고 말합니다. 무디나와 라바트라고 하는 곳에 보블리오의 집이 있습니다. 그곳에 총독 보블리오가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그 장소에 사도 바울의 동굴이 있고 그 위에 예배당을 지어 놓았습니다.

윤석전 목사: 사도 바울이 발을 딛는 곳마다 하나님의 이적이 일어나고, 지금도 역시 예배당과 그 흔적이 남아 있어서 하나님의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바울의 전도여행지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홍순화 원장: 멜리데를 추천합니다. 멜리데에는 가는 곳마다 교회가 세워져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돔 예배당 4곳 중 2곳이 멜리데에 있습니다. 섬 전체에 예술적인 교회들이 꽉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성지순례를 간다면 멜리데에 가고 싶습니다. 아마 아름다운 교회들만 찾아다녀도 큰 은혜를 받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윤석전 목사: 뱀에게 물렸어도 죽지 않는 바울을 보고 원주민들이 “그는 신이다!”라고 놀라워했지만, 바울은 그 이적을 보임으로써 하나님께서 살아 계신다는 것을 드러냈고, 많은 병자를 고침으로써 하나님의 역사를 보여 주었습니다. 따라서 바울이 멜리데에 도착한 데는 그곳 주민을 구원하실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어디를 가든지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섭리를 따라 복음을 들고 가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살아 계셔서 우리와 함께 계심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에게 이적을 보이시고, ‘하나님은 살아 계시다’는 믿음을 보여 주는 위대한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도 사도 바울과 같은 큰 믿음으로 만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위대한 복음의 사역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7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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