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8-15 16:20:14 ]
<사진설명> 베드로의 고향, 디베랴.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예수께서는 이 땅에 오셔서 인류 구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십자가에 매달려 피 흘려 죽는 고난을 겪으십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향해 죽으러 가시는 길목 가야바의 뜰에서 매 맞으실 때, 바깥뜰에서는 베드로가 닭 울기 전에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합니다. 곧이어 닭 울음소리를 듣자 베드로는 통곡했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후, 베드로는 고향 디베랴 바다로 돌아가 다시 고기잡이를 했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사랑하는 제자 베드로를 찾으러 디베랴로 가셨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갈릴리 호수라고 부르는 디베랴 바다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예루살렘 북쪽에 있는 갈릴리 호수. 원래는 민물 호수지만 그 크기 때문에 바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 호수와 달리 물고기가 40여 종이나 산다. 갈릴리는 열두 제자 중 베드로, 안드레, 요한, 야고보 등 일곱 명의 고향이고 예수께서 공생애 대부분을 보내신 곳이다. 또 예수께서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대위임을 명하신,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후 제자들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깊은 절망에 빠진 그들이 할 일이란 예전에 하던 대로 고기잡이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흘러가 버린 물처럼, 예수님과 함께한 3년 세월은 제자들에게는 일장춘몽처럼 생각됐을지 모른다. 그렇게 제자들은 체념의 늪에 빠져 다시 어망을 잡고 바다로 나아갔다. 당시 제자들은 예수께서 자신들을 찾아오실 줄 몰랐다.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에서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고기 한 마리 없는 빈 어망만을 거듭 끌어올려야 했다. 그때 누군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라고 말했다(눅5:4). 제자들은 말씀에 순종하여 그물을 던졌다. 당시 그들은 그물을 던지라고 일러준 분이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제자들은 그때 그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풍어(豐漁)를 경험했다.
그 후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진정한 동행을 요구하셨다. 그것은 죽음 너머에서 완성될 참제자의 길이었다.
윤석전 목사: 갈릴리 호수에 가면 일명 ‘베드로 고기’를 팝니다. 그 물고기에 베드로의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순화 원장(한국성서지리원): 마태복음 17장 24~27절을 보면, 당시에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성전 세(稅)를 내야 했습니다. 성전 세는 반 세겔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네가 바다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오르는 고기를 가져 입을 열면 돈 한 세겔을 얻을 것”이라면서 “가져다가 너와 나를 위하여 성전 세를 내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 고기’란 명칭은 여러 설이 있지만, 예수님의 성전 세를 베드로가 잡은 물고기에서 냈기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집니다.
윤석전 목사: 제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고난당하실 때 각기 제 길로 갔습니다. 그때 제자들의 동향을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홍순화 원장: 예수께서 체포되실 때 몇몇 제자는 도망쳤습니다. 그중 몇몇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때 베드로도 도망쳤지만 곧 다시 모여 제자들의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베드로가 갈릴리로 돌아간 것은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일러 주셨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어부 생활로 돌아가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또 예수님 말씀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다시 올라왔고, 감람산에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갔습니다. 제자들은 예루살렘에 모여 마가 다락방에서 오순절 성령의 역사가 일어날 때까지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요한복음 21장을 보면 예수께서 수제자 베드로에게 다음과 같이 세 번 물으십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 후 “그러합니다”라는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시고 “내 어린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고 말씀하십니다(요21:15~17). 이렇게 세 번 물으신 의미는 무엇일까요?
박성민 목사(한국대학생선교회 CCC대표):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베드로가 예수께서 체포될 당시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한 사실과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는 “네가 사랑하느냐”는 세 번의 물음에 “내가 그러하다”라고 세 번 대답합니다. 그동안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한 중압감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 후 베드로의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전서 5장을 보면, 베드로는 장로들에게 ‘목자’의 입장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양 무리를 칠 때, “억지로 하지 말고 더러운 이를 위하여 하지 말고, 자원하며 즐거운 뜻으로 하라”며 “양 무리의 본이 되라”고 말합니다. 이어 “다음 목자장이 오실 때 영광의 면류관을 얻으리라”고 말합니다(벧전5:2~5). 이런 모습을 봤을 때 ‘네 양을 치라’는 말씀에서 베드로는 목자 역할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여겨집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세 번의 물음과 “네 양을 먹이라, 치라”는 말씀으로 베드로를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하셨고, 동시에 목회 방향성을 알려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디베랴 바다에서 만나자 새로운 각오를 다집니다. 마가 다락방에서 성령 충만을 받은 그들은 이후 목숨을 내놓고 복음을 전하는 자로 변화했습니다. 아직도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욥바 항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사진설명> 팔레스타인 지역 항구 도시. 욥바.
예루살렘 서쪽에는 팔레스타인의 유명한 항구 도시 욥바(Joppa)가 있다. 지중해 연안에 있는 이 도시는 당시에도 주요한 항구였다. 현재도 이스라엘의 현대 도시 중 하나이고 문화·외교·경제 활동의 중심부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곳에 가면 베드로의 흔적을 담고 있는 장소를 만날 수 있다. 베드로가 욥바에 있을 때 머물렀다는, 가죽 제조공 시몬의 집이라는 곳이다. 이 집에서 베드로는 이방 전도의 새 사명을 받는다. 유대인이 멸시하는 피장이의 집에 머물렀던 베드로. 거기서 그는 유대인의 견고한 틀을 벗어나고 있었다.
욥바 북쪽에는 신시가지 텔아비브(Tel Aviv)가 있다. 이곳은 해변 휴양지로 순수 유대인만이 거주하는, 현재 이스라엘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다. 텔아비브 아래에 베드로 기념 교회가 있다. 구제 사업을 많이 한 욥바의 여제자 다비다가 죽자 베드로는 그녀를 살렸고 그것을 기념하여 세웠다. 그 밖에 욥바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욥바에 머물던 베드로는 환상을 보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보자기 속에 온갖 짐승이 들어 있었다(행10:12). 곧이어 하나님께서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먹으라”고 명하셨다. 베드로는 말했다. “하나님, 저는 이런 부정한 것을 먹은 사실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깨끗하다고 한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라”(행10:10~16). 이는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전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환상을 본 베드로는 이방인 백부장 고넬료를 만나 그 가족에게 성령 침례를 주었다. 이 사건은 하나님이 유대인뿐 아니라 이방인도 구원하시는 분임을 선포했다.
베드로가 전한 말씀을 들은 모든 사람에게 성령이 임했다. 베드로와 함께한 유대인 신자들은 하나님께서 이방인에게도 성령을 선물로 부어 주시는 장면을 목격하고 매우 놀랐다. 이방인들이 방언을 말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그들이 들었기 때문이다(행10:44~46).
윤석전 목사: 당시 욥바 항구는 어떤 곳이었습니까?
홍순화 원장: ‘욥바’는 히브리어 ‘야포(Yaffo)’인데, ‘아름답다’는 뜻인 ‘야페’에서 유래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비교적 아름다운 해변입니다. 또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 도시입니다. 욥바는 역사상 유서 깊은 곳입니다. 솔로몬이 성전을 지을 때 백향목을 욥바를 통해 수입했습니다(스3:7). 요나가 다시스로 도망갈 때 이곳 욥바에서 배를 탔습니다(욘1:3). 신약시대 헤롯 왕이 가이사랴에 큰 항구를 만들어 욥바 항구가 쇠퇴했지만, 여전히 역사가 깊습니다. 이곳은 베드로가 여제자 다비다를 살린 곳이고(행9:36~42), 베드로가 피장 시몬의 집에 머물면서 환상을 본 곳입니다(행10:5~23;11:5,13~14). 십자군 성채 자리에 수도원을 지었는데 현재도 많은 사람이 ‘베드로 교회’라고 여기며 찾아가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오순절 성령강림 이후 베드로는 놀랍게 변했습니다. 성경에서 그 모습을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성민 목사: 사도행전 1장에 보면, 베드로는 가룟 유다를 대체해 제자 한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베드로는 오순절 사건 이전부터 제자 중 지도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장에서는 오순절 사건 후 베드로가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변인 역할을 하던 베드로에게 능력이 더해졌습니다. 설교할 때 수많은 사람이 회심했고, 그들은 예수를 따르는 ‘제자’가 되었습니다(행2:41). 또 앉은뱅이를 일으켰고(행3:1~10), 죽은 자를 살렸습니다(행9:36~42). 무엇보다, 예수를 죽기까지 따르겠다고 장담했으면서도 고통과 죽음이 두려워 예수를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가 죽음을 불사하면서 사역했습니다. “사람의 뜻을 좇겠느냐, 하나님의 뜻을 좇겠느냐” 하면서 복음을 전할 때 절대 타협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전 목사: 사도행전 10장을 보면 베드로가 환상을 봅니다. 땅에 기는 각색 네발 달린 짐승과 기는 것들, 공중에 나는 것들이 담긴 보자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하나님께서 베드로에게 “잡아먹어라” 명하십니다. 그 환상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박성민 목사: 사도행전에서 그 사건이 차지하는 무게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도행전을 전개할 때, 8장에서는 사마리아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곧 ‘사마리아 오순절 사건’이 일어납니다. 9장에서는 사도 바울의 회심이 나옵니다. 그 후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사방을 두루 다니며 복음 전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것은 이방인 사역을 가리킵니다. 또 10장에서 ‘고넬료’라고 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가 등장합니다. 베드로의 환상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넬료에게 보여 준 이상(理想)과 베드로의 이상 두 가지를 연결하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회심과 함께 이방인을 향하는 하나님의 구속사 단계 속에서 그 환상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방인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확증이 필요했기에 사도행전에서 이방인 사역에 관한 내용을 세 번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면, 사도 바울의 회심 사건이 세 번 기록되어 있습니다. 10장과 11장, 예루살렘 공회가 열리는 15장에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하나님께서 이방인을 하나님 백성으로 삼을 작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에서 베드로의 환상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구약에서 금지된 속된 것들을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윤석전 목사: 당시 기독교 사역은 유대교 사역과 이방인 사역,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베드로는 어떤 태도를 취했습니까? 또 기독교를 세계화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박성민 목사: 하나님께서 특별히 베드로를 선택하신 이유를 현대적 분류법인 ‘보수’ ‘진보’ ‘중도’라는 개념을 사용해 설명하겠습니다. ‘진보’ 단체는 헬라 이름을 가진 일곱 집사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중 스데반은 그 단체를 나와 핍박의 원인을 제공합니다. ‘보수’ 단체는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베드로는 ‘중도’ 입장이라고 여겨집니다. 베드로는 ‘중도’면서도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하나님께서 베드로를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셨다고 봅니다. 유대인을 넘어 더 많은 이에게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사도행전 1장 8절의 의미를 전개하시면서 베드로를 사용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1:8).
윤석전 목사: 베드로가 만약 중도를 지키지 않았다면 제자들 사이에서 반감을 샀을 것입니다. 베드로가 중도 역할을 잘했기에 세계 복음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자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성도여, 지금 연약합니까? 힘들고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당신 안에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진리의 말씀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한 능력과 성령 충만을 입고 다시 일어나 베드로처럼 주께서 쓰시는 큰 일꾼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사역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역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9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