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4-13 15:53:41 ]
창세기에 등장하는 세상 첫 영걸 ‘니므롯’의 어원은 ‘반역하다’는 뜻
수많은 지역 정복한 지배자였지만
그가 정복한 지역마다 하나님 배반하고 패역한 역사 계속돼
중간기 세워진 콤마게네 왕국도 우상숭배 만연했으나
지금은 목 부러진 석상들만 뒹굴어
- 진행 윤석전 목사 (연세중앙교회 담임)
- 오택현 교수 (영남신학대학교 구약학)
- 유윤종 교수 (평택대학교 구약학)
윤석전 목사: 구약 시대에 영웅으로 여긴 ‘니므롯’에 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노아는 자기의 실수를 부끄럽게 한 자손에게 저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 저주받은 자손 중 한 명이 ‘니므롯’입니다. 세상은 니므롯을 위대하게 여겼지만, 그가 하나님을 반역하였기에 결국 영원히 멸망받을 뿐이었습니다. 구약 속 니므롯의 땅이라고 전해지는 곳으로 가 보겠습니다.
터키 동부 지역 산르우르파는 아나톨리아(소아시아)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연결하는 요지인데, 고대 영걸(英傑) 니므롯 세력이 지배하던 지역으로 알려졌다(창10:8~12). 이곳에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사원이 세워졌는데 그 때문에 니므롯 왕과 아브라함의 악연(惡緣)에 관한 전승이 있다.
니므롯 왕은 산르우르파 사람들에게 우상숭배를 금하도록 가르치는 아브라함을 화형에 처하려 했다. 하나님은 그 불을 물로 바꾸셨고 그 장작들을 물고기들로 변화하게 하셨다는 전승이 있다. 또 아브라함에게 자신의 왕좌를 빼앗길까 두려워한 니므롯 왕은 아브라함의 탄생부터 막으려고 임신 중인 아브라함의 모친을 살해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같이 니므롯 이야기는 복음의 역사와 대치되며 펼쳐지고 있다.
산르우르파에 있는 거대한 성채 ‘니므롯 보좌’는 아브라함과 숙적 관계에 놓여 있던 니므롯 왕의 세력이 어떠했는지 상징해 주고 있다. 이후 역사에서 니므롯 후손이 하나님을 거역했던 흔적은 넴루트 산 정상에서 절정을 이룬다.
주전 80년부터 니므롯 지역에는 콤마게네 왕국이 들어선다. 왕 안티오쿠스 1세는 넴루트 산 정상에 거대한 신전을 건설했다. 제단 안뜰의 사자(獅子) 부조상은 몸체를 별들로 장식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궁도(天宮圖)인 셈이다. 이 별들은 안티오쿠스 1세 왕의 계승일인 주전 62년 7월 7일을 가리킨다고 한다. 안티오쿠스 1세는 넴루트 산 정상에 2m 높이로 신들과 조상들의 석상(石像)을 세웠고 그와 함께 자신의 석상도 만들어 자신을 신격화했다. 그러나 현재 석상의 머리 부분은 모두 몸체에서 떨어져 나가 땅에 함부로 뒹굴고 있다. 하나님께 대항했던 교만한 인간 역사의 결과를 여실히 말해 주고 있다.
윤석전 목사: 넴루트 산은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낯선데, 성경에는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요?
오택현 교수: 터키 사람들은 넴루트 산과 주변 지역을 구약 성경 속 니므롯의 지역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니므롯이 지배한 지역은 하나님을 배반하고 패역한 역사가 시작된 곳이고, 그 결과 하나님께 심판받은 장소로 잘 알려졌습니다. 창세기 10장을 보면, 니므롯은 노아의 저주받은 아들 함의 손자이며, 구스의 아들입니다. 성경에는 니므롯을 ‘세상에 처음 영걸’(창10:8), ‘여호와 앞에서는 특이한 사냥꾼’(창10:9)이라고 말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니므롯은 메소포타미아를 처음 정복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니므롯은 커다란 성읍인 니느웨, 르호보딜, 레센, 갈라 등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성을 만들고 당대에 성공한 사람으로 보였지만, 니므롯의 이후 역사는 하나님께 배반·패역한 역사로 점철되었습니다. 니므롯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겠지만, 바벨탑 사건이 일어났고, 니므롯 왕국이 시작된 장소인 시날 평지를 기억하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믿지 않고 하나님께 대항하려고 바벨탑을 쌓아 인간의 교만한 모습을 극치로 드러낸 그 장소가 니므롯 왕국 영내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언어를 혼란하게 하시고 그들을 흩으셔서 심판하셨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니므롯의 배반 역사가 그때로 끝나지 않고 그 지역에서 계속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윤석전 목사: 많은 사람이 넴루트 산 지역과 구약 속 니므롯 지역을 동일시하는데, 전승에 불과한지 성경에 근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윤종 교수: 창세기 10장 10절을 보면 “그(니므롯)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으며”라고 했습니다. 시날 땅은 고대 수메르 지역, 현재 이라크입니다. 바벨은 바벨론이고, 에렉은 우륵이라는 고대 도시, 악갓은 아카드, 갈레는 니므롯 지역입니다. 이들은 모두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에 있습니다. 따라서 니므롯을 터키 지역과 연관해서 말하는 것은 후대의 전승(傳承)이라 하겠습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에 등장하는 니므롯이 후대에는 왜 반역한 인물의 전형으로 등장하는지 궁금합니다.
유윤종 교수: 니므롯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특이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어원이 ‘마라드’라는 동사에서 왔는데, 그 뜻이 ‘반역하다’여서 자연스럽게 반역의 의미가 형성됐습니다. 또 공교롭게도 시날 땅 왕으로 성경에 등장합니다. 시날은 나중에 바벨탑 사건이 시작된 땅이니까 바벨탑을 쌓은 반역의 이미지가 또 형성된 것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여호와 앞에서 사냥꾼”이라는 말을 ‘여호와께 대항하는 사냥꾼’이라는 뜻으로 풀이하여 반역 이미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짐승만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사냥해서 같이 하나님께 대항하도록 몰아세우는 폭군 이미지로 해석됩니다.
윤석전 목사: ‘니므롯’이라는 인물의 역사적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윤종 교수: 실제 니므롯이라는 인물을 둘러싼 논쟁은 상당히 복잡하고 난해합니다. 먼저 신화 속의 인물과 연관해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메르의 전쟁과 사냥의 신 니놀타, 니들슈와 연관해서 니므롯을 사냥의 신과 연결했습니다. 또 반역의 왕을 의미하는 죽음의 신 ‘네르갈’과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또 바벨론에서 가장 힘이 센 마르둑 신과 연결하기도 했고, 오리온 별자리와 연결하여 니므롯을 ‘빛나는 별’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길가메쉬라는 고대 근동의 유명한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의 성격과 니므롯이 상당히 유사했기 때문에 길가메쉬를 니므롯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세계 8대 불가사의(不可思議) 중 하나이며 하나님을 향한 반역 역사가 스며든 넴루트 산으로 가 보겠습니다.
산르우르파를 출발해 하란을 지나가다 보면 넴루트 산이 있다. 주전 80년부터 주후 72년까지 이 지역은 콤마게네 왕국의 영토였으나 왕국은 로마와 벌인 전쟁으로 패망하고 만다. 넴루트 산 정상에 오르면 콤마게네 왕국 안티오쿠스 1세가 세운 웅장한 제단이 나타난다. 왕은 말했다. 신들과 조상들을 숭배하는 신앙심을 보이고자 내가 이 제단을 세웠노라.
안티오쿠스 1세는 이 제단 속에 자신의 석상도 거대하게 세웠는데 이것은 신들과 같은 위치에 서고 싶은 교만의 극치였다. 오늘날 땅에 떨어진 두상과 목 없는 제단이 말해 주듯, 그 결과는 파멸이었다.
<사진설명> 세계 8대 불가사의 넴루트 산 거대 석상
주전 80년부터 니므롯 지역에는 콤마게네 왕국이 들어선다. 왕 안티오쿠스 1세는 2100m가 넘는 넴루트 산 정상에 8~9m 높이로 신들과 조상들의 석상(石像)을 세웠고 그와 함께 자신의 석상도 만들어 자신을 신격화했다. 현재 석상의 머리 부분(2m)은 모두 몸체에서 떨어져 나가 땅에 함부로 뒹굴고 있다. 하나님께 대항했던 교만한 인간 역사의 결과를 여실히 말해 준다. 아래 사진 두상은 이 거대한 석상 신전을 지은 주인 안티오쿠스 1세의 것.
윤석전 목사: 성서 시대 이후에 이곳에서는 어떤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바벨탑 사건 이후에도 넴루트 지역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패역한 역사가 계속 나타났습니다. 산르우르파 지역을 순례할 때 그곳에서 아브라함과 관련한 여러 전설을 들었습니다. 그 전설 속에서 아브라함의 출생을 방해했던 왕, 그리고 아브라함이 우상숭배를 하지 못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자 아브라함을 잡아 화형에 처하려 했던 왕이 모두 ‘넴루트’ 왕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니므롯 왕이었다는 것입니다. 창세 시대 이후 아브라함 시대까지도 넴루트 왕의 우상숭배 전통과 하나님을 향한 패역의 역사가 계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전 8세기 예언자인 미가는 “베들레헴 에브라다”라며 메시아 탄생을 외친 연장선에서 “그들이 칼로 앗수르 땅으 황폐하게 하며 니므롯 땅 어귀를 황폐하게 하리라”(미5:6)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앗시리아와 더불어 니므롯은 멸망할 수밖에 없는 나쁜 나라요, 하나님을 향해 패역을 행한 나라라고 외친 것입니다.
주전 8세기까지도 니므롯의 옳지 않은 행동이 내려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중간 시대에서는 콤마게네라는 왕국이 세워졌는데, 그때도 우상숭배가 자행되었습니다. 여기서는 한술 더 떠서 왕을 신성시하여 많은 사람이 자신을 섬기도록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상숭배 반역의 역사가 니므롯 지역에서 끝없이 흘러내려 오고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윤석전 목사: ‘콤마게네’ 왕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유윤종 교수: 역사상에 나타나는 콤마게네 왕국은 작은 왕국이었습니다. 첫 언급은 주전 8세기경 앗시리아 기록에 나옵니다. 앗시리아에 병합되었다가 페르시아 시대, 그리스 시대를 거치면서 페르시아 문화와 그리스 문화가 혼합합니다. 가장 유명한 왕은 안티오쿠스 1세인데, 그는 셀류시드 왕조의 안티오크스와는 다른 인물입니다. 이 왕이 무덤과 석상들을 세우고, 마지막 72년에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에 의해 로마에 합병되면서 끝을 내게 됩니다. 넴루트 산은 ‘신들의 고향’이라 할 만큼 많은 종교가 혼합된 곳임을 볼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콤마게네 왕국 안티오쿠스 1세의 분묘인 넴루트 산 신전은 세계 8대 불가사의(不可思議)라고 부릅니다. 그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넴루트 산 정상은 2100m 높이입니다. 산 정상에는 지름 150m, 높이 50m 왕릉이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흙이 아니라 돌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자그만 돌을 산 밑에서 끌어올려 산 정상에 거대한 왕릉을 지은 것이지요. 분위기가 매우 신비롭습니다.
동쪽에서 해 뜰 때 신상을 바라보면 갑자기 붉게 물드는 그 광경이 사람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서쪽 제단에서 바라보면 제단은 핏빛을 연상시키면서 사람을 숙연하게 합니다. 안티오쿠스 1세는 이런 점을 노리고 신비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을 신(神)의 반열에 올려놓고 우상숭배를 자행했습니다.
이런 멋진 장면을 바라보지만, 기독교인은 이곳에 가면 이곳이 우상숭배의 장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상숭배자의 말로가 이처럼 처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신전은 문화적 가치는 있지만 영적 가치는 전혀 없는, 오히려 하나님을 대적하고 우상숭배한 신전이라고 이해됩니다.
윤석전 목사: 니므롯은 노아의 후손 중, 저주받은 자의 후손이었습니다. 저주와 죄 등 수많은 사건 속에서 그들이 하나님을 대적하고 찬란한 문화, 힘, 불가사의한 사건을 만들어서 자기 자신들의 위대함을 드러내려고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그 찬란한 역사가 하나님 앞에서 어느 땐가 무너져 내렸음을 분명히 보여 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떠나거나 하나님께 도전한 사람이 잘되는 모습을 보고 믿는 사람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돌이키지 않으면 희망은 없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거듭나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주님이 주신 축복으로 후손까지 모두 복을 받기 원합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2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