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5-09 13:53:31 ]
에덴동산에서 발원한 유프라테스 강
계시록엔 아마겟돈 발발지로 언급
중류 고대 도시 마리(Mari) 유적서 짐승 쪼개 마주 놓고 지나가는
고대 계약 체결 방식 발견돼 창세기 15장 난해 구절 해석에 큰 역할
율법 어기면 포로로 잡혀 건너갔던 이 강은
유대인의 ‘믿음의 척도’ 겸 동쪽 경계선
우리도 약속의 말씀 지켜 믿음의 땅 지켜야
- 진행 윤석전 목사 (연세중앙교회 담임)
- 오택현 교수 (영남신학대학교 구약학)
- 유윤종 교수 (평택대학교 구약학)
윤석전 목사: 문명이 발전한 도시에 가 보면 항상 그 한복판에 강이 흐릅니다. 에덴동산에도 아름다운 강이 네 개나 흘렀는데 그중 성경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강이 유프라테스입니다. 요한계시록 16장에 마지막 때는 유프라테스 강이 마르는 날이 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선지자 에스겔은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와서 고통스럽게 노동하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통곡하며 선지자 활동을 했습니다. 유프라테스가 성경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이며 중동 최대 강인 유프라테스로 향했다. 길이 2800km인 이 거대한 강에 터키 정부는 댐을 여럿 세웠다. 그중 아타튀르크 댐은 세계에서 셋째 가는 다목적 댐이다. 터키는 댐의 물로 농업용수와 식수를 해결한다. 하지만 강의 흐름을 차단해 현재 이라크인과 시리아인은 생존을 크게 위협받고 있다.
윤석전 목사: 구약 성경에 여러 차례 언급된 유프라테스 강이 어떤 강인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중동 최대의 강인 유프라테스는 터키에서 발원해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로 흘러갑니다. 티그리스 강은 ‘화살’이라고 부를 정도로 물살이 세고 수량이 많은 데 비해, 유프라테스 강은 강둑이 낮고 물살이 완만합니다. 페르시아 만(灣)을 거쳐 지중해로 가는 중요한 교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유프라테스 강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해상교통이 매우 발달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티그리스 강은 구약 성경에 두 번 언급됐지만, 유프라테스 강은 이스라엘과 가까워 열여덟 번이나 기술했습니다. 창세기 2장 14절에 “에덴동산에서 발원한 유프라테스 강”이라고 기록했고, 이스라엘의 이상적인 영토를 표시할 때 “서쪽으로는 지중해, 동쪽으로는 유프라테스 강”라고 말합니다. 그 외에 구약의 굵직한 사건에는 항상 유프라테스 강이 관련됐습니다. 신약 성경 요한계시록에는 유프라테스 강을 두 번 언급했습니다. 첫째, “큰 강 유브라데에 결박한 네 천사를 놓아주라 하매 네 천사가 놓였으니 그들은 그 년 월 일 시에 이르러 사람 삼분의 일을 죽이기로 준비된 자들이더라”고 했습니다. 또 요한계시록에는 아마겟돈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진다고 했습니다. 창세기 창조부터 요한계시록 종말까지 성경 역사와 뗄 수 없는 강이 ‘유프라테스’입니다.
윤석전 목사: 유프라테스 강이 지닌 신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유윤종 교수: 유프라테스 강은 창세기 2장에 기록되었듯, 에덴동산을 흘러가는 네 강 중 하나입니다. 구약 성경에서 ‘큰 강’이라 칭했고, ‘강’ 하면 대부분 유프라테스 강을 의미합니다. 창세기 15장 18절에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의 경계 중에 유프라테스 강이 등장합니다. ‘유프라테스 강 건너편’은 그들의 조상들이 이방 신을 섬기던 곳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율법을 잘 지킬 때는 ‘약속의 땅’ 경계를 든든히 해 주셨습니다. 율법을 잘 지키지 못했을 때는 약속의 땅을 회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망해서 유프라테스 강을 다시 건너가야 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성서 속 유프라테스 강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은 땅의 경계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의 믿음을 잴 수 있는 ‘믿음의 척도’ ‘믿음의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유프라테스 강 주위에 성경과 관련한 유적이 많을 텐데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믿음의 조상이 살았던 역사적·지리적 공간과 일치하는 장소가 많습니다. 따라서 믿음의 조상들이 살아온 모습을 밝혀 줄 만한 유적이 유프라테스 강 근처에서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마리(Mari)’ 유적입니다. ‘마리’는 주전 18세기에 발전한 도시입니다. 이 도시에는 하나님과 아브라함이 언약을 체결하는 창세기 15장의 의미를 밝혀 주는 열쇠가 있습니다. 둘째로 중요한 도시는 ‘우르(Ur)’입니다. 영국 고고학자 울리(Charles Leonard Woolley) 박사가 유적을 발견한 후 이곳을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고향 ‘갈대아우르’로 추정했고, 많은 학자가 그 주장을 따르고 있습니다. 셋째로 중요한 장소는 바벨론(Babylon)입니다. 이 도시는 유다 사람들이 바벨론 제국에 멸망하고 포로로 잡혀 와 거처한 곳입니다. 선지자 에스겔은 바벨론 근방에 있는 유프라테스 강 지류인 그발 강가에서 하나님께 소명을 받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유프라테스 강 주위에는 구약성서와 관련한 많은 유적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시리아를 흐르는 유프라테스 강 중류 지역에는 메소포타미아 고대 유적지 ‘마리’가 있다. 현재 텔 하리리(Tell Hariri)로 부르는 마리는 유프라테스 강의 풍부한 수량이 이루어 낸 군사·상업의 주요 거점이었다.
마리 유적은 프랑스 고고학자 앙드레 파로(Andr Parrot)가 1933년부터 1960년까지 발굴을 진행했다. 이곳에서 나온 유물들은 당시 이 도시국가가 얼마나 화려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특히 토판 문서 2만 5000여 점에는 고대의 계약 체결 방식을 기록해 놓아 구약 성경 창세기 15장을 이해하는 배경사를 제공한다.
<사진설명> 유프라테스 강가에 있는 텔 하리리에서 발견된 고대 도시 마리(Mari)의 유적. 1933년 프랑스 고고학자가 발굴하여 기원전 18세기경에 마리 왕국을 재건한 ‘짐리-림’ 왕의 궁전 유적이 드러났다. 여기서 토판 문서 2만 5000여 점과 조각상, 채색벽화 등 많은 유물이 발견됐다. 또 토판 문서를 통해 아브라함이 살던 시대를 재조명할 수 있게 돼 특정 성구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또 토판 문서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성경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벨렉, 스룩, 나홀, 데라 및 하란과 같은 성경의 이름들이다. 마리 도시 유적은 현재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윤석전 목사: 마리에서 발견한 토판 문서에, 고대 근동 지역에서 사용된 계약 체결 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창세기 15장 내용은 일반 성도들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가나안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시자 아브라함이 삼 년 된 암소와 삼 년 된 염소와 삼 년 된 수양과 산비둘기와 집비둘기 새끼를 취해 반으로 쪼개서 그 쪼갠 것을 마주 보게 놓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리 문서를 발견하기 전까지 이처럼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에서 짐승을 쪼개는 의미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마리 문서에 의하면 이는 계약을 체결할 때 행위라고 합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 짐승을 반으로 쪼갠 후, 계약 당사자들이 상대의 손을 잡고 그 쪼갠 짐승 사이로 지나가는 의식을 행했다고 합니다. 만약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쪼개진 짐승처럼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될 테니 계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식을 치르는 것입니다. 창세기 15장 17절을 보면 쪼갠 짐승 사이로 아브라함과 하나님이 함께 지나가지 아니하고 풀무 불 모양으로 하나님께서 홀로 지나가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나안 땅을 주겠다는 약속은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선언하신 것입니다. 즉 하나님의 편무적(片務的) 계약으로 “내가 너희에게 이것을 주겠다”는 은혜의 선언을 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마리 문서는 창세기 15장과 같은 난해한 문서를 해석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마리 문서에 나타난 구약 시대의 사회적 관습과 관련한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유윤종 교수: 마리 문서는 장자권(長子勸) 문제, 양자(養子)를 삼는 문제 등 창세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또 마리 문서에 나타난 사람들의 이름은 ‘야곱엘’, ‘아브람’, ‘베냐민’, ‘스블론’ 등 창세기에 나타난 이름과 같습니다. 동일한 인물을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보편적인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마리 문서는 예언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마리 문서에 예언자들의 다양한 직책이 나오고, 예언자들이 선포한 메시지가 등장합니다. 이로 볼 때 당시 예언 활동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기록상 마리 문서는 고대 근동 지역에서 한 예언 활동을 처음으로 기록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마리 문서로 구약 성경과 고대 근동 지역을 이해할 만큼, 도시 마리의 문화 수준이 높다고 합니다. ‘마리’는 어떤 도시였는지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유윤종 교수: ‘마리’는 주전 3000년부터 주전 1759년 바빌론 왕 함무라비에 의해서 멸망할 때까지 국가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마리는 주전 2350년경에 아카드 왕 사르곤(Sargon) 대제에게 점령당한 기록도 있습니다. 유프라테스 강 유역 교통의 요지에서 그 당시에 중요한 국가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주전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마리는 가장 강력한 국가를 형성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왕은 짐리-림(Zimri-Lim)입니다. 함무라비와 패권을 다투고 각축전을 펼치다 결국 함무라비에 의해 멸망합니다. 유적을 살펴보면, 마리 왕은 방이 300개나 딸린 궁에 살았습니다. 또 마리 왕국 도서관에서 나온 토판문서 25000점을 살펴보면 마리 왕이 얼마나 막강한 부와 권력 자랑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요한계시록을 보면 말세에 유프라테스 강에서 큰 전쟁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현재 그런 기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요한계시록 말씀을 그대로 옮겨와서 현실에 적용하면 문제가 있지만,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무서운 분쟁의 소지가 있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터키는 이 지역에 세계에서 셋째로 큰 아타튀르크 댐을 세웠습니다. 따라서 하류로 흘러가는 수량이 상당히 줄고, 대부분 국토가 사막인 시리아와 이라크가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터키 정부는 이런 불만을 무마하려고 물을 초당 500t씩 하류로 계속 내려보내겠다 약속해 미봉책으로 분쟁을 잠재웠습니다. 만약 터키 상류에 무서운 가뭄이 와서 자국민들이 목말라 한다면 하류로 물을 흘려보내지 않게 됩니다. 시리아와 이라크 사람들은 생존 위협을 느껴 최악의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의 땅을 주기로 하셨는데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그 약속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유윤종 교수: 구약 성서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는 다윗과 솔로몬이 재위할 때입니다. 열왕기상 4장 21절을 보면 ‘하수’에서 블레셋 사람의 땅, 애굽 지경이 경계선으로 나옵니다. 여기에서 ‘하수(河水)’는 유프라테스 강을 의미합니다. 다윗과 솔로몬 시대와 같이 넓은 땅을 차지한 적은 그 이전에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창세기에 보면 인류문명의 시작은 에덴동산에서 발원한 유프라테스 강을 비롯한 네 강을 중심으로 하였고, 요한계시록에 보면 인류 최후의 전쟁 역시 유프라테스 강에서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시작하고 끝을 내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중요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 앞에 순종할 때는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을 소유했지만, 불순종할 때는 빼앗겼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말씀 안에서 축복을 누리고, 그 축복을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경계선을 잘 지켜 항상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2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