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7-10 15:04:31 ]
과거의 전통을 보존하는 ‘올드시티’ 젊은 생기로 가득한 ‘뉴시티’로 구분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가 공존하는 중동의 ‘화약고’ 예루살렘
윤석전 목사: 예루살렘은 세계인들이 관심을 두지만 사람이 살기는 힘든 땅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곳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민14:8)’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직접 눈으로 이곳 지형을 살펴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예루살렘의 지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예루살렘의 동쪽과 남쪽으로 뻗어 있는 기드론 골짜기(Kidron Valley)는 예루살렘을 천혜(天惠)의 요새로 만들어 주고 있다. 현재 기드론 골짜기로 통하는 황금 문(Golden Gate)은 막혔지만, 유대인은 마지막 날, 황금 문이 열리고 메시야가 이곳으로 입성한다고 믿고 있다. 그때, 가장 먼저 부활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기드론 골짜기에 묻혀 거대한 묘지를 형성하였다. 유대인은 이미 오신 메시아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사진설명> 기드론 골짜기는 예루살렘과 감람산 사이에 있다. 예루살렘 동쪽과 남쪽으로 뻗어 있어 예루살렘을 천혜(天惠)의 요새로 만들어 준다. 기드론 골짜기로 통하는 황금 문은 막혀 있다. 유대인은 마지막 날, 이 황금문이 열리고 메시아가 이곳으로 입성한다고 믿는다. 그때 가장 먼저 부활하고 싶은 사람들은 기드론 골짜기에 묻혀 거대한 묘지를 형성하였다.
예루살렘 서쪽 경계선 ‘힌놈 골짜기(Hinnom Valley)’는 어린이를 제물로 바쳤다는 몰록(Moloch) 신 제단이 있던 곳이다(왕상11:7). 주전 6세기 요시야 왕(B.C.640~B.C.609)이 개혁을 일으켜 우상 제단을 무너뜨렸고, 이후 힌놈 골짜기는 시체를 버리는 장소로 전락했다. 지금은 순례 장소라고 여길 수 없을 만큼 쓰레기 밭이다. 구약성경은 힌놈 골짜기를 ‘살륙의 골짜기’(렘19:6)라 지칭했다. 신약 시대에는 예수를 판 가룟 유다가 이곳에서 목을 매어 목숨을 끊었다고 하여 아겔다마(Akeldama), 즉 ‘피밭’이라고 부른다(행1:18~19;마27:6, 8).
<사진설명> 힌놈 골짜기는 예루살렘 남서쪽에 있다. 어린이를 제물로 바쳤다는 몰록신 제단이 있었는데 요시야왕이 개혁을 일으켜 우상 제단을 무너뜨린 후 시체를 버리는 장소로 전락했다. 이곳에 아겔다마(Akeldama)가 있다. 은 30전에 예수를 판 가룟 유다가 목을 매어 목숨을 끊은 장소여서 ‘피밭(아겔다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윤석전 목사: 예루살렘의 지형을 설명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예루살렘은 중앙 산악지대에 있는 도시입니다. 해발 780m이며, 삼면이 골짜기로 둘러싸인 난공불락의 요새입니다. 동쪽과 남쪽에는 기드론 골짜기가 있고, 서쪽에는 힌놈 골짜기가 있습니다. 가운데 중앙 계곡이 있어서 사실상 예루살렘을 동·서·남쪽에서는 공격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천혜의 요새인 까닭에 이곳을 다스리던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다윗은 상당한 지략가여서 정면 공략이 불가능할 줄 알고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예루살렘 성 밖 기혼 샘물이 성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기혼 샘물은 지하 터널을 통해 예루살렘 성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성안에서는 수직갱(垂直坑)을 파서 우물처럼 물을 퍼 올렸는데 다윗이 이 구조를 알고 있었습니다. 다윗의 군사들은 밤에 몰래 수로를 타고 올라가 예루살렘을 점령합니다. 이처럼 예루살렘은 적이 쳐들어올 곳이 골짜기가 없는 북쪽뿐입니다. 예레미야 1장 14절에도 모든 적은 ‘북방에서 오는 적’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예루살렘 기후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왕대일 교수: 예루살렘의 기후는 우기와 건기로 나뉩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지만, 이스라엘은 두 계절만 있는 셈입니다. 가을과 겨울은 우기, 봄과 여름은 건기에 해당합니다. 땅은 좁지만 지세가 험하기에, 해발 고도에 따라 기후가 변화무쌍합니다. 욥바(Joppa)는 서부 해안지대에 있고 날씨는 따뜻합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중부 산악지대는 우리나라 북한산 꼭대기와 같습니다. 그곳에 예루살렘과 여리고가 있는데 서부 해안지대와는 정반대 날씨여서 겨울 강추위에는 두꺼운 옷 없이는 견딜 수 없습니다. 중부 산악지대를 지나서 내려가면 여리고, 요단강, 사해가 있습니다. 해발(海拔) 밑에 있어서 우기와 건기에 매우 건조하고 무덥습니다. 이사야 30장 6절 말씀을 보면 예루살렘을 ‘독사와 불뱀이 나오는 위험하고 곤고한 땅’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변화무쌍한 계절 변화와 기후 상태로 볼 때, 하나님께서 성지를 찾는 우리에게 “너희는 땅을 의지하며 살지 말고 하나님의 섭리를 받들어 하늘에 소망을 두고 살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윤석전 목사: 예루살렘은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지만, 하나님은 이곳을 택하셔서 거룩한 땅으로 사용하셨습니다. 현재 예루살렘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현재 예루살렘 모습은 동예루살렘과 서예루살렘 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예루살렘 지역은 45㎢, 동예루살렘 지역은 70㎢, 전체 115㎢인 도시입니다. 이 중 성에 둘러싸인 한가운데 지점에 1㎢쯤 되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를 구(舊)예루살렘이라고 부릅니다. 성지 순례를 가면 가장 많은 유물과 유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현재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 1세(A.D.1494~A.D.1566)가 재건한 것(재건 A.D.1537~A.D.1542)입니다. 400년 넘은 이곳 성터에는 기독교의 중요한 유물이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곳은 성전산(聖殿山)입니다. 이곳엔 현재 이슬람 모스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맞은편에는 성전산을 쉽게 볼 수 있는 감람산과 예루살렘에서 가장 높은 시온산이 있습니다. 주변에는 ‘사도 야고보 무덤 교회’ 등 유적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영원한 본향 예루살렘은 구예루살렘과 신예루살렘으로 구분된다. 구예루살렘은 주후 16세기 오스만 제국이 세운 4㎞ 성벽에 둘러싸인 주요 성지 순례 코스다. 1967년 ‘6일 전쟁’(6월 5~10일)에서 이스라엘은 요르단에 뺏긴 ‘서쪽 성벽’을 되찾았다. 이 성벽을 지나 성곽 밖으로 나가면 ‘메아 쉐아림 거리(Mea Shearim Street)’가 나온다. 이곳은 일종의 유폐된 마을인데, 유대인 스스로 이방인의 접근을 막고 유대교 전통을 고수하려고 만든 도시다. 외부 차량이 안식일에 이 거리를 통과하면 안식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유대인에게 테러를 당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메아 쉐아림 중심가도 일반 도시의 특징을 드러낸다. 비록 다채로운 패션은 없고, 검은색과 흰색이 넘치는 거리지만, 젊은이들이 뿜어내는 생기로 채워진다. 상점 쇼윈도 불빛은 이 거리가 현대화한 도시임을 보여 준다. 예루살렘의 젊은이가 즐겨 찾는 ‘벤 예후다 거리’(Ben Yehuda Street)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바뀐다. 이스라엘 독립 후 급속도로 성장한 신(新)예루살렘은 현대 신도시다. 길거리에는 젊은이들이 펼치는 각종 이벤트가 넘치고 춤판이 열린다. 테러가 잦은 위험 지역이지만 그것이 젊음의 열정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젊은 유대인에게는 선택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전통적 자부심보다는 자본주의의 풍족함에 대한 열망이 더욱 앞선다. 이것이 예루살렘 주민 간 세대 차의 원인이라고 한다. 현대화하고 세대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21세기 예루살렘.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거룩한 땅이다.
윤석전 목사: 네 구역으로 나뉜 구예루살렘을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구예루살렘 지역은 1㎢ 규모인 작은 공간이지만 이슬람·기독교·유대인·아르메니아, 네 지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먼저 성전산을 포함한 이슬람 지역은 그중 가장 넓습니다. 비아 돌로로사(십자가의 길)가 시작되는 곳이며, 아랍 사람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습니다. 기독교 지역은 로마 가톨릭 또는 그리스 정교회 등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에 성묘교회가 있어서 개신교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장소입니다. 유대인 지역은 1967년 6일 전쟁 때 대대적으로 정리됐습니다. 통곡의 벽이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마지막은 아르메니아 지역입니다. 아르메니아는 주후 301년 기독교를 세계 최초로 공인한 나라입니다. 주변 강대국의 핍박을 피해서 이곳 이스라엘에 와서 살았습니다. 이 지역에는 시온산과 마리아 영면(永眠)교회, 야고보 대교회가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다는 정통파 유대인이 사는 마을을 소개해 주세요.
왕대일 교수: 예루살렘 구시가지 성곽 밖에 ‘메아 쉐아림’이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유폐된 마을로 *게토(ghetto)라고도 부릅니다. 이곳은 유대교 정통을 보존하고자 유대인 스스로 만든 마을입니다. 마을을 찾아가면 남자들은 사시사철 하얀 와이셔츠에 검정 양복,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중절모를 쓰고 지냅니다. 옆머리는 내려오고 턱수염을 기르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길고 겸손한 복장을 하고 다닙니다. 유대인의 복장입니다. 사용하는 언어는 히브리어와 이디시어입니다. 이 마을에는 탈무드(유대교 율법서)와 토라(모세오경)를 가르치는 학교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습니다. 유대인 정신을 이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순례객도 단정한 복장을 해야 이곳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구예루살렘에 성전 터가 있는데 왜 하필 이곳에 성전 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왕대일 교수: 구예루살렘 성곽 동남쪽에 성전 터가 있습니다(가로 300m, 세로 500m). 이곳을 성전 터로 삼은 이유는 역대하 3장 1절에 보면 “솔로몬이 예루살렘 모리아 산에 여호와의 전(殿) 건축하기를 시작하니”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성전 터’는 하나님 말씀과 순종과 희생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임재하시면 그곳이 바로 성전 터가 됩니다. 우리도 희생과 감사와 순종하며 살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전 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예루살렘에 ‘황금의 도시’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보통 많은 분이 예루살렘 성전산 위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 지붕이 황금으로 돼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루살렘을 ‘황금의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예루살렘 도시는 베이지색 수성암을 건축 재료로 사용해 햇빛이 반사되면서 마치 온 도시에 황금을 뿌려 놓은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됩니다. 또 1967년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지역을 점령한 다음에는 “건축 시에는 베이지색 수성암으로만 지어야 한다”고 법을 정했습니다. 그 후 더 ‘황금의 도시’라고 부릅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 속에 예루살렘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라고 했는데 현재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땅이 됐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왕대일 교수: 신명기 11장 10~12절 말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너희가 출애굽 한 땅 애굽은 발로 물을 대는 곳이지만 가나안은 비를 흡수하는 땅”이라고 했습니다. 애굽은 물이 풍족하고 관개시설도 잘돼 있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땅은 그에 비해 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성경에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권고하시는 땅이라 세초부터 세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11:12)”라고 말씀합니다. 사람 눈에는 척박해 보이는 땅이지만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로 살 수 있다’라는 깨달음을 주는 교육의 장이 바로 성지 예루살렘입니다.
윤석전 목사: 과거 예루살렘 성전은 대단한 규모였지만 현재는 성전 터만 남아 있습니다. 진정한 성전은 주님을 모신 우리의 심령입니다. 고린도전서 3장 16절에 “너희가 하나님의 전인 것을 알지 못하느냐”라고 했습니다. 바로 우리가 주님 모신 성전입니다. 우리 주님이 주신 위대한 축복, 예루살렘에 이루어진 역사가 우리 안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예루살렘보다도 훨씬 위대한 성전 안에서 주님과 함께 우리는 영원히 살게 될 것입니다.
*게토: 중세에 유대인을 강제로 격리한 일정한 거주구를 지칭. 이와 달리 나치스 독일은 반유대주의 사고방식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 등 점유지에 게토를 설치해서 유대인을 가두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3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