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 ‘성서의 땅을 가다’(80)] 히스기야 터널에 숨겨진 놀라운 지혜

등록날짜 [ 2017-08-17 15:50:40 ]

유일신 여호와 하나님만 섬기고자 반(反)아시리아 정책 펼친 히스기야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터널 건설해

기드론 시내로 흐르던 기혼샘 아래 533m에 이르는 S자형 터널 뚫어
예루살렘 성안으로 샘물 끌어들여

오늘날 이스라엘 민족에게
확고한 국가관과 환경을 이기는 믿음 전해 주는 귀한 고고학적 유물


윤석전 목사: 물이 부족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물은 곧 생명입니다. 예루살렘은 난공불락의 산꼭대기여서 물이 나올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히스기야는 터널을 뚫어 기혼샘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예루살렘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B.C. 1000년, 여부스족을 몰아내고 다윗이 최초로 정복했던 작은 성읍 다윗 성은 현재 그 일부만 남아 있다. 다윗 성에는 기드론 계곡의 기혼샘 물을 끌어들여 만든 히스기야 터널이 있다. 2700년 전에 땅속 바위를 뚫어서 만든 터널 주변은 현재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교육의 장이어서 방문하는 이들로 늘 붐빈다. 수로 외의 공간에는 모래 둔덕과 바위들이 버려져 있다.

기혼샘 물이 성안으로 들어오게 만든 히스기야 터널은 전체 길이 533m, 물 깊이 약 20~80cm이며 S자형이다. 터널에는 당시 석공들의 뛰어난 솜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믿음을 지키기 위해 터널을 파내야 했던 이스라엘 민족. 그들이 올린 간절한 기도는 응답됐다. 살기등등한 아시리아는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철수한 것이다. 아시리아 대군은 물이 말라 버린 기드론 계곡에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 히스기야 터널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의 선물이었다.


윤석전 목사: 기혼샘이 어떤 곳인지 알려 주세요.

오택현 교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도시를 형성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지리적으로는 높은 지대에 있어서 방비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합니다. 예루살렘은 높은 곳에 있고, 기드론 계곡이 있어서 지리 면에서는 완벽했습니다. 물을 공급해 주던 기혼샘은 ‘물이 뿜어 오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지하수의 수압이 세서 하루 물 200~1000톤이 뿜어져 올라옵니다. 성경에서 기혼샘은 다윗이 수로를 통해 예루살렘을 점령했다는 기록에 처음 등장합니다. 솔로몬은 이곳 기혼샘에서 기름 부음받아 왕이 되었습니다.

윤석전 목사: 히스기야왕이 터널을 파서 기혼샘 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히스기야는 유다가 외세의 침략이나 간섭을 받지 않는 정치적인 독립과 유일신 하나님을 섬기는 종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개혁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된 나라가 ‘아시리아(B.C.605~B.C.24)’입니다. 아시리아는 유다를 자기 속국으로 두려 했고, 아시리아 종교를 강요했습니다. 히스기야는 철저하게 반(反)아시리아 정책을 폈으며, 아시리아의 종교를 거부하고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유일 신앙을 세우려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시리아의 응징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히스기야는 여기에 대비해 예루살렘 성을 다시 쌓았습니다. 기혼샘은 예루살렘 성으로도 흘러가고 기드론 시내로도 흘러갔습니다. 기드론 시내로 흘러가면 아시리아 사람들이 마실 터이기에 이를 차단하고자 지하 터널을 533m 뚫어 기혼샘을 모두 예루살렘 성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따라서 아시리아가 아무리 오랫동안 성 밖에서 대치해도 성 내에서 식수를 풍부히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윤석전 목사: 히스기야 터널을 S자로 뚫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성서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두 가지로 추측했습니다. 첫째, 직선으로 뚫으면 터널 사이 지상에 유다왕의 묘지가 있기에 이를 피하려고 S자로 뚫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바위의 균열을 고려해 터널을 파다 보니 S자가 되었다고 추측합니다.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민족은 ‘우리는 절대로 아시리아에 당하지 않는다’는 국가관이 확고해서 히스기야 터널에 대한 보존 의식이 높았는데, 이를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왕대일 교수: 히스기야왕 재위 당시에는 아시리아 제국(帝國)이 세계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독립해서 남아 있는 국가는 서아시아 남유다왕국뿐이었습니다. 당시 아시리아 산헤립 군대 18만 5000명이 쳐들어와서 예루살렘을 제외한 유다 땅을 모두 장악했습니다. 이미 사마리아가 무너졌고 난공불락 요새들도 다 무너졌습니다. 성안으로 물을 끌어들인 예루살렘만 무너지지 않고 생존하였습니다. 시편 78편에 기록된 것이 그런 역사적인 배경에서 이구동성으로 신앙고백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독립 의지의 상징도 되고, 하나님께서 시온을 지켜 난공불락의 바위가 된다는 고백의 의미들이 히스기야 터널에 담겨 있습니다.


<사진설명> 히스기야 터널을 탐험 중인 윤석전 목사(좌)와 한인수 장로(우).


끝이 안 날 것 같은 긴 터널의 출구(出口)가 보였다. 길고 숨 막히는 터널 533m를 빠져나와 만나는 터널의 물은 실로암 연못을 이루었다. 하나님은 구약 시대 아시리아에게서 이스라엘을 지키시려고 히스기야 터널을 만들게 하셨고, 수로를 타고 들어온 물은 연못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실로암 연못은 예수님의 이적이 일어난 현장이 됐다.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세상의 빛이로라 이 말씀을 하시고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시고 이르시되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시니 이에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왔더라”(요9:5~7).

윤석전 목사: 성경에 실로암 연못이 어떻게 기록됐는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이사야 8장 6절 ‘천천히 흐르는 실로아 물’, 느헤미야 3장 15절 ‘왕의 동산 옆에 있는 셀라 못가’ 등 구절은 실로암 연못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실로암 연못에 대해 알고 있는 가장 큰 사건은 예수님께서 눈먼 자에게 진흙을 이겨 눈에 발라 주시며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요9:7)고 하신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실로암 연못에서 히스기야 터널의 역사를 증명할 수 있는 비석이 발견돼 학계가 깜짝 놀랐다는데, 그 비석이 지니고 있는 신학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왕대일 교수: 실로암 비석은 가로 72cm, 세로 34cm인 그리 크지 않은 돌조각입니다. 실로암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인데, 현재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몇 가지 의미를 간직하는데, 먼저 여섯 줄(200자)로 기록되어 있는 히브리어 문장이 있습니다. 이는 성서 시대의 히브리어입니다. 성서 시대 히브리어는 성경 말고는 대부분 자료가 없어졌는데, 히스기야 당시 히브리어가 비문에 기록돼 성경 기록에 히브리어가 사용된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양쪽에서 파 들어간 히스기야 터널이 중간에서 관통되는 장면이 뚫리는 현장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3규빗(1.3m) 남았을 때 저쪽 인부가 이쪽 인부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서로 연결하니까 하나로 맞춰지고 1200 규빗이나 되는 물이 차올랐다.” 이런 기록으로 토목 기술을 일러 주는 자료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실로암 비석을 보았을 때 역사의 현장에서 깨달아야 하는 교훈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구속사가 이루어진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설명> (좌)고대 예루살렘 히스기야 터널(A.C.700), (우)예루살렘 성 내부 수로 구조.

윤석전 목사: 히스기야 터널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입니까?

왕대일 교수: 저는 환경을 이기는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히스기야 터널은 험난한 환경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자연환경을 믿음으로 극복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히스기야 터널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이 장면을 오늘날 이스라엘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갈릴리 호수의 물을 끌어들여 남쪽으로 350km 정도 보냅니다.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내려보내는 물이 식수도 되고 공업용수, 농업용수도 되어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환경을 믿음으로 이겨 낸다는 것은 히스기야 터널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히스기야 터널은 고고학적인 유물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신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3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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