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8-28 14:01:09 ]
‘돌 하나 남기지 않고 무너지리라’는 예언대로
주후 70년경 완전히 불타 버린 성전
서쪽 벽 하나 남은 채 수천 년간 슬픈 역사 이어져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백성은 포로생활을 하면서 날마다 고향 예루살렘을 사모했습니다. 지금 이스라엘 땅에 정착해 사는 유대인들은 메시아를 기다리며 예루살렘 성전 서쪽 벽에서 통곡하며 기도합니다.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 민족의 피 묻은 절규가 들리는, 한(恨) 품은 벽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통곡의 벽으로 가 보겠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후 서쪽 성벽인 ‘통곡의 벽’이 유일하게 남았다. 전쟁의 생생한 현장이 남아 있는 통곡의 벽은 늘 애통해하는 무리로 붐빈다.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나무들은 유랑 세월 1800년을 이겨 낸 유대인과 닮았다. 로마 시대 이후 유대인들은 1년에 단 한번만 이곳 출입을 허용받았다. 그 후 제3차 중동 전쟁의 승리로 이스라엘은 통곡의 벽을 되찾았다. 요르단 점령지였던 통곡의 벽을 되찾기 위해 이스라엘은 피비린내 나는 6일 전쟁을 벌였다. 이제 이 벽 앞에서 그들은 메시아가 오기를 여전히 통곡하며 기다리고 있다.
<사진설명> ① 통곡의 벽. 통곡의 벽은 B.C. 515년에 세운 제2성전의 남아 있는 서쪽 벽이다. 헤롯왕이 성전 터를 배로 넓혀 중건했지만 그 역시 로마군대에 불태워져 성전 서쪽에 있는 벽만 남았다. 이후 2000년 넘게 세계를 떠돌던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하고 1967년 6일 전쟁을 일으켜 예루살렘 성전 지역을 되찾았다. ②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윤석전 목사(좌)와 한인수 장로(우). ③ 야드바셈. 예루살렘 서쪽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에 의해 강제로 끌려와 집단 수용소에 갇혔다가 가스실에서 희생당한 600만 유대인을 추모하는 곳이다.
윤석전 목사: 로마의 지배가 끝난 후에도 이스라엘의 수난 역사가 계속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B.C. 64년 폼페이 장군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한 이후 예루살렘을 로마가 장악하였고, A.D. 1948년에 이스라엘이 독립합니다. 2000년간 나라 없는 유다 백성, 이스라엘 백성으로 고난당한 현장이 예루살렘입니다. 정치적 시각에서 본다면 외세 지배 때문에 긴 세월 동안 고난을 받았습니다. 로마 이후에도 비잔틴 시대(A.D. 330~), 아랍 시대(A.D. 636~), 십자군 시대(A.D. 1009~), 이집트의 통치 시대(A.D. 1187~)를 거쳐 오스만 터키(A.D. 1517~)가 400년 동안 지배하고 다시 영국의 식민지가 됩니다. 2000년간 외세의 지배를 받아 나라 없는 백성이 되어 떠돌이 생활을 하던 이들은 이스라엘을 세워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시온주의 운동을 펼칩니다. 예루살렘을 되찾고 시온을 회복해서 이스라엘 나라를 세우자는 것입니다. 그때 유명한 구호가 “땅이 없는 백성은 백성이 없는 땅으로”입니다.
윤석전 목사: 통곡의 벽은 예루살렘 성전 어느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통곡의 벽은 B.C. 515년에 세운 제2성전의 남아 있는 서쪽 벽을 말합니다. 제2성전은 페르시아와 헬라 시대에 유다 백성의 종교 구심점 역할을 했습니다. 모두 성전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 시대에 헤롯 대왕이 이 성전을 중건합니다. 헤롯은 성전산을 두 배로 확장하고 그곳에 큰 성전을 짓습니다. 그런데 헤롯이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이후 오랫동안 봉헌하지 못했습니다. A.D. 64년에 마침내 완성하고 성전을 봉헌했는데 곧바로 로마에 대항하는 유대인의 봉기가 있었습니다. 제1차 유대-로마 전쟁(A.D.66~A.D.70)이라고 부릅니다. 유대인은 목숨 걸고 로마에 대항해 독립을 외쳤지만 막강한 로마 군대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 성전을 마지막 항전지로 택했습니다.
이때 로마 군대가 성전을 완전히 불태워 버렸습니다. 성전 잔해가 있으면 유대인이 또 저항할까 봐 성전에 남아 있는 돌들을 성전 꼭대기에서 모두 밑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완전히 파괴된, 비참하고 슬픈 역사가 되고 말았습니다(마24:2). 그 상황 속에서 성전 서쪽에 있는 벽 하나만 남았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슬픈 역사와 함께 우리는 이곳을 통곡의 벽이라고 말합니다.
윤석전 목사: 그 슬픈 역사가 무엇을 말하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제1차 유대-로마 전쟁이 끝난 후에도 로마에 대항하는 독립 의지는 계속해서 민족적 봉기로 나타났습니다. A.D. 132년에 바르 코크바의 반란이라 부르는 제2차 유대-로마 전쟁이 일어납니다. 135년까지 지속되는데 이 항전도 로마에 진압당해 유대인은 많은 수난을 당합니다. 당시 황제 하드리아누스(재위 A.D.117~A.D.138)는 유대인이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자꾸 로마에 대항할까 염려해 모두 예루살렘 밖으로 추방했습니다. 또다시 유랑하는 슬픈 역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하드리아누스는 성전이 무너진 ‘아브(Av)월 9일’만 성전 출입을 허락했습니다. 유대인의 성전이 허물어진 터에는 아랍인 모스크가 세워졌습니다. 아랍인들이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에 유대인은 아예 성전 터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접근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유대인이 하나둘씩 모인 장소가 예루살렘 성전의 서쪽 벽이었습니다. 성전에 올라갈 수 없는 현실과 유랑해야만 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돌아보며 눈물로 기도했기에 그곳을 통곡의 벽이라 불렀습니다.
윤석전 목사: 통곡의 벽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왕대일 교수: 긴 고난의 역사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고백하는 아픔이 통곡의 벽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1967년에 발발한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면서 이슬람 사원인 황금돔이 있는 성전 터가 전부 이스라엘 군정(軍政)하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스라엘 유대 백성은 이슬람 모스크를 그대로 놔둔 채 바로 옆에 있는 통곡의 벽에 가서 국가적인 기념행사를 합니다.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성전 터를 장악했는데 황금돔을 헐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있어 의아하기만 합니다. 새로 성전을 짓지 않는 이유를 유대인에게 물어보니, “예루살렘 성전의 건축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메시아가 오면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유대인이 말하는 메시아 신앙입니다. 따라서 유대인에게 통곡의 벽이란, 과거의 아픔만을 되새기는 자리일 뿐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소망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현장’ 역할도 합니다. 통곡의 벽에 가면 유대인들이 몸을 흔들며 기도하는 모습과 벽 사이에 꽂아 놓은 기도제목을 볼 수 있습니다. 통곡의 벽은 지금도 그들의 소원과 서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의 현장’ ‘기다림의 현장’ ‘민족과 신앙의 만남장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인 6일 전쟁은 통곡의 벽을 되찾기 위한 이스라엘 민족의 의지의 전쟁입니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 민족 정신의 본향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들의 심정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있습니다. 바로 ‘황금의 예루살렘(예루살렘 쉘자하브)’입니다.
포도주처럼 맑은 공기 은은한 종소리/ 서늘한 저녁 바람 타고 오는 솔잎 내음/ 졸고 있는 나무와 돌들 꿈꾸듯 한가해/ 적막한 옛 도성 그 안에 벽 하나/ 황금빛 예루살렘아 구릿빛 찬란한 성아/ 나는 너를 노래하는 수금이다/ 황금빛 예루살렘아 구릿빛 찬란한 성아/ 나는 너를 노래하는 수금이다/
우리는 샘으로 돌아왔다 저잣거리 광장으로/ 예루살렘 성전 터 위에서 나팔 울려 퍼진다/ 바위에 뚫린 굴마다 햇빛 찬란하다/ 여리고 길 지나 사해로 가리라/ 황금빛 예루살렘아 구릿빛 찬란한 성아/ 나는 너를 노래하는 수금이다/ 황금빛 예루살렘아 구릿빛 찬란한 성아/ 나는 너를 노래하는 수금이다/
윤석전 목사: ‘황금의 예루살렘(예루살렘 쉘자하브)’이라는 노래의 배경을 말씀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이스라엘이 1948년에 독립했지만, 당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땅이 아니라 요르단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을 회복하지 못한 반쪽짜리 독립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루살렘을 회복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예루살렘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가 퇴색되어 갔습니다. 그 후 20년이 지난 1967년 5월 14일, 이스라엘 독립기념 축제 때 이스라엘 백성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당시 음악회 맨 마지막 순서로 나온 여가수가 부른 노래가 이스라엘 전체를 뒤집어 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황금의 예루살렘(Jerusalem of Gold)’입니다. 이 노래는 전 국민에게 급속도로 퍼져 갔고, 이스라엘에서는 “우리는 예루살렘과 통곡의 벽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는 운동이 뜨겁게 일어났습니다. 그러던 중 6일 전쟁(6월 5일~10일)이 발발했습니다. 예루살렘을 되찾고자 하는 뜨거운 마음에서 최정예 공수부대를 예루살렘 전투에 파견했고, 시온문 앞에서 치열하게 격돌했습니다. 스데반 문을 통하여 통곡의 벽에 이르러 예루살렘을 수복하며 모두 기도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은 이 노래를 제2의 국가(國歌)로 여기고 지금까지도 즐겨 부르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예루살렘에는 통곡의 벽에 비견할 만큼 이스라엘 수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또 있는지요?
왕대일 교수: 예루살렘 수난의 역사를 알려면 두 곳을 꼭 봐야 합니다. 하나는 통곡의 벽이고 나머지 하나는 ‘야드바셈(Yad Vashem)’이라고 부르는 ‘홀로코스트(Holocaust) 박물관’입니다. 예루살렘 서쪽에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야드’가 ‘기념비’, ‘셈’은 ‘이름’을 뜻합니다. 즉, ‘이름을 기억하라’는 의미입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때 독일 나치에 강제로 끌려와 집단 수용소에 갇혔다가 가스실에서 희생당한 600만 유대인을 추모하는 곳입니다. 야드바셈에 들어가면 유대인이기에 끌려와서 당한 학대와 고난과 죽음의 자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박물관이 있는 ‘기억의 산’ 앞에 ‘욥’이라는 동상이 있습니다. 그곳에 ‘망각은 우리를 다시 포로가 되게 하고 기억은 우리를 자유인이 되게 할 것이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유대인이 당한 아픔과 전쟁의 슬픔을 잊지 말자.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잊지 않는 백성이 하나님의 사람이다’라는 뜻을 전해 줍니다. 신명기를 보면,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하나님을 사랑하는 표현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영성이 아픈 역사의 현장 가운데 나타나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국가(國歌)의 내용도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이스라엘 국가 이름은 히브리어로 ‘하티크바(Hatikvah, 희망)’입니다. ‘오랜 세월 속에/ 유대인의 영혼을 갈망하리/ 그리고 동방의 끝에서/ 모두의 시선이 시온을 향하리/ 이천 년 동안의 희망이 있기에/ 우리의 희망은 잃지 않으리/ 우리의 땅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사람들은/ 시온과 예루살렘의 땅으로 가리/ 우리의 땅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사람들은/ 시온과 예루살렘의 땅으로 가리.’ 다시 말해 희망을 간직한 민족이기에 미래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윤석전 목사: 6일 전쟁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왕대일 교수: 이스라엘을 떠올리면 1967년 6월에 발생한 ‘6일 전쟁’이나 1973년 이스라엘 달력으로 대속죄일에 일어난 ‘욤키푸르 전쟁’을 기억합니다.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 국가의 인구 수는 250만 명이었고, 이스라엘을 상대하는 아랍국가 인구 수는 1억 명에 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1948년에 독립했는데 27년이라는 기간에 세계 전쟁을 다섯 번이나 겪습니다. 아랍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던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독립 국가를 세우기가 어려웠다는 현실을 보여 줍니다. 이스라엘은 생존을 쟁취하기 위해 그런 처참한 전쟁을 해야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오늘날 우리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섬세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고통과 어려움이 오더라도 하나님과 관계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유대인은 지금도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2000년 전에 이미 오셨는데 말입니다. 유대인은 세계를 통치하는 메시아를 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신다고 약속하신 메시아는 죄와 저주와 고난 속에서 우리를 건져 내실 이요, 마귀와 악한 영에서 건져 내 영원한 하늘나라에서 승리의 개가를 부르게 할 분입니다. 유대인도 빨리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 메시아로 믿어 진정한 하늘나라 소망을 갖고 살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우리에게 고통이나 어려움이 왔을 때 하나님을 원망하지 말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하나님을 뜨겁게 만나는 체험이 있기를 바랍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4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