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11-07 18:40:24 ]
여호수아 때 태양이 중천에 머문 장소
사울과 다윗 세력이 큰 전투 벌이기도
기브온에서 솔로몬왕 ‘일천 번제’ 드려
윤석전 목사: 하나님은 죄악으로 어두워진 세상에 빛이신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인류의 죄를 대신 담당하시려고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죄사함받은 우리에게 성령님을 보내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깨닫게 하십니다. 기브온은 죄악과 거짓과 술수가 난무한 곳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곳에 거룩한 성막을 세우고 번제단을 만들게 하셨습니다. 또 솔로몬은 기브온에서 하나님께 일천 번제를 드렸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기브온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팔레스타인의 도시 기브온은 예루살렘 북서쪽에 있다. 여호수아는 이곳에서 아모리족속의 다섯 왕과 싸웠고, 하나님의 큰 이적이 일어났다. 여호수아가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 그리할찌어다”(수10:12)라고 명령한 대로 태양이 중천에 계속 머물러서 이스라엘이 승리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의 편에서 직접 싸우셨기에 기브온 전쟁에 승리를 가져온 것이다. 현재 기브온 주변 언덕은 가시덤불로 덮여 있다. 척박한 땅을 뚫고 나오는 가시풀의 강한 생명력은 40년 광야생활을 이겨 내고 가나안 땅을 정복한 이스라엘 민족을 닮았다. 그 속엔 말씀에 순종한 언약의 백성을 승리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담겨 있다.
<사진설명> [기브온 전경] 기브온은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3km 떨어진 곳에 있다. 기브온과 아모리 다섯 국가의 전투, 요압 군과 아브넬 군의 전투, 솔로몬의 일천 번제 등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도시다.
<사진설명> ‘성서의 땅을 가다’ 촬영차 기브온을 순례 중인 윤석전 목사.
윤석전 목사: 기브온은 정확히 어디에 있으며, 성경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띠는지 말씀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기브온은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3km 떨어진 중요한 지역에 있습니다. 또 교통의 요지여서 성경에 자주 등장합니다. 여호수아 군대가 여리고성을 점령하고 아이성을 친 후 무서운 속도로 중앙산악지역을 점령할 시기에 기브온이 이스라엘 역사에 처음 등장합니다. 당시 여호수아 군대는 적을 모두 죽이는 전멸법(剪滅法)을 썼습니다. 기브온은 여호수아 군대와 싸워 이길 자신이 없자 먼 곳에서 온 사람들처럼 위장한 후 여호수아에게 항복합니다. 주변 나라들은 기브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기브온은 약한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왕도(王都)처럼 도성이 컸고, 아이성보다 강하고 힘이 셌으니까요. 이런 행동을 반역(反逆)으로 여긴 아모리족 다섯 도시국가(예루살렘, 헤브론, 야르뭇, 라기스, 에그론)가 연합해서 기브온을 치려 했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이 자기들이 항복한 여호수아에게 도움을 청하자 여호수아는 가나안 정복의 일환으로 아모리족 다섯 국가와 맞서 싸웁니다. 이때 하나님의 이적이 일어납니다.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 그리할찌어다”(수10:12). 여호수아가 외친 대로 태양과 달이 멈춰 아모리족 다섯 국가가 전열을 가다듬을 틈을 주지 않고 섬멸했습니다.
<사진설명>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 군이 기브온을 치려는 아모리 족속 다섯 국가(예루살렘, 헤브론, 야르뭇, 라기스, 에그론)와 전투를 벌인 지역. 이 전투에서 하나님의 이적으로 태양이 중천에 계속 머물러 이스라엘이 승리했다.
윤석전 목사: 기브온에서는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도 큰 사건들이 일어났다는데 이를 소개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기브온은 성경 역사에 종종 등장하는 중요한 도시입니다. 기브온에서 다윗의 세력과 사울의 잔존 세력 간에 큰 전투가 벌어졌습니다(삼하2:8~32). 먼저 전쟁 의욕을 불러일으키려고 양편에서 각각 12명을 뽑아 상대편의 머리를 잡고 칼로 옆구리를 찔렀는데 24명 모두 함께 쓰러져 죽고 말았고 이런 무서운 전투가 일어난 기브온 못가를 1957년 미국 고고학자 제임스 프리차드(James B. Pritchard)가 발굴했습니다. 지름 11m, 깊이 25m 되는 큰 연못인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서 지하 수도(水道)가 아닐까 추정합니다. 또 솔로몬은 기브온에서 천 마리 짐승을 번제로 드리는 ‘일천 번제’를 드렸습니다. 이후 꿈에 하나님이 나타나시자 백성을 잘 다스리도록 지혜를 달라고 구했고(왕상3:3~15;대하1:2~13), 하나님께서 이를 흡족히 여겨 그를 ‘지혜의 왕’이 되게 하셨습니다.
윤석전 목사: 기브온에서 이처럼 여러 사건이 일어났는데 성경에는 어떻게 기록했는지 궁금합니다.
왕대일 교수: 기브온은 긍정과 부정의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 이미지가 큽니다. 여호수아 9장을 보면, 기브온 사람들이 이스라엘과 거짓 화친조약을 맺은 내용이 나오는데 그들의 목적대로 평화를 얻지만 ‘거짓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습니다. 그 거짓 화친 후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나무를 패고 물을 긷는 자가 되었다고 성경에 기록됐습니다(수9:23). 그뿐 아니라 예레미야 28장 1절과 15절에 예레미야 선지자를 괴롭히고 이스라엘 백성을 거짓으로 믿게 한 선지자 하나냐가 나오는데 그가 기브온 사람입니다. 또 사무엘하 2장에 나오는 거대한 마른 물웅덩이는 요압(다윗의 장수) 군대와 아브넬(사울의 잔존 세력을 이끈 장수) 군대가 대격돌을 벌인 피비린내 나는 장소였습니다. 기브온 못은 후대에 느부갓네살 군대가 쳐들어올 때도 유다 군대와 맞서 큰 싸움이 벌어진 현장이었습니다(렘41:12). 이처럼 기브온 못은 전쟁이나 살육과 연관된 어두운 이미지를 지닙니다. 하지만 기브온 산당은 성경에서 좋은 이미지로 나타납니다. 역대상 21장 29절을 보면 “옛적에 모세가 광야에서 지은 여호와의 장막과 번제단이 그 때에 기브온 산당에 있으나”라고 기록하면서 기브온의 어두운 이미지를 신앙으로 재해석하려는 면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기브온 부근에 있는 선지자 사무엘의 무덤으로 가 보겠습니다.
예루살렘 북쪽 5km 지점에 있는 사무엘 선지자의 무덤으로 향했다. 산 정상에 오르자 ‘네비(예언자) 사무엘’이라는 지명 판이 보인다. 사무엘의 무덤이 있는 교회 주변은 십자군 전쟁 당시에 십자군이 진을 친 곳이다. 십자군은 예루살렘 탈환을 목적으로 진군해 안디옥을 거쳐 마침내 예루살렘 북쪽 산 정상인 이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모슬렘이 철저히 방어하고 있었다. 이 언덕에 서서 위대한 성지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뻐한 십자군들은 이곳을 ‘기쁨의 언덕’이라고 이름 붙였다. 1157년 기쁨의 동산 위에 교회를 세웠는데 그 지하에 사무엘 선지자의 무덤이 있다. 현재 이곳은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무엘은 다윗이 왕정시대를 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사무엘의 마지막 권고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치 아니하고 선하고 의로운 도로 너희를 가르칠 것인즉 너희는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행하신 그 큰 일을 생각하여 오직 그를 경외하며 너희의 마음을 다하여 진실히 섬기라”(삼상12:23~24).
<사진설명> 네비(예언자) 사무엘. 기브온 땅 가장 높은 산 정상 위에 ‘기쁨의 동산’이 있다. 그곳 교회 지하에 사무엘의 무덤이 있다.
윤석전 목사: 사무엘 선지자는 모세와 다윗의 리더십 사이 과도기 지도자로 알려졌습니다. 사무엘 선지자는 성경 속에서 어떤 인물로 나타나는지 궁금합니다.
왕대일 교수: 모세는 ‘삼권(三權)’을 다 가진, 하나님이 다스리심을 나타낸 지도자였습니다. 다윗은 그중 왕의 지도력을 대표합니다. 이런 의미로 볼 때 모세와 다윗이라는 두 리더십을 전환하는 ‘과도기의 선지자·예언자·제사장’의 이미지가 사무엘에게 부여됐습니다. 일례로, 사무엘서를 읽으면 사무엘이 벧엘·라마 등을 순회하는 ‘재판장’ 역할을 했습니다. 또 미스바 대성회에서는 ‘군사 지도자’로서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입증한 사건입니다. 또 사무엘은 사울왕과 다윗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전달한 ‘선지자’ 역할을 했고, 하나님께 직접 제사를 드렸기에 제사장 역할을 했습니다. 이처럼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사무엘 시대가 지나고 사울왕 시대가 되면서 왕정 제도가 들어섭니다. 왕의 세습 정치가 시작됐는데 사무엘은 사사시대를 끝내고 왕정시대로 이어지는 전환기의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사무엘상 25장을 보면 사무엘을 라마에 장사(葬事)했다고 하는데, 왜 그의 무덤이 기브온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사무엘상 25장을 보면 사무엘은 ‘라마’에 장사됐습니다(삼상25:1). 현재 지명은 ‘라말라(Ramallah)’입니다. 현재 사무엘의 묘는 라마에서 좀 떨어진 기브온의 가장 높은 산 정상에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진 바 없습니다. 아마 그 지역에서 가장 높아 주변을 잘 볼 수 있고 사람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게 한 듯합니다. 이곳에서 기브아·예루살렘 등이 한눈에 보입니다. 이곳에 비잔틴 시대(A.D. 330~A.D. 1453)부터 교회가 있었는데 현재는 한 건물을 유대인 회당과 이슬람 사원으로 동시에 사용하는 곳입니다. 유대인과 모슬렘 모두 사무엘을 믿음의 조상과 중요한 선지자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현재 교회 지하에는 사무엘 묘가 있고, 지금도 많은 순례객이 찾습니다.
윤석전 목사: 사무엘이 죽은 후에 이스라엘은 본격적으로 왕정시대로 접어드는데 여기서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왕대일 교수: 사무엘의 죽음을 신앙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이 직접 다스리시던 사사(士師)시대가 끝나고 왕정시대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으로서는 아쉬움이 대단히 큽니다. 사사는 그때그때 하나님의 영이 임해서 부름을 받아 사역했지만, 왕은 세습하는 지도력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입장에서 대단히 낯설었기에 사무엘의 죽음으로 왕정시대가 열리자 무척 아쉬워합니다. ‘나라’를 의미하는 히브리어는 ‘고이(帙)’인데 영어 Nation(국가)을 뜻하고, ‘암(橓�’ 은 영어로 People(백성) 두 가지입니다. ‘하나님 백성의 시대’가 끝나고 정치·경제·사회 제도가 뭉친 ‘국가’가 탄생하는 과도기 모습을 사무엘의 죽음에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언약의 하나님, 언약의 백성으로 살던 은혜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적 제도와 함께 시작하는, 가나안 국가의 왕정과 닮은 이스라엘 국가의 출현을 ‘왕정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성경은 ‘어두운 그림자가 이스라엘 삶 속에 깃들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사무엘의 죽음을 신앙 면에서 되새겨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솔로몬이 ‘일천 번(番) 번제(燔祭)’가 아닌 ‘일천 마리 번제’를 드린 내용을 알려 주세요.
오택현 교수: ‘번제’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성도들은 솔로몬이 ‘일천 번(番)’ 번제를 드렸다고 생각하는데 성경에는 ‘일천 마리 번제(燔祭)’라고 표현합니다(왕상3:4). 공동번역 성경에는 ‘솔로몬이 그 제단에 제물을 천 마리나 바친 적이 있었다’고 하였고, 표준 새번역 성경에는 ‘그때까지 천 마리가 넘는 제물을 바쳤다’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일천 번제는 제물을 천 마리 바친 것을 뜻합니다.
<사진설명> 기브온 산당. 솔로몬이 천 마리 제물로 번제를 드려 하나님께 지혜를 얻은 곳이다. 하나님은 이곳에도 성막을 세우셨다.
윤석전 목사: 다윗과 같이 훌륭한 인물이 나왔는데 왜 왕정시대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고 부정적 이미지로 보는지 궁금합니다.
왕대일 교수: 역사서들이 왕정시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사무엘 상·하서』와『열왕기 상·하서』는 왕정시대를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왕들이 하나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자기 생각을 펼치고자 했다’는 각도에서 왕정시대를 고발합니다. 『열왕기 상·하서』를 보면 ‘나라가 망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왕정시대의 어두운 면을 낱낱이 고발했습니다. 다윗에 관해서도 좋은 점만 쓰지 않고 어두운 면을 함께 기록하여 ‘이런 일 때문에 하나님이 그 나라를 심판했다’고 이유를 드러냅니다.
윤석전 목사: 성도들은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마음속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항상 믿음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신앙을 펼쳐 가야 합니다. 전 세계에는 하나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믿음의 식구들은 ‘21세기 사무엘’이 돼 그들에게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주고, 곧게 말해 주고, 기도하여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아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합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5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