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12-19 14:52:46 ]
이스라엘 중앙에 위치한 교통 요지
‘야곱의 우물’과 ‘요셉의 묘’ 존재
신구약을 통틀어 중요 도시 역할해
윤석전 목사: 세겜은 많은 사람이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 하는 도시였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하란 땅에서 돌아온 야곱이 자기 터전에 가서 살아야 하는데도 그곳에 잠시 기거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세겜으로 가 보겠습니다.
예루살렘 북쪽, 팔레스타인이 지배하는 세겜으로 향했다. 에브라임 산지 북동쪽 분지 세겜은 ‘어깨’라는 뜻이다. 저주의 산 ‘에발(Ebal)’과 축복의 산 ‘그리심(Gerizim)’이 양어깨처럼 좌우에 펼쳐져 있어서다. 세겜에 있는 야곱의 우물터로 갔다. 현재 야곱 우물터에 세워진 교회는 비잔틴 시대의 십자형 교회가 훼손되자 그리스 정교회에서 재건축한 것이다.
야곱은 하란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가나안 땅 세겜 성에 도착했다. 그는 이곳에 장막을 친 후 우물을 팠고 하몰의 아들들에게 은 일백 개를 주고 이 땅을 샀다. 그래서 유대인은 이곳을 자기 조상의 땅이라 주장한다. 교회 지하에 있는 야곱 우물터로 내려갔다. 우물은 보호문에 막혀 볼 수 없다. 그 안에는 깊이 35m나 되는 야곱 우물이 있다. 신약 시대에는 이곳에서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 구원받았다. 이 우물터는 예수님의 사마리아 전도 거점이 됐다.
<사진설명> 세겜은 예루살렘 북쪽으로 60km 지점에 있는 에발산과 그리심산 사이에 있는 분지다. 동서남북으로 교통이 발달하고 상업의 중심지라서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각광받았다.(좌) 이스라엘 최북단은 단(Dan), 최남단에는 브엘세바가 있다. 둘 사이의 거리는 230km인데, 세겜은 정중앙에 있다.(우)
<사진설명> 야곱은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세겜 성에 장막을 친 후 우물을 파고 하몰의 아들들에게 은 일백 개를 주고 세겜 땅을 샀다. 야곱 우물터 위에 세워진 교회. 비잔틴 시대에 지은 십자형 교회가 훼손되자 그리스 정교회에서 재건축했다.(좌) 야곱 우물터 위에 세운 교회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깊이 35m인 야곱 우물이 있다. 현재는 보호문에 막혀 볼 수 없다.(우)
윤석전 목사: 구약 시대에 많은 사람이 세겜에서 살기 원했던 이유는 위치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겜의 지형을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세겜은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져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에발산과 그리심산 사이에 있는 분지 형태 도시라는 점입니다. 구약 성경에 나타난 지형 특징은 이스라엘 중앙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는 ‘단(Dan)’,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는 ‘브엘세바(Beersheba)’입니다. 두 도시 사이의 거리는 직선으로 230km인데 정중앙에 있는 곳이 세겜입니다. 분지라 사람들이 모이기 좋아서 이스라엘 전체 회의를 세겜에서 열었습니다. 그다음 특징은 동서남북으로 교통이 발달한 요지이자 상업 중심지여서 구약 시대에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던 도시로 각광받았습니다. 하지만 지형이 낮아서 방어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적군이 쳐들어와 에발산과 그리심산에 접근하면 세겜은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맙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고 큰 성을 쌓기도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세겜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왕대일 교수: 세겜은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알려 주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아브라함이 세겜에 왔을 때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창12:7)’는 말을 하나님께 처음 들었습니다. 여호수아 24장을 보면 요단강을 건너서 가나안 땅을 차지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중앙에 모여 언약을 했는데 그들이 모인 땅이 세겜입니다. 세겜에서 그들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 땅을 주셨으니 오늘날 우리는 하나님을 섬기는 가문이 되겠다(수24:16~24)”고 언약합니다. 이 언약을 ‘세겜 언약(The Covenant at Shechem)’이라고 합니다. 세겜은 하나님이 ‘이 땅을 주리라’ 약속한 곳이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 언약을 다짐한 곳입니다. 세겜을 보면서 ‘약속에서 성취까지’라는 큰 주제를 알 수 있습니다. 세겜은 보잘것없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약속에서 성취까지 다 이루어진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구약 역사에는 하나님의 역사가 은혜롭게 이루어진 세겜이 자주 등장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12:1)’고 말씀하셨을 때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서 처음 지나간 곳이 세겜입니다. 북쪽에 있는 많은 도시를 지나왔지만, 성경은 세겜을 제일 먼저 기록했습니다. 따라서 세겜이 당시에 크고 중요한 도시였으리라 추정합니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도 하란 땅에서 돌아왔을 때 세겜에 머물렀습니다. 그때 하몰의 아들 그 땅 추장 세겜이 야곱의 딸 디나를 강간하여 디나 형제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겜을 보복하고 피의 살육을 벌인 장소로 알고 있습니다. 창세기 33장에는 야곱이 은 일백 개로 세겜 땅을 사서 하나님께 제단을 쌓았다고 기록됐습니다. 그래서 유대인은 세겜도 자기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유대 백성의 조상이 돈을 주고 산 땅은 아브라함이 산 막벨라 굴, 다윗이 산 성전산 부근 아라우나의 타작마당, 야곱이 산 세겜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다른 땅은 빼앗겨도 이 세 장소는 절대 빼앗길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세 곳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에 분쟁이 가장 치열합니다.
윤석전 목사: 구약 역사 속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세겜으로 다시 가 보겠습니다.
이스라엘 정중앙에 있는 세겜은 일찍이 상업이 발달한 대도시였다. 세겜 시내에 요셉의 무덤이 있다. 요셉은 이집트에서 죽기 전 고향 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조상 땅 세겜에 장사됐다. 그러나 2000년 9월 28일 촉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충돌 인티파다(intifada) 때 요셉의 무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크게 훼손됐다. 요셉의 무덤 터 양 끝에는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의 무덤이 있는데 지금 그 흔적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방치된 이유는 팔레스타인 관할 지역인 탓인데 지붕도 훼손 당시에 파괴된 그대로다. 세겜 시내에 있는 또 다른 성경 유물을 찾기로 했다. 세겜은 당시 농경(農耕) 신(神)이라 믿은 바알을 숭배하던 곳이어서 지금까지 제단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우상 제단 속에 있는 부서진 돌기둥은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한 언약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돌기둥 앞에서 여호수아에게 이방신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만을 섬길 것을 맹세했다.
“여호수아가 이 모든 말씀을 하나님의 율법 책에 기록하고 큰 돌을 취하여 거기 여호와의 성소 곁에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 세우고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보라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되리니 이는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하신 모든 말씀을 이 돌이 들었음이라 그런즉 너희로 너희 하나님을 배반치 않게 하도록 이 돌이 증거가 되리라 하고”(수24:26~27).
<사진설명> ‘성서의 땅을 가다’ 촬영차 세겜을 찾은 윤석전 목사(우)와 한인수 장로(좌). 여호수아가 죽기 전 다시 한번 이스라엘 민족을 세겜으로 불러모아 그들과 더불어 ‘우리 하나님을 우리가 섬기고 그 목소리를 우리가 청종하리다’는 언약을 세우고 그 증거로 삼았다는 돌기둥(수 24:24) 앞에서 촬영했다.
<사진설명> 요셉은 이집트에서 죽었으나 “고향 땅에 묻어 달라”는 그의 유언대로 세겜에 장사됐다. 요셉의 무덤은 2000년 일어난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민중봉기) 때문에 크게 훼손돼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좌) 아브라함이 “아비 집을 떠나 지시한 땅으로 가라” 하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 가나안에 와서 처음 들른 곳이 세겜이다. 이곳에서 아브라함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처음 들었다.(우)
윤석전 목사: 요셉의 묘가 세겜 땅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택현 교수: 이스라엘 백성은 세겜을 좋아합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믿음의 조상 요셉의 무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셉은 이집트에서 죽었는데 자신을 이집트에 장사하지 말고 고향 땅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습니다. 그래서 창세기 50장에 보면 요셉을 장사하지 않고 입관만 했습니다. 그 후 출애굽 때 이스라엘 사람이 조상의 말씀을 기억하고 요셉의 관을 들고 나옵니다. 그리고 40년간 광야에서 생활한 후에 가나안 땅 정복을 마치고 세겜 땅에 요셉을 장사합니다. 그날 이후로 세겜 땅에는 요셉의 무덤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요셉의 무덤이 분쟁을 유발했습니다. 2000년 9월 예루살렘 성전산의 주권 문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유혈 충돌이 발생했는데 그 사건의 연장선에서 세겜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요셉의 무덤을 불태우고 훼손했습니다. 이 사건이 전체 이스라엘 민족을 분노케 했습니다. 그 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향해 최강경책으로 압박하여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윤석전 목사: 세겜을 방문하는 성지순례객은 부서진 돌기둥 유물을 꼭 봐야 한다고 합니다. 여호수아서 24장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왕대일 교수: 여호수아서 24장 말씀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을 다 정복한 후 세겜에 모여서 언약을 맺고 하나님을 잘 섬기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때 여호수아가 여호와의 율법과 모든 율례를 가르치고, 그 말씀을 율법책에 기록하고, 세겜 주변 상수리나무 아래에 큰 돌을 세웁니다. 그때 여호수아가 얘기합니다.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되리니(수24:27)”라며 세겜 언약의 증거로 돌기둥을 소개합니다. 오늘날 ‘텔 발라타(Tel Balatah)’라고 부르는 세겜에 가면 무너진 돌기둥의 자취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그것을 여호수아가 세운 돌이라고 합니다.
윤석전 목사: 세겜은 구약 역사에도 중요하지만 신약 역사에서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왕대일 교수: 세겜은 사람의 눈으로 보면 초라하지만 성경의 눈으로 보면 은혜로운 곳입니다. 구약의 세겜은 신약의 수가성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야곱의 우물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지역으로 가시다가 물 길으러 나온 여인을 만납니다. 그 여인이 동네로 달려가 메시아를 만났다고 전합니다. 처음에는 세겜에 살던 사마리아 사람들이 여인의 전도를 듣고 예수님을 믿지만 나중에는 여인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 때문에 따르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요4:1~42). 한 여인의 전도와 믿음의 고백으로 도시 모든 사람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는 전도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사도행전 8장 말씀을 보면 빌립이 그곳에서 전도하고 침례를 주었습니다. 신약 시대에는 세겜과 그 주변 사마리아 지방에 복음의 역사가 많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믿음의 조상들의 무덤은 모두 헤브론 막벨라 굴에 있는데 왜 요셉의 무덤만 세겜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아브라함, 이삭, 야곱까지 믿음의 조상과 그의 부인들은 헤브론에 있는 막벨라 굴에 장사됐는데 요셉만 세겜에 묻혔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한 후 세겜에 와서 요셉을 장사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모든 지파가 땅을 분배받았는데 헤브론은 유다 지파가 분배받아 유다 지파 소유가 됐습니다. 요셉은 장자의 명분을 이어받았기에 에브라임 지파와 므낫세 지파까지 총 두 지파를 분배받았습니다. 에브라임 지파의 중심 도시가 세겜이라 요셉을 그곳에 장사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세겜은 구약과 신약 성경에 등장하는 유서 깊은 도시인데 왜 현재는 교회가 거의 없는 기독교 불모지가 됐나요?
왕대일 교수: 세겜에도 그렇고, 세겜에서 옛 사마리아로 가는 길목에도 그렇고 교회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개 예수님의 행적과 관련해서 기념할 만한 곳에는 교회가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세겜은 예수님을 기념할 만한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사실 세겜에도 교회가 있긴 하지만 그 지역의 반기독교 세력이 교회의 성장을 막았습니다. 성지순례객을 위한 예배 처소가 있었는데, 오늘날 세겜에 갈 수 없게 되자 교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세겜 땅은 많은 사람이 살기를 소원한 곳입니다. 하나님의 역사가 세겜에 많았기 때문입니다. 신약 시대에는 예수님께서 수가성 우물가 여인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여인에게 예수 자신이 메시아임을 알려 주었을 때 그 여인이 동네 사람에게 전해 수많은 사람이 예수를 메시아인 줄 알고 믿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어디를 가든지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면 하나가 됩니다. 세겜 땅과 같이 우리도 예수님을 모시는 곳이 되어서 모두 예수로 하나 되는 신령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5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