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 ‘성서의 땅을 가다’(110)]

등록날짜 [ 2018-06-29 14:46:31 ]

‘왕의 대로’ 지나려던 이스라엘 백성
에돔 왕 거절하자 ‘와디 럼’으로 우회
불뱀 사건과 모세 놋뱀의 현장 ‘부논’과
제사장 아론이 숨 거둔 ‘호르산’ 유명


윤석전 목사: 요르단 최대 관광지 ‘와디 럼’. 이곳은 샘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붉은 모래 사막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주고, 사람들이 사막을 마음을 놓고 횡단하게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생활 중에 와디 럼을 지났으리라 추정하기에 이곳 물을 마셨다고 추측해봅니다. 와디 럼으로 가 보겠습니다.

아카바만에서 북동쪽으로 70km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와디 럼’이 나온다. 와디 럼의 붉은 모래는 에돔 지역의 성격을 가장 잘 담고 있다. 광야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은 이곳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사막의 가혹함에 맞서며 나아간 이스라엘은 뒤돌아보지 않고 진군하는 것만이 그들의 사명이었다.

<사진설명>  요르단 최대 관광지 와디 럼(Wadi Rum)  요르단 아카바만에서 북동쪽으로 70km 떨어져 있다. 붉은 모래가 특징이며 폭 2km, 길이 19km로 광활한 사막이 넓게 펼쳐져 있다. 

<사진설명> ‘성서의 땅을 가다’ 촬영차 요르단 와디 럼을 찾은 윤석전 목사.

윤석전 목사:
와디 럼의 지형 특징이 궁금합니다.

오택현 교수: 와디 럼의 가장 큰 특징은 모래 색이 붉다는 점입니다. 폭 2km, 길이 19km로 넓게 펼쳐진 붉은 사막은 아주 광활하고 고요해서 페트라와 더불어 요르단 최대 관광지로 꼽힙니다.

윤석전 목사: 이 사막에서 사람이 산 흔적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B.C. 4500년경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또 곳곳에서 수량이 풍부했던 오아시스 터를 발견했습니다. B.C. 500~300년경 나바테아인(Nabataeans)이 커다란 왕국을 형성했을 때, 와디 럼 지역은 나바테아의 요지였습니다.

<사진설명> [와디 럼 오아시스] B.C. 4500년경부터 와디 럼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다. 와디 럼 곳곳에 수량이 풍부한 오아시스를 발견했는데 이 오아시스 덕분에 사람이 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윤석전 목사: 나바테아인은 세계 문화 유산인 ‘페트라(Petra)’를 세운 사람들이라고 알려졌는데 그들이 언제부터 와디 럼에 정착했나요?

정중호 교수: 나바테아인은 B.C. 6세기경 아라비아 북서쪽에서 온 유목민입니다. 이들이 와디 럼에 와서 정착한 초기에는 농사를 짓거나 집 지을 기술이 없었습니다. 차츰 에돔 족속과 결혼하기도 하고, 그들에게 기술을 배워서 정착했습니다. 와디 럼은 ‘왕의 대로’와 ‘향료의 길’이 통과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나바테아인은 북쪽으로는 다마스커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역, 아라비아나 이집트 쪽으로 왕래하는 대상(隊商)에게 통행세를 받으면서 완전히 정착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구약성경에는 ‘와디 럼’이 나오지 않던데, 와디 럼이 구약성경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오택현 교수: ‘와디 럼’은 최근 용어여서 구약성경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와디 럼은 ‘붉은 사막’ ‘붉은 계곡’이라는 뜻입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에돔은 ‘붉다’는 뜻입니다. 옛날에 사람들이 와디 럼을 볼 때마다 ‘에돔’이라고 불러서 이 지역을 에돔으로 부르게 됐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구약성경에 직접 언급은 없어도 에돔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낸 장소가 와디 럼입니다.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에돔 족속과 충돌했습니다. 에돔 족속과 와디 럼이 관련 있다면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광야 생활을 할 때 와디 럼을 지나가지 않았을까 추정되기도 합니다.

오택현 교수: 그 추정을 많은 학자가 지지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가데스 바네아를 출발해 ‘왕의 대로’를 통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에돔 왕에게 사신을 보내서 “우리가 우물도 마시지 않고 포도밭도 건드리지 않을테니 ‘왕의 대로’를 통과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에돔 왕은 그 요구를 거부하고 군대를 이끌고 와서 이스라엘 백성이 지나가지 못하게 막습니다(민20:17~20). 이스라엘 백성은 ‘왕의 대로’를 포기하고 우회해서 북쪽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지도로 볼 때 ‘왕의 대로’를 피해서 지나갔다면 당연히 와디 럼을 지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와디 럼 지역에 오아시스가 많아서 많은 이가 그곳에 머문다 해도 물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와디 럼을 통해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추정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설명> [‘왕의 대로’와 에돔 지도]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정복에 나설 때 가데스 바네아를 출발해 ‘왕의 대로’를 통해 북쪽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에돔 왕이 ‘왕의 대로’ 사용을 허락지 않아 우회한다. 현재 지도상으로 볼 때 ‘왕의 대로’를 피해서 지나갔다면 ‘와디 럼’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백성은 에돔을 우회해 호르산-와디 럼-살모나-부논-오봇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부논은 놋뱀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백성이 통과했으리라 추정하는 와디 럼에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중호 교수: 에돔 국경에는 아론이 정상에 올라 죽었다는 호르산이 있습니다(민20:25~28). 호르산에서 와디 럼 지역으로 들어가면 살모나, 부논, 오봇 지역이 나옵니다. 특히 부논은 구리 광산이 있던 장소라 주목할 만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부논을 지나가다가 하나님과 모세에게 불평하고 하나님께 벌을 받습니다. 불뱀에 물려 죽게 됐을 때, 모세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고 하나님께서는 뱀을 만들어 장대에 매달라고 모세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모세는 구리를 이용해 놋뱀을 만들었고, 이스라엘 백성은 그 놋뱀을 보는 순간 치료받았습니다. 옛날에는 금속을 구하기가 몹시 어려웠습니다. 부논 지역에 구리 광산이 있었기에 모세는 그것을 이용해서 놋뱀을 만들지 않았을까 추정합니다.


윤석전 목사: 다시 한 번 와디 럼으로 가 보겠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속에 우물이 감추어졌기 때문이다. 우물 덕분에 이 척박한 땅에도 뿌리를 내린 ‘베두인’이 있다. 와디 럼 주변 산은 보기엔 메마른 돌산 같지만 실은 수천 년 전부터 거주민의 삶을 유지시켜 준 자연산 물 탱크다. 수천 년 전 이스라엘은 이곳에 장막을 쳤고 하나님을 만났다.

윤석전 목사: 와디 럼 베두인의 삶을 소개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베두인은 광야에서 양을 치며 돌아다니는 유목민입니다. 염소 털로 된 큰 텐트를 치고 삽니다. 지금은 그들의 수가 많아져서 광야에 학교를 짓고 상점도 운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베두인은 수천 년 동안 자기들의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는데 그들의 모습을 보면 구약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삶의 방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 때도 그랬듯이 나그네가 자기 텐트에 들르면 극진하게 대접해서 보냅니다. 그들은 호전적인 민족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말렉과 미디안 족속이 그랬듯이 현재도 자신들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실추시키는 일이 있으면 무섭게 호전적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진설명>[베두인]  아브라함과 여종 하갈 사이의 아들 이스마엘의 후손이다. 광야에서 양을 치며 돌아다니는 유목민이다. 씨족 몇몇이 모여 부족을 이뤄 생활한다. 

<사진설명>[베두인 텐트]  베두인은 염소 털로 된 큰 텐트에서 생활한다. 베두인들은 수천 년 동안 자기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는데 구약시대 아브라함 때처럼 지금까지도 나그네가 텐트에 들르면 극진하게 대접하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


윤석전 목사: 예레미야 35장에 유목민 ‘레갑’ 족속이 등장합니다. 베두인과 차이점을 말씀해 주세요.

정중호 교수: 레갑 족속은 다른 유목민들처럼 집 대신 텐트를 치고 살았습니다. 한 가지 특징은 ‘포도나무를 재배하지 말고 포도주도 마시지 말라’는 조상의 명령을 철저하게 지킨 것입니다(렘35:8~10). 구약성경에 보면 레갑 족속은 구리나 철을 다루는 대장장이 일과 검(劍) 세공 일을 했습니다. 당시 구리나 금속을 구하기가 어려워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유목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 것은 검 세공 작업이 매우 정교하기에 정신을 맑게 가지고 집중해서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또 당시 구리와 철을 다루는 야금술은 기밀이었는데 술에 취해서 이를 누설한다면 그 족속 전체 생계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고 전통을 지켜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에 기록된 금속을 다루는 족속 중에는 ‘겐’ 족속도 있는데 소개해 주세요.

정중호 교수: 성경에서는 겐 족속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삿4:11;삼상15:6;대상2:55) 히브리어로는 ‘가인 족속’입니다. 창세기에 ‘두발 가인’이 나옵니다(창4:22). 두발 가인은 구리나 철을 다루는 대장장이였습니다. 겐 족속은 대대로 그 일을 해왔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디안 광야 오아시스에서 양을 치며 살던 모세 장인 이드로가 겐 족속이었습니다(삿1:16). 그런 그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길을 갈 때 함께했고, 모세가 놋뱀을 만들고 이스라엘 백성이 회막을 만들 때 겐 족속 이드로가 도움을 상당히 주었을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베두인 중에서 현대 문물을 절대 제한하고 전통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현대화한 부류도 있다고 하는데 소개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급격한 도시화·산업화로 베두인 사회에 문명이 조금씩 침투해 들어가 베두인들은 자기 정체성을 잊고 혼란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베두인 사이에는 도둑이 없었는데 문명이 들어온 후 도둑, 약탈,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그들 사이에서는 문명을 버리고 베두인의 삶을 지켜 나가자고 주장합니다. 이렇듯 베두인들이 전통을 지켜나가는 삶의 방식은 요르단이나 이집트 같이 베두인이 많은 나라에는 큰 골칫거리입니다. 베두인은 자기 삶의 방식대로 마음대로 국경을 드나듭니다. 한 군데 정착하지 않으니 세금도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집트 정부는 베두인을 정착하게 하고자 조그만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는데, 정작 베두인은 아파트 앞에 텐트치고 살고 아파트에는 양들을 들여보내 양 우리처럼 사용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유목생활 하는 대장장이의 모습을 그린 이집트 벽화는 구약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정중호 교수: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레갑’이나 ‘겐’ 족속일 가능성이 큽니다. 고고학자 올브라이트가 소개한 이집트 벽화를 보면 짐승을 데리고 있는 유목민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입고 있는 옷입니다. 샘족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샘족이 바로 이스라엘과 같은 족속입니다. 그래서 ‘레갑’이나 ‘겐’ 족속이 아니었을까 추측합니다.

윤석전 목사: 수많은 역사 속에 죄와 저주 속에 생명이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에 오셔서 사막 와디 럼의 오아시스 같이 능력과 생명이 돼 주셨습니다. 수가성 우물가에서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라고 하셨습니다(요4:14).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의 오아시스입니다. 우리 모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 땅에 없는 생명을 예수로 소유하고 만끽하며 자유하시기 바랍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81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