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 ‘성서의 땅을 가다’(112)] 페트라계곡 끝에서 만난 ‘모세의 샘’ 아인 무사

등록날짜 [ 2018-07-19 15:57:50 ]

민수기 20장 모세 형 아론이 숨 거둔 호르산
페트라에서 가장 높은 자발 하룬으로 추정


갈증 탓 불평하던 출애굽 이스라엘 백성과
모세의 경거망동 ‘므리바사건’ 교훈의 현장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목이 말라 견딜 수 없어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할 때 모세는 하나님께 기도해 반석을 쳐서 물을 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하나님의 이적 속에 모세의 역사가 살아 있는 ‘아인 무사(Ain Musa)’로 가 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호에 다 보지 못한 페트라(Petra)를 둘러보겠습니다.

페트라에는 해발 1593m 아론산(자발 하룬)이 있다. 산 정상 아론의 무덤이 있었다는 지점에 모스크가 세워져 있다. 붉은 사암 협곡인 시크(Siq)를 3km 통과하면 페트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특히 입구에서 처음 마주치는 알 카즈네 장제전(葬祭殿)은 헬레니즘과 로마 문명의 토대 위에 이집트와 그리스의 영향까지 받은 걸작이다. 이 바위 도시는 당시 다메섹에서 예수님을 만나 회심한 사도 바울의 첫 사역지로 알려져 있다.

나바테아인은 이곳에서 태양신 두샤라(Dushara)와 여신 알라트(Allat)를 숭배했다. 바울은 그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파했다. 바위산을 깎아 만든 원형경기장은 8000여 명을 운집시켰는데 바울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복음 전파 장소였으리라.



<사진설명> 페트라 원형 극장(위) 거대한 바위를 깎아서 만들었다. 당시 페트라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약 8000명을 수용했다. 알 데이르(아래) ‘수도원’이라는 뜻이다. 높이 45m, 너비 50m 규모로 페트라 건축물 중 가장 크고 거대하다. 원래 나바테아 왕국의 귀족이나 왕족의 공동묘지였으나 후대에 기독교인들이 수도원 용도로 사용했다.



<사진설명> 자발 하룬(위) ‘아론의 산’이라는 뜻이다. 호르산 위치를 정확히 모르지만, 전승에 따르면 아론이 죽은 호르산은 페트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1593m 자발 하룬이라고 한다.  아론 무덤(아래)  호르산 정상에 있다. 과거에는 이곳에 비잔틴 시대의 돔형 기독교 교회가 있었지만, 현재는 이슬람 지배하에 모스크가 서 있다.


윤석전 목사: 페트라에서 발굴된 주요 유적은 무엇인가요?

오택현 교수: 페트라 전부가 유적이지만 시크 협곡을 지나면 바로 나오는 ‘알 카즈네(Al Khazneh)’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알 카즈네’는 광장에 세워진 궁전 같은 건물인데, 바위를 파서 만들었습니다. ‘보물 창고’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원래는 죽은 자를 위해 제사 지내는 신전인 장제전으로 사용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페트라에는 ‘알 카즈네’ 외에도 돌을 파서 만든 건물이 많은데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알 카즈네’ 옆을 보면, 우리나라 아파트처럼 보이는 곳이 있는데, 바위에 구멍이 뚫린 모양을 보면 사람이 산 흔적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귀족이나 왕족의 공동묘지였습니다. 바위에 굴을 파서 만들었고 지진으로 대부분 파괴된 주거지와 달리, 500기의 무덤이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 옆으로 조금 걸어가면 큰 바위를 깎아 만든 원형극장이 나옵니다. 약 33계단으로 만들어졌고, 전체 수용 인원은 8000여 명으로 추정합니다. 극장을 지나 오벨리스크와 사원, 제단과 석주 도로를 지나고 800개의 계단을 오르면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페트라에서 가장 큰 건축물인 ‘알 데이르(Al Deir)’ 수도원이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페트라에 아론이 묻힌 호르산이 있다는데 어디에 있나요?

오택현 교수: 호르산 위치를 정확히 얘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알려진 호르산입니다. 민수기 20장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에돔 변경(邊境) ‘므리바(Meribah)’에 머물 때 갈증이 심하자 물을 달라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큰 잘못을 저지릅니다. 그때 모세가 하나님 말씀대로 반석을 명하여 물을 내지 않고 화를 못 이겨 반석을 두 번 쳐서 물을 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모세의 잘못을 지적하시며 그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십니다. 아론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론이 가나안 땅에 못 들어가고 호르산에서 죽게 된다고 하시고 아론을 맏아들 엘르아살과 모세를 동반해 정상에 오르게 하십니다. 산 정상에서 아론의 옷을 벗겨 엘르아살에게 입히고 아론은 그 자리에서 죽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전승(傳承)이 내려오는 호르산을 페트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말합니다. 바위 도시 페트라 정상은 1593m 정도인데 ‘아론의 산’이라고 불리며 지금까지 호르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호르산에서 엘르아살을 대제사장으로 세울 때, 아론이 자신의 옷을 벗어 준 의미는 무엇인가요?


정중호 교수: 옷은 신분을 상징합니다. 대제사장은 보석이 12개 박힌 ‘에봇’이라는 옷을 입습니다. 또 에봇에는 ‘우림(Urim)과 둠밈(Thummim)’이 들어 있습니다. 보석 12개는 이스라엘 12지파(支派)를 상징하는데 대제사장이 이스라엘 12지파를 대신해서 하나님 앞에 선다는 의미입니다. 우림과 둠밈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대제사장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전달한다는 의미가 옷에 담겨 있습니다. ‘옷을 넘겨준다’는 것은 대제사장 직을 엘르아살에게 넘겨준다는 의미입니다.

윤석전 목사: 아론이 승계하기 전 엘르아살의 활동은 후계자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이었나요?

정중호 교수: 대제사장은 후계자를 키워서 물려주는 직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임명하십니다. 엘르아살이 훈련을 받은 이유는 대제사장이 됐을 때 그 직무를 잘 수행하게 하고, 이스라엘 백성이 엘르아살을 믿고 따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현장에서 단순히 도와주는 역할이 아니라 모든 일을 책임지고 그 일을 해내면서  교육을 받습니다. 백성도 그 모습을 보면서 신뢰하고 따르게 됩니다.

윤석전 목사: 후계자로 삼을 때 옷을 주는 관습은 언제 시작됐나요?

정중호 교수: 고대부터로 추정합니다. 성경에도 여러 군데서 발견되는데 엘리야가 승천할 때 엘리사에게 겉옷을 준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엘리사가 스승의 겉옷을 가지고 요단강을 치니 강물이 갈라져서 육지가 됐습니다. 옷을 통해 예언자 직을 승계한 것입니다. 또 성경에 야곱이 사랑하는 아들 요셉에게 채색옷을 입힌 내용이 나옵니다. 채색옷은 히브리어로 어린아이가 입는 옷이 아니라 ‘긴 옷’을 뜻합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옷을 준다는 말은 ‘족장과 모든 권력을 물려준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요셉이 형들을 제치고 아버지의 옷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형들이 분노했고 심지어 요셉을 죽이려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호르산에 아론과 관련된 유적이 있습니까?

오택현 교수: 페트라 박물관 옆길로 45분 정도 올라가면 아론의 무덤이 있다는 호르산 정상입니다. 이곳에 기독교인이 만든 비잔틴 시대 돔형 교회가 있었고 모자이크 장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슬람교도가 지배해서 아론의 무덤 지점엔 모스크가 서 있을 뿐, 기독교 정신은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윤석전 목사: 이번에는 ‘모세의 샘’으로 가 보겠습니다.

페트라를 나오면 민수기 사건과 관련한 장소가 나온다. ‘아인 무사(Ain Musa)’라 부르는 ‘모세의 샘’이다. 이 샘물은 수로를 타고 흘러 페트라 주민의 식수가 됐다. 현재도 누구나 이곳에서 자유롭게 물을 마실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가던 모세는 므리바(Meribah)에서 갈증 탓에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바위를 쳐서 물을 냈다. 이스라엘 백성은 바위에서 솟구쳐 나온 물로 목을 축였다.


<사진설명> 아인 무사 외부(위)실내(아래)  ‘모세의 샘’이다. 민수기에 모세가 물을 마시고 싶다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바위를 쳐 물을 낸 사건과 관련한 장소다. 이 샘물은 수로를 타고 흘러 페트라 주민의 식수가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사진설명> ‘성서의 땅을 가다’ 촬영차 아인 무사를 순례하는 윤석전 목사.


윤석전 목사: 민수기 20장과 ‘모세의 샘’이 관련 깊다고 하는데 말씀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거대한 바위산인 페트라에는 협곡과 계곡이 있습니다. 가장 깊이 파인 계곡 이름이 ‘와디 무사(Wadi Musa)’로 ‘모세의 계곡’이라는 뜻입니다. 계곡이 이어지다가 끝나는 지점에 아인 무사(모세의 샘)가 있습니다. 현재 건물은 세 개의 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 보면 바위에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데 현재도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물의 이적이 일어났던 므리바가 성경 속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중호 교수: ‘므리바(Meribah)’라는 지명 자체가 ‘다툼’이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 다투었다’, 즉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반역했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므리바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이 물 때문에 하나님과 모세에게 불평한 일로 각인돼 성경 곳곳에서 경고할 때 ‘므리바에서 한 행동을 다시는 하지 마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시편 95편 8절에 “너희는 므리바에서와 같이 또 광야 맛사의 날과 같이 너희 마음을 강퍅하게 말찌어다”라는 경고성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므리바가 주목받고 자주 언급된 이유는 이스라엘 최고 지도자 모세조차도 그곳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지 못하는 잘못을 했고 그 일로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윤석전 목사: 모세가 므리바에서 무엇을 잘못했나요?

정중호 교수: 모세는 하나님께 “반석에 명하여 물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민20:8). 하지만 모세가 그 명령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범했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 앞에 서서 그들을 몹시 책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지팡이로 반석을 두드리면서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는 표현을 씁니다. 물이 나오고 이적이 일어나는 것은 하나님의 힘입니다. 그런데 모세와 아론은 마치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적을 행한 것처럼 표현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팡이를 가지고 반석을 두드린 자체도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행동이지만, 하나님의 능력을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 나타내지 않은 것이 모세의 결정적 실수였습니다.

윤석전 목사: 웅장하고 화려했던 도시 페트라는 폐허가 돼 몰골만 남았습니다. 우리도 어느 땐가는 사라질 것입니다. 모세의 경거망동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우리가 이 땅에 살 동안 육신은 사라져 가도 영혼은 복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평생 축복받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8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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