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7-31 12:07:02 ]
야곱과 외삼촌 라반의 ‘평화언약’의 장소
입지조건 좋아 암몬·아람 등 이방족속과
이스라엘이 끊임없이 전쟁 치루었던 현장
야곱이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의
‘이스라엘’이란 이름 받은 얍복강도 위치
윤석전 목사: ‘길르앗’ 하면 사사(士師) ‘입다’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길르앗 사람 입다는 사사로서 훌륭한 일을 했고 전쟁에서도 승리했습니다. 또 길르앗에는 야곱과 외삼촌 라반이 화해할 때 돌무더기를 쌓아 야곱의 안전을 보장한 일과, 사울이 암몬과 벌인 전쟁에서 승리한 사건 등이 있습니다. 길르앗으로 가보겠습니다.
요단강 동편에 있는 길르앗은 사사 입다의 고향이다. 하지만 그는 본처 소생이 아니었기에 고향에서 쫓겨난다. 훗날 이스라엘의 장로들은 입다를 찾아가 ‘암몬 자손을 치려고 하니 당신이 도와 달라’고 부탁하고, 입다는 길르앗의 지도자가 돼 이스라엘을 치러 온 암몬 자손과 겨뤄 승리한다. 입다는 길르앗을 위협하는 에브라임 지파도 무찔렀다. 입다가 혈통을 뛰어넘어 사사로서 이스라엘을 인도하는 대지도자가 된 것은 하나님께서는 혈통을 보는 분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는 믿음을 보신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그러나 입다의 화려한 승리 뒤편엔 서원(誓願) 때문에 외동딸을 번제로 받쳐야 했던 고통의 시간이 존재했다.
<사진설명> [길르앗 산지.] 길르앗은 연간 700~800mm 정도로 비가 내려 산악지역임에도 땅이 비옥했다. 이스라엘은 모세의 인도 아래 아모리 족속을 몰아내고 길르앗을 얻어냈으며, 아람, 암몬과 국경을 접했기에 땅을 지켜내기 위한 전쟁을 치열하게 치러야만 했다.
<사진설명> (왼쪽)[길르앗 산지에서] ‘성서의 땅을 가다’ 촬영차 길르앗을 순례하고 소개하는 윤석전 목사. (오른쪽)[얍복강] 길르앗과 암몬 사이에 경계로 흐르는 강으로 길이 96km에 달한다. 얍복강 주변에는 야곱이 천사와 씨름하여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고 기념한 ‘브니엘’이라는 장소와 형 에서와 화해하고 머무른 장소인 ‘숙곳’이 있다.
윤석전 목사: ‘길르앗’ 하면 창세기 31장 야곱과 라반의 언약이 생각나는데, 그 내용을 설명해 주세요.
우택주 교수: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20년간 일합니다. 라반은 야곱이 매우 성실하기에 그를 데리고 있으면 재산을 불리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해 야곱이 자기 집을 떠나는 것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야곱은 20년이 지난 후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간 틈을 타서 가족과 재산을 이끌고 빠져 나옵니다. 라반이 며칠 후 야곱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황급히 추격합니다. 라반이 야곱을 거의 따라 잡을 때쯤, 밤에 하나님께서 라반에게 현몽해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 말하지 말라”(창31:24)고 말씀하십니다. 그다음 날 라반과 야곱은 ‘서로 더 이상 침범하거나 간섭하지 말고 평화롭게 지내자’라는 의미로 돌무더기를 쌓고 언약했습니다(창31:51~52).
윤석전 목사: 이 사건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택주 교수: 하나님께서 야곱을 위해 라반의 꿈에 현몽하셨고, 라반이 하나님 말씀대로 야곱과 언약한 점을 보면, 야곱이 라반의 집에서 20년간 일하면서 수차례 임금 사기를 당하면서도 사랑하는 라헬을 얻기 위해 참아낸 인품을 생각하게 합니다. 야곱처럼 하나님과 사람 앞에 성실하고 올바르게 일한다면, 역경에 처할 때 하나님이 그를 구해낸다는 귀중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길르앗의 지리 특징을 말씀해 주세요.
오택현 교수: 길르앗은 암몬보다 북쪽에 있고, 북쪽으로는 야르묵강, 남쪽으로는 얍복강 사이에 있는 산악 지역입니다. 강수량이 연간 700~800mm 정도 돼 땅이 비옥합니다. 길르앗의 지역 상황은 이스라엘 중앙산악 지역과 유사합니다. 길르앗도 도시로 발전할 좋은 여건을 갖췄기에 많은 나라가 탐냈고, 암몬이나 아람을 비롯해 주변 나라들과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당시 길르앗에서 일어난 전쟁은 어땠나요?
오택현 교수: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길르앗에 도착했을 당시는 아모리 사람 시혼이 다스렸습니다. 모세는 시혼에게 길르앗 지역을 빼앗아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에 분배합니다. 북쪽 지역은 므낫세 지파에 분배했습니다. 하지만 암몬 사람이나 아람 사람이 끊임없이 이 지역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일으킵니다. 성경 속에 입다, 사울, 다윗, 솔로몬의 기록을 보면 이 지역에서 항상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길르앗 지역은 북이스라엘 시절에도 주요 인물이 많이 배출됐는데 누구누구인가요?
우택주 교수: 가장 유명한 인물은 엘리야와 엘리사입니다. 엘리야는 위기 속에서 하나님 뜻을 구해 능력을 받고 이스라엘 민족에게 여호와 하나님을 바로 알려준 위대한 영적 지도자 역할을 했습니다. 또 엘리사는 9세기 길르앗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리며 하나님 앞에 악한 정치를 펼친 오므리 왕조 대신, 아람과 전쟁하고 있던 ‘예후 장군’에게 기름을 부어 새로운 왕조를 건설합니다.
윤석전 목사: 이번에는 길르앗의 마하나임과 얍복강으로 가보겠습니다.
마하나임은 야곱이 얍복강을 건너기 전, 여호와의 사자(使者)를 만나고 이를 기념해 ‘여호와의 군대’라는 이름을 지은 장소다. 마하나임에 있는 무성한 상수리나무 숲은 아버지 다윗왕에게 반역했던 압살롬의 죽음과 관련된다. 반정(反正)에 실패한 압살롬은 도망하다 상수리나무 수풀에 머리카락이 걸려 요압에게 최후를 맞이한다.
얍복강은 현재 상류 공장에서 쏟아내는 폐수 탓에 오염됐지만 구약시대에는 이 얍복강가에서 야곱이 천사와 씨름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사진설명> [마하나임과 브니엘.] 마하나임은 야곱이 여호와의 사자(使者)를 만나고 이를 기념해 ‘여호와의 군대’라는 이름을 지은 장소이다. 브니엘은 야곱이 천사와 씨름하여 이기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과 축복을 얻어낸 곳이다.
<사진설명> (왼쪽)12지파 정착시대 이스라엘과 (오른쪽)분열왕국 지도
윤석전 목사: 마하나임은 어디쯤 있습니까?
오택현 교수: ‘두 개의 진영’이라는 뜻인 마하나임은 므낫세 지파와 갓 지파 경계 지점에 있습니다. 성경은 마하나임이 길르앗 산악지대에 있고 갓 지파에 속했지만, 므낫세와 갓 지파 사이에 있으면서 특별한 역할을 한 도시라고 기록했습니다. 여호수아 21장 38절을 보면 이 지역은 갓 지파의 도시였지만 레위 지파인 므라리에게 분배한 성읍입니다. 레위인이 살면서 하나님 앞에 예배를 드린 장소였습니다.
윤석전 목사: 왜 ‘두 개의 진영’이라는 뜻을 지닌 ‘마하나임’으로 이름 지었나요?
오택현 교수: 야곱이 에서를 만나러 가면서 온갖 근심·걱정을 합니다. 그러다 하나님의 천사를 만나는데 그때 야곱이 “이곳이 하나님의 진(陣)이구나”라고 말해 그곳을 ‘마하나임’이라고 부릅니다(창32:1~2). 야곱은 라반이 그를 치려고 왔을 때 하나님의 도우심을 이미 체험했습니다. ‘앞과 뒤 두 진영에서 하나님께서 나를 지켜주고 계시는구나’ 하며 감사한 곳이 바로 ‘마하나임’입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 속에 나타난 마하나임의 일화를 더 말씀해 주세요.
우택주 교수: 마하나임과 관련한 일화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사울이 죽은 뒤 그의 장수 아브넬이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데리고 요단강을 건너가서 마하나임에 망명(亡命) 정부를 세웁니다. 그 지역 주민들과 연계해서 다윗의 왕권을 경계하고 새로운 전환기를 맞으려고 했습니다. 또 다윗이 왕권을 행사하고 있을 때 그의 아들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켜 다윗이 황급히 예루살렘을 떠나 요단강 동편 마하나임으로 도망합니다. 그런 다윗을 보고 시므이가 저주를 퍼붓는데 다윗이 죽을 때 솔로몬에게 시므이를 절대 그냥 두지 말라고 유언하는데(왕상2:8~9). 그 유언을 남긴 곳도 마하나임입니다.
윤석전 목사: 얍복강은 어떤 강이며 주변에 어떤 도시들이 있나요?
오택현 교수: 얍복강은 길이 약 96km로 길르앗과 암몬의 경계에 흐르고 있습니다. 중동지역 강이 대개 그렇듯 이곳도 요즘 수량이 줄고, 상류에서 내려오는 공장 폐수와 가정 폐수 탓에 심하게 오염됐습니다.
이곳에는 야곱이 형 에서를 만나기 전에 천사와 씨름하고 천사가 야곱에게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의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줬던 ‘브니엘’이 있습니다(창32:28). 또 에서가 자신과 함께 에돔 지역으로 가자고 했지만 언제 에서의 마음이 변할지 몰라 야곱이 정중하게 그 제안을 거절했던 ‘숙곳’이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야곱이 천사와 씨름하고 이겨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이 사건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택주 교수: 야곱이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았고 성경은 그 이름의 뜻을 ‘하나님과 비기다’라고 풀이합니다. 야곱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었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과 겨루어 축복을 받아낸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야곱은 유일한 해결책인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간구해서 응답을 얻었습니다. 야곱이 하나님의 축복만을 간구해서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우리도 세상적 목표나 욕망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만을 간구해야 합니다.
윤석전 목사: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사울의 시신을 거둬 장사 지내준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택현 교수: 길르앗 사람들이 사울에게 받은 은혜를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잔인하기로 유명한 암몬 왕 나하스가 길르앗 야베스를 침략해 위기에 처했을 때 사울이 구해줬습니다. 그래서 사울이 블레셋에 패하고 그의 시신이 성벽에 매달려 모욕을 당할 때 자신들을 도와준 왕이 모욕당하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사울의 시신을 가져다가 장사했습니다(삼상31:8~13).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의 이삭 번제와 입다의 딸 번제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우택주 교수: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친 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신앙을 시험하려고 하신 명령을 따른 일이지만, 입다는 전쟁에 승리할 경우 자기를 제일 처음 환영해주는 자를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무모한 서원을 드린 결과입니다.
윤석전 목사: 야곱은 얍복강을 건너 에서와 화해했고, 그 화해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분쟁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뜨거운 화해 속에서 이루어진 야곱의 축복과 같이, 여러분도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야곱처럼 기도로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계속>
<윤석전 목사 탐사기행 ‘성서의 땅을 가다’는 www.ybstv.com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8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