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 ‘성서의 땅을 가다’(125) l 레바논 편(2)] 부유했지만 우상숭배와 사치·향락으로 멸망한 ‘시돈’

등록날짜 [ 2018-11-19 14:11:27 ]

지나친 번영이 교만과 타락의 원인으로 작용
구약성경도 ‘쇠락의 길 걷게 될 것’ 경고

솔로몬과 아합 왕, 시돈 여인과 정략결혼
이방신 이스라엘에 들여오는 결과를 야기
신약 시대엔 귀신에 사로잡힌 ‘비극의 땅’

윤석전 목사: 두로와 시돈은 성경에서 쌍둥이처럼 함께 등장하는 지명입니다. 그중 시돈은 부유한 항구 도시였고, 우상숭배가 만연한 곳이었습니다. 솔로몬과 아합은 시돈 출신의 우상숭배 하는 여인을 왕후로 맞았습니다. 결국 시돈은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심판의 도시로 언급하셨던 시돈으로 가 보겠습니다.


시돈항 전경  페니키아(베니게)인들의 첫 정착지였던 시돈은 바다에서 채취한 뼈고둥(뿔소라)에서 당시 왕족이나 부자가 즐겨 입는 자색 옷 염료를 추출해 냈고, 그리스 호메로스도 칭송한 고품질 유리 공예 무역으로 눈부신 번영을 누렸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Beirut)에서 남쪽으로 달리면 시돈(Sidon) 바닷가가 펼쳐진다. 시돈은 현재도 레바논에서 셋째 큰 도시다. 고대 레바논 지역인 페니키아 땅에서 시돈은 두로와 더불어 중심 무역 항구였고 부유한 도시 국가였다. 그러나 그 번영은 타락의 원인이 됐다. 성경에 ‘내가 그에게 염병을 보내며 그의 거리에 피가 흐르게 하리니’(겔28:23)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돈이 망하지 않고 돌아와 회개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진실한 소망이었다. 하지만 튼튼한 요새와 부유로 시돈의 교만은 극에 달했고 바알 숭배가 시돈 땅을 덮었다.
 
윤석전 목사: 시돈이 성장한 배경을 소개해 주세요.

시돈 지도 신구약 성경에 모두 등장하는 시돈은 레바논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있고, 현재 레바논에서 셋째로 큰 도시다. 수도 베이루트에서 남쪽으로 약 45km, 티레(두로)에서 북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원희 목사: 성장에 유리한 지형을 가진 도시들은 물질적 부요를 누리고, 그 부요 속에서 반드시 타락하는 과정을 겪는 공통점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대 레바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형적으로 보면 외적을 막을 수 있는 고산지대가 있고, 무역을 할 수 있는 바다가 있습니다. 내륙에는 ‘레바논’과 ‘안티레바논’이라는, 남북으로 나란히 뻗은 두 산맥이 외적을 막아 주고, 바다 쪽은 갑과 만(灣)이 있어 항구가 될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이런 바다 무역에 유리한 지리 여건 덕에 부(富)를 창출하고 예수님께 신랄한 심판 예언을 받을 만큼 타락의 길을 걸었던 점은 지형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시돈은 누가 처음 건설했나요?
 
차준희 교수: ‘시돈’은 인명(人名)이 지명(地名)이 된 경우입니다. ‘앗수르’라는 인명이 도시 이름과 나라 이름이 된 것과 같습니다. 창세기를 보면, 노아의 증손이 ‘시돈’입니다. 시돈의 태고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노아의 증손이 건설했다고 말합니다(창10:15~19). 역사가 요세푸스도 이 의견을 지지합니다. 이견(異見)으로는, 트로이가 멸망하기 1년 전, 에게해에 살던 ‘바닷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족속이 그곳에서 쫓겨나서 오늘날 팔레스타인으로 와서 현재 이스라엘 가자지구인 옛 블레셋을 건설했다가 다시 쫓겨나 시돈에 정착했다고 봅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에는 시돈이 언제 처음 등장하나요?
 
차준희 교수: 창세기 10장에 노아 족보가 나옵니다. 노아 세 아들 중, 둘째 함의 아들이 가나안이고, 그의 장자가 시돈이라고 나온 것이 처음입니다. 창세기 10장 족보는 모두 노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래서 인류의 전쟁은 가족 간의 전쟁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구약 시대 시돈은 어떤 도시였는지요? 
 
차준희 교수: 구약 시대에 시돈은 B.C. 10세기경 번영을 이룬 도시로 나옵니다. 경제적으로 번영했고, 그 때문에 교만해서 타락한 도시가 성경에서 말하는 시돈입니다. 이사야 23장 8절에 ‘면류관을 씌우던 자요 그 상고들은 방백이요 그 무역자들은 세상에 존귀한 자이던 두로’라고 두로와 시돈을 말합니다. 즉, 세상이 우러러보고 주변 국가가 선망하던 나라가 바로 시돈이었습니다. 하지만 타락하여 선지자들에게 멸망의 예언을 받고, 그 예언은 주전 4세기경 알렉산더에 의해 이뤄집니다.
 
윤석전 목사: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대로라면 신약 시대 시돈은 구약 시대와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차준희 교수: 신약 시대에 예수님이 시돈과 두로에 가셔서 말씀을 전하시고, 사도 바울도 선교지로서 그곳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약 시대 시돈은 구약 시대처럼 경제적으로 부요했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신약 시돈은 한(恨) 많은 여인, 어려움에 부닥쳤던 사람들이 나옵니다(막7). 추정하자면, 한때 물질적으로 부요해 주변 나라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물질로 타락하자 하나님께서 그 도시를 꺾으신 것 같습니다. 물질적 축복으로 교만해지면 하나님이 반드시 꺾으십니다. 물질로 교만해지면 결국엔 물질로 낮아지게 되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부와 타락의 상징, 시돈으로 다시 한번 가 보겠습니다.


(왼쪽)시돈 십자군 성채 1228년 제6차 십자군 전쟁 중 십자군이 지은 성채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오른쪽)에쉬문 신전에서 발견된 아스다롯 여신의 왕좌  솔로몬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이뤘고, 최초로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한 위대한 왕이다. 그러나 솔로몬은 정치적 이유로 이방 여인들과 결혼했고, 그중에는 시돈 여인도 있었다(왕상11:1). 솔로몬의 정략결혼은 이방 여인들이 이방 신들을 이스라엘로 들여오는 결과를 낳았다. 시돈 여인은 고향의 여신 아스다롯 숭배의식을 끌어들였고(왕상11:5), 솔로몬도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아닌 시돈의 아스다롯, 모압의 그모스, 암몬의 밀곰을 섬겼다(왕상11:33).


노아의 증손이 건설했다는 시돈은 지금도 여전히 항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자색 염료 공업으로 큰 부를 얻었던 고대의 영광은 해안가에 남아 있는 십자군 성채처럼 과거의 시간 속에 박제되었다. 한때 그 번영이 영원할 듯했던 시돈. 그러나 신약 시대에는 귀신에 사로잡힌 비극의 땅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이것은 선지자에 의해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윤석전 목사: 왕정 시대의 시돈은 어떤 곳이었는지요?
 
차준희 교수: 왕정 시대 시돈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것은 솔로몬 때입니다.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할 때, 시돈에서 많은 기술자와 백향목을 비롯한 많은 원자재를 가져옵니다. 왕정 시대 시돈은 경제적으로 부강했으나 우상을 숭배했습니다. 바다를 통해 물건을 사고팔던 곳이었기에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려고, 또 그들의 부(富)를 지키려고 우상숭배를 하고, 특히 물신이었던 바알을 섬겼던 도시로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시돈이 자주(紫朱) 물감의 본거지라고 하는데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자주색은 고대에 왕이 입는 옷의 색깔이었습니다. 자주색 물감은 구하기가 어려워 값이 몹시 비쌌습니다. 시돈 해안가에서 소라 같은 뼈고둥에서 자주 물감을 채취하는데 뼈고둥 일만 개에서 물감 1g을 얻는다고 하고 이를 이집트로 비싼 값에 수출했습니다. 이로 볼 때, 신약에 등장하는 자주 물감 장사 루디아는 상당한 부자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금도 시돈에 가 보면 패총(貝塚)이 많이 남아 있어 얼마나 많은 뼈고둥을 채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수로보니게 지역과 시돈 항구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이원희 목사: 예수님께서 이 지역을 방문했다는 마태복음 기록을 보면 ‘가나안 여인’이 나옵니다. 마가복음 7장 26절에는 ‘수로보니게 족속’ 여인이 나옵니다. 이것은 모두 지명(地名)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신 ‘수로보니게’ 지역(수로-시리아, 보니게-페니키아 지역을 통칭)은 두로와 시돈 두 지역을 합친 전체 지역 명칭입니다.
 
윤석전 목사: 예수님께서 이방 지역인 시돈을 방문하셔서 수로보니게 여인의 딸에게 이적을 베푸셨는데, 이 사건이 성경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차준희 교수: 예수님께서 그 지역에 가셔서 한 여인의 귀신들린 딸을 고쳐 주신 사건이 마태복음 15장과 마가복음 7장에 나옵니다. 마태복음은 유대인을 위해서 쓴 복음서이기에 중요합니다. 여기서 이방인과 예수님이 나눈 대화에 주목하면, 예수님이 이방 여인을 ‘개’ 취급합니다. 그런데도 이방 여인은 “다윗의 자손이여”라며 믿음을 표현합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파송할 때 “이방인의 길로도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말고 차라리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마10:5~6) 하십니다. 마태복음 15장 이전까지 보면, 예수님은 이방인을 전도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부활 후 전도 명령을 하실 때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주고”(마28:19)라고 하셨습니다. 전도가 이스라엘에 국한되지 않고 이방인에게 열리는 말씀입니다. 이 중간에 마태복음 15장이 이방인 전도의 물꼬를 트는 전환 역할을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을 섬기던 솔로몬왕과 아합왕이 왜 이방 사람인 시돈 여인을 아내로 삼았을까요?
 
이원희 목사: 다윗왕 때 정복한 넓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려고 정략결혼을 한 것입니다.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는 이방인과 정략결혼을 해서 정치 안정을 꾀하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아합왕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집니다. 
 
윤석전 목사: 이사야 선지자가 시돈을 심판한다고 예언했는데, 하나님이 이방 나라에 부정적이셨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에쉬문 신전 시돈 북동쪽 2km에 위치한 신전이다. 에쉬문은 시돈 지역의 풍요와 건강의 신으로, 사사기 10장 6절에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버리고 섬겼던 ‘시돈의 신들’ 중 하나다. 시돈 사람들은 그를 치유의 신이라 부르며 매우 중요한 신으로 여겼다.


 차준희 교수: 이사야 선지자가 시돈 심판을 예언한 것은 맞지만, 하나님이 이방 민족을 부정적으로 대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이사야서에 “나의 백성 애굽이여, 나의 손으로 지은 앗수르여, 나의 산업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지어다”(사19:25)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집트도, 앗수르도 이스라엘의 원수 국가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집트의 하나님이기도 하고, 앗수르의 하나님이기도 합니다. 요나서를 보면 하나님은 여러 나라 사람을 아끼셨고, 그에 더해 그 나라의 짐승까지도 아끼십니다. 하나님은 특정 민족의 신이 아니라 온 인류의 신이십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백성은 이념, 종족, 나라, 모든 것을 초월해서 열방(列邦)을 품으시는 하나님의 마음과 같이해야 합니다. 
 
윤석전 목사: 예수께서 시돈 땅을 저주하며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섭리를 우리에게 보였습니다. 그들은 부유했지만 우상숭배를 일삼으며 사치와 향락과 쾌락으로 자기들을 매몰시켰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부유가 있다면 감사하며 복음을 위해서, 영혼의 때를 위해서 살아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만 섬겨서 하나님의 귀한 축복을 계속 이어 가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계속>
 

위 글은 교회신문 <60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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