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9-08-27 16:05:19 ]
이슬람 시아파 중심지에 400년 전 세워져
아르메니아인 150만 순교 아픈 역사 간직
교회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곳
기독교의 생명 목숨처럼 지켜 물려줘야
윤석전 목사: 과거에 선지자 다니엘과 에스더가 살았던 페르시아는 1935년 팔레비 왕이 나라 이름을 이란으로 바꿨습니다. 철저한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 예수 복음이 어떻게 해서 전해 내려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곳에 몇몇 교회가 남아 있는데, 이번 호에는 반크교회(Vank church)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페르시아 사파비 왕조의 아바스 1세(재위 1587~1629)가 아르메니아인이 살도록 지정해 준 구역인 이스파한의 졸파(Jolfa)에는 반크교회와 아르메니아인 순교탑이 있다. 극심한 박해를 받은 기독교인에게 반크교회는 믿음의 방패였다. 교회 내부 천장은 페르시아 양식, 벽은 유럽식인데 두 군데 모두 박해와 순교의 역사가 그려져 있다. 모슬렘에게 이곳은 볼거리 있는 관광지일 뿐이지만, 기독교 순례자에겐 감동의 역사로 다가온다. 400년 전 기독교인들은 이처럼 그림으로 예수 십자가 구속의 은총을 모슬렘에게 전하고자 했다.
윤석전 목사: 반크교회가 있는 이스파한은 어떤 곳이며 반크교회는 어떤 곳인가요?
홍순화 교수: 이스파한은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인데 규모가 상당합니다. 이스파한에는 이맘 모스크 광장, 궁궐 등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준 높은 건축물들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시오세폴 다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곳에 있는 교회입니다. 이스파한 졸파에는 교회가 13곳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하고 큰 곳이 반크교회입니다. 이 교회는 1606년경에 건축됐고 두 차례 증축을 거쳐 현재 모습을 갖췄습니다. 반크교회는 교회 내부에 있는 기독교 박물관 덕분에 유명합니다. 박물관은 1930년에 세워 1971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 놓았는데 세워 가장 작은 성경이나 성경 구절을 새긴 머리카락 등 특이한 유물이 전시돼 있습니다. 이스파한의 문화 특징과 박물관 덕분에 반크교회는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윤석전 목사: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도 이슬람 문화가 아주 강하게 자리 잡은 나라여서 다른 종교가 유입할 틈이 없었을 터인데, 어떻게 해서 이 지역에 기독교가 오래전부터 뿌리내렸나요?
우택주 교수: 이란 지역에 기독교가 전파된 시기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B.C. 250년경~A.D. 226년이며, 이 지역을 통치한 파르티아 제국에 복음이 전파됐습니다. 유목민인 파르티아 민족은 말을 타고 다니며 전쟁과 사냥을 즐겼는데, 문명이 발전하지 못했기에 복음 전파가 쉬웠을 것입니다. 둘째, A.D. 226~651년이며, 조로아스터교가 꽃피던 사산 왕조 시기로, 기독교가 이슬람교와 평화롭게 공존하기도 하고 핍박받기도 했습니다. 셋째, A.D. 651년 아랍 모슬렘이 페르시아를 점령한 시기이며, 기독교에 위협이 따랐지만 극심하게 핍박받거나 순교당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11세기 말에 발발한 십자군 전쟁 탓에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정면 대치하면서 오늘날의 적대관계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현재 이란에 있는 교회들은 로마 가톨릭과 구분되는, 동방정교의 분파(分派)인 네스토리안 정교회입니다. 네스토리안 정교회는 A.D.431년 열린 에베소 공회(Concilium Ephesinum)에서 네스토리우스(Nestorius)가 ‘마리아 비성모설(非聖母說)’을 주장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네스토리우스는 “마리아가 어떻게 신을 낳을 수 있느냐? 인간을 낳은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예수의 인성을 강조했다는 이유로 에베소 공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받고 쫓겨났습니다. 페르시아 지역 사람들이 이 교리를 받아들이면서 페르시아 기독교는 네스토리안 정교회가 됐습니다. 이는 페르시아 기독교회가 자기들은 로마제국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서 이슬람의 박해를 피하려 한 선택으로도 보입니다. 이란 교회들은 네스토리우스의 신앙을 이은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이란이 기독교를 박해한 흔적이 반크교회에 남아 있습니다. 반크교회로 가 보겠습니다.
1655년 아르메니아 기독교인이 건축한 반크교회에는 수난의 역사가 남아 있다. 입구를 지나면 보이는 순교탑은 1915년 아르메니아인 150만을 살육한 터키 모슬렘의 잔인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마당 한쪽에는 순교자 무덤이 남아 있다. 본당 맞은편에 있는 박물관에는 각종 문화유산과 박해의 역사가 전시돼 있다. 기독교 역사상 아르메니아인처럼 순교를 각오하고 믿음을 지킨 민족은 드물다. 영토·종교 분쟁으로 끝없이 피 뿌리는 수난의 역사를 겪은 아르메니아인 덕분에 아직까지도 이란 땅에 기독교가 살아 있다.
윤석전 목사: 현재 이란 교회는 명맥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교회를 심하게 박해한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인의 순교가 많았는데, 박해와 순교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기독교에는 순교의 역사가 계속돼 왔는데 이란 지역에서는 더욱 참혹했습니다. 역사 기록을 보면 4세기 페르시아 샤푸르 2세(Shapur II)는 하루에 기독교인을 3만 명까지 죽였다고 합니다. ‘기독교인 몇십만 명을 죽였다’고 자랑스럽게 비석에 새겨 놓을 정도로 초기 기독교는 극심한 핍박을 받았습니다. 이후 모슬렘이 그 지역을 장악할 때도 기독교는 명맥만 유지했습니다. 1980년에는 열심당인 시몬 교회 담임목사 ‘아라스투싸이어’가 교회 안에서 순교당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현재 이란은 세계에서 복음을 전파하기가 어려운 나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반크교회와 같은 아르메니안 계통, 아시리아 계통 교회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소수만 남아 있지만 그만큼도 감사할 정도로 이란은 순교의 땅입니다.
윤석전 목사: 오늘날 이란의 현실과 연결해 볼 때, 이란 기독교 역사에 담긴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을까요?
우택주 교수: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먼저 남을 대접하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구 열강이 이란이나 이라크 등 이슬람 국가를 침략하고 정복한 역사 때문에 모슬렘이 서구 사람들이나 기독교에 반감을 갖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슬람이라는 다른 종교를 믿을지라도 하나님은 그들도 사랑하신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슬람권을 선교하려면 기독교 국가들이 먼저 모슬렘을 정치·경제 측면에서 대등하게 대접하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경각심을 풀어 우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복음을 쉽게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목적이나 경제적 이윤도 포기하고 오로지 영혼 구원을 추구하는 하나님을 따라, 영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겸손한 자세와 인내하는 마음으로 선교를 하면 반드시 복음이 전파되고 확장되리라고 믿습니다.
윤석전 목사: 어느 나라, 어떤 조건일지라도 결국엔 복음이 들어가 하나님의 섭리가 계속된다는 사실에 감동됩니다. 이란 기독교가 서방교회에서 이단으로 정한 네스토리우스의 교리를 수용했다면, 잘못된 가르침을 받은 건가요?
우택주 교수: 중요한 질문이지만 대답하기 쉽지 않은데요. 초대교회 시기에 종교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습니다. 여러 지역 교부(敎父)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교리를 결정했습니다. 이런 회의들이 오늘 우리가 믿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공을 남긴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습니다. 교회 교부들은 각자 다른 성경 해석과 교리를 갖고 있었는데, 다수를 차지한 힘 있는 교회의 의견이 정통으로 자리 잡고, 힘없는 교회의 의견은 이단(異端)이라고 결정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예수의 인성(人性)을 지나치게 강조한 네스토리우스의 가르침도 서방교회에서는 이단으로 정했지만, 네스토리우스가 예수님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부정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네스토리우스를 이단으로 결정한 데는 교회의 권력 다툼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교파나 교회의 차이를 초월하여 모든 기독교회를 통일하고자 하는 에큐메니컬(Ecumenical) 운동이 일어나서 동방교회와 서방교회 사이에 토론을 자주 진행하면서 네스토리우스의 가르침 중 일부분은 수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이단이라고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사람들로서 올바른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이 이 땅에 펼친 섭리들은 절대 땅에 떨어지지 않고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기독교에는 수많은 핍박이 있었지만 현재 전 세계 기독교인이 20억 명이나 됩니다. 기독교가 참이요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 참되고 진실한 기독교의 생명을 목숨처럼 지키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3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