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67)]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살았던 하란…하나님이 명하자 즉시 떠나

등록날짜 [ 2019-11-29 16:32:08 ]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 땅에 정착해서

풍요롭게 살았지만 우상숭배 팽배에 불만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자에게 주실

더 나은 미래 기대하며 가나안으로 출발


윤석전 목사: 어느 시대든지 인간은 돈을 사랑합니다. 하란에 살았던 아브라함도 75세까지 재물 모으기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릅니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12:1).”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아브라함은 즉시 일어납니다. 그전에 하나님을 접한 적 없는 아브라함이 어떻게 그렇게 즉시 명령대로 행동할 수 있었을까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살았던 하란으로 가 보겠습니다.


유프라테스강 지류(支流)인 발리크강 변 비옥한 도시 하란은 당시 지중해로 연결되는 국제 무역로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땅의 교통 요지였던 하란에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이 정착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이곳에서 리브가를 얻었고 손자 야곱은 라헬을 만났다. 하란에서 풍요를 누리던 아브라함은 이곳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 가나안을 향해 출발했다. 아브라함 가계(家系)의 정신적 고향 하란에는 당시 메소포타미아의 주신(主神)인 달신의 신전이 있었다. 신전 탑 꼭대기에서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치렀다. 의학과 천문학을 가르치던 세계 최초의 대학도 이곳 하란에 있었다. 이렇듯 우상을 섬기고 지성을 우선시한 하란에는 하나님이 머무실 공간은 없었다.


윤석전 목사: 하란의 지리적 특징을 말씀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하란은 지금의 터키, 즉 메소포타미아 평원이 끝나고 아나톨리아 산악지대가 시작되는 곳에 있습니다. 하란이 중요한 이유는 지리적 특성 때문입니다. 하란은 니느웨와 헷 족속의 수도인 하투사스(hattushash) 사이, 즉 니느웨에서 터키 내륙지방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손꼽히는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하란 남쪽 100km 지점에는 당대 최고의 국제도로가 지나가는 비옥한 평야지대가 있었기 때문에 하란은 자연스럽게 교통 요지가 됐고 돈과 사람들이 모이는 상업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윤석전 목사: 창세기에서 잠깐 언급되는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에 관한 문헌이 있나요?


이형원 교수: 데라는 여호수아 24장 2절에도 언급됩니다. “옛적에 너희 조상들 곧 아브라함의 아비, 나홀의 아비 데라가 강 저편에 거하여 다른 신들을 섬겼으나”라며 데라가 갈대아 우르에서 우상을 섬긴 일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탈무드』에는 “데라는 시날 평지 니므롯이라는 왕의 신하였다” “태양신을 섬긴 자”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탈무드』에서 데라가 우상(偶像)을 파는 장수였다고 묘사하는 점을 볼 때, 데라는 우상 섬기는 일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갈대아 우르에서 데라와 아브라함이 어떻게 생활했나요?


이형원 교수: 아브라함 부자는 당시 갈대아 우르 지역의 보편적 경제활동인 농업과 목축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창세기 12장에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하란으로 떠날 때 소유도 많고 종도 많아 함께 떠났다는 기록을 볼 때, 고향 땅에서부터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탈무드』에 아브라함과 그의 아버지에 관한 일화가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우상을 파는 가게를 했는데, 하루는 데라가 아브라함에게 가게를 맡기고 나갔습니다. 아브라함은 우상을 파는 일이 싫어 우상 앞에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도끼로 우상을 다 부수어 버립니다. 마지막에 제일 큰 우상 하나만 남겨놓고 그 우상의 손에 도끼를 쥐여 놨습니다. 외출하고 돌아온 데라에게 아브라함이 “저 우상이 다른 우상을 부수어 버렸습니다” 라고 말하자 데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아브라함은 당시 팽배한 우상숭배에 불만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즉시 삶의 터전을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형원 교수: 첫째, 자신이 사는 곳의 문화와 우상숭배에 불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갈대아 우르 사람이든 하란 사람이든 ‘신(Sin)’이라는 달신을 섬겼고, 바벨탑같이 높은 탑을 쌓아 사람을 신에게 바치는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특별한 제사를 지내면, 신이 그들에게 계시를 주었다고 합니다. 이런 우상숭배 행태에 아브라함은 불만과 회의를 느꼈다고 합니다. 둘째, 신약에서 말하는 것으로, 아브라함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 11장 8절에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에 나갈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갔으며”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브라함이 하나님께서 심어 준 순종의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아브라함이 하나님께서 미래에 주실 아름다운 땅의 소산을 기대했다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11장 10절에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경영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을 바랐다”고 표현합니다. 하나님께서 자기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자에게 주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이 아브라함에게 있었습니다.


윤석전 목사: 신약 성경에 보면 사울이 예수 믿는 자들을 무섭게 핍박했지만, 다메섹에서 “사울아 사울아” 부르는 목소리 앞에 무릎을 꿇고 사도 바울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와 같이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 창조자의 영적 권위와 권세 앞에 압도당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인 이유는 아브라함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이 살던 하란으로 다시 가 보겠습니다.


하란에 들어서면 산 아래에 사람들이 사는 벌집 모양의 흙집들이 있다. 벽면에 동물 배설물을 바르고 지붕엔 구멍을 뚫어 빛이 들어오도록 만든 이 흙집은 고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집 안 가재도구에서는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아브라함 가족도 이런 공간에서 생활했을 것이다. 전통 구조의 집 안은 여전히 흙바닥이고 세간은 남루하다. 흙벽돌을 사용해 4~5m 높이 원뿔 모양으로 쌓아 올린 흙집의 지붕 끝에 구멍을 냈고 천장에 넓은 공간을 둠으로써 뜨거운 태양열을 잡았다. 흙집 공간 속에서 아브라함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하란. 그러기에 하란은 여전히 성서의 땅이다.


윤석전 목사: 하란은 성경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홍순화 교수: 하란에는 성경과 관계 깊은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이 살았던 곳이기에 하란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란에는 성경과 관련 있는 우물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야곱 우물’이라고 부릅니다. 또 하란에 있는 ‘발리크’라는 작은 강은 유프라테스강 지류로 하란과 성경을 연결하는 고리입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 하란을 즉시 떠난 아브라함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형원 교수: 창세기 12장 4~5절에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서 하란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날 때, 그에게 소유와 종이 많았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즉, 하나님 명령을 받을 때 그의 삶은 부유하고 윤택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번화한 곳에서 풍요롭고 안락하게 살고 있었는데도 하나님께서 새로운 삶, 신앙의 도전을 주실 때 과감하게 나선 점을 보면 아브라함은 물질적인 풍요나 향락보다 거룩한 삶을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또 나이 75세였음에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 하나님과 함께하면 밝은 미래를 펼칠 수 있다는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윤석전 목사: 하란 성경 유적지가 현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홍순화 교수: 하란에 직접적인 유적이 많지는 않지만 이곳은 아브라함이 살았던 곳이며 야곱의 피난처이자 레아와 라헬의 고향이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아브라함 시대의 하란과 가나안을 비교해 봤을 때, 하란이 풍요로웠던 곳이었는데도 아브라함이 하나님 말씀을 따라 가나안행을 선택한 점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 이외에 하란과 관련한 성경 속 대표 인물은 누구일까요?


이형원 교수: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205세에 하란에서 죽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후 아브라함의 손자인 야곱이 에서가 받을 장자 축복을 대신 받고, 에서의 분노를 피해 도망한 곳이 하란입니다. 야곱은 그곳에서 외삼촌 라반과 함께 살면서 레아와 라헬을 부인으로 맞고 아들 11명을 낳았습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은 우리에게 아브라함보다 많은 말씀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보내 주신다고 말씀하시고 보내 주셨습니다. 그 아들을 죽이신다고 하시고 죽이셨습니다. 부활한다 하시고 부활하셨습니다. 곧 재림하신다고 하셨으니 재림하실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은 우리의 믿음입니다. 우리 모두 아브라함처럼 하나님 말씀을 믿음으로 복 받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5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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