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72)] 동방의 오지에 복음을 전한 사도 바돌로매의 순교지 ‘알팍’

등록날짜 [ 2019-12-30 16:32:32 ]

복음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오지 산간지대인

아르메니아에 복음 전하다 참혹하게 순교

터키 분쟁지역에 위치해 관광객 접근 어려워

우리의 믿음도 절대적 구령의 열정 본받아야



윤석전 목사: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바돌로매는 성경에 정확한 기록이 없습니다. 바돌로매를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나다나엘(요1:45)이라고 지칭하는 분도 있습니다. 기록된 분량이 적어 잘 알려지지 않은 바돌로매. 그를 기념하는 교회와 순교터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바돌로매가 어디에 가서 복음을 전하다가 일생을 마쳤는지 생각하면서 우리의 믿음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바돌로매(Bartholomew)의 순교 터는 터키 동쪽 국경 인근 알팍(Albayrak) 마을에 있다. 터키 산간에 사는 사람들은 유목민의 후예답게 목축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산간 오지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성지순례객을 보며 신기해한다. 이곳 언덕 위에 사도 바돌로매가 순교한 교회 터가 있다.



<사진설명> 바돌로매 순교교회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침신대 교수진과 윤석전 목사. 



<사진설명> 알팍마을 위치(고대 지명).



<사진설명> 알팍 마을. 하란에서부터 동쪽으로 약 490km, 해발 3400~3600m 정도의 고산 지대 계곡에 있는 터키의 오지마을.


윤석전 목사: 바돌로매는 왜 터키 동부 알팍까지 가서 순교했을까요? 많은 의문을 품으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해 봅니다. 알팍 마을의 위치와 바돌로매 순교교회에 관해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알팍은 터키 국경 지역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어서 터키 사람들도 잘 모릅니다. 당연히 관광객은 절대로 갈 리가 없는 곳입니다. 현지인도 거의 모르는 알팍을 ‘성서의 땅을 가다’에서 소개한다는 것이 매우 의미 깊습니다. 알팍은 터키 남동부 도시 하란에서 동쪽으로 490km 떨어져 있고, 아라랏산 부근 반(Van) 호수에서 동쪽으로 90km, 이란 국경에서 10km 정도 위치에 있습니다. 알팍은 3400~3600m 고산 지대에 있는데 조그마한 냇가 옆 언덕에 있는 마을입니다.


현지 자료에 따르면 알팍 마을 언덕에 있는 교회는 13~14세기 건물인데 1647년, 1760년, 1877년 총 세 차례 보수했다고 합니다. 지금 보이는 건물은 17~18세기 아르메니아 교회 형태입니다.


윤석전 목사: 바돌로매는 사도행전이나 복음서 외에는 확실하게 언급된 적이 없어 많은 성도가 궁금해합니다. 어떤 인물인지 소개해 주세요.


김선배 교수: 공관복음서(共觀福音書, 마태·마가·누가복음)와 사도행전에 열두 제자를 소개하는데, 그 명단에 바돌로매가 포함됩니다(마10:3; 막3:18; 눅6:14; 행1:13). 그 외에는 성경에 그 이름이 일절 등장하지 않아서 바돌로매가 어떤 인물인지 추정하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학설에 따르면 바돌로매가 나다나엘이라고도 합니다. 요한복음에는 바돌로매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고, 빌립과 짝을 이루는 사람으로 나다나엘이 등장합니다(요1:45). 공관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도 바돌로매의 이름이 빌립과 짝을 지어 나옵니다. 그 때문에 바돌로매가 나다나엘이라는 주장이 9세기 이후 등장했지만, 성경에서 두 사람을 명확하게 동일시하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역사적인 흔적과 전승을 찾아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이동 수단이 변변찮던 시대에 바돌로매는 왜 서유럽이 아닌 동쪽 오지를 복음 전도의 장소로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동방 오지에서 순교한 상황을 살펴보면 바돌로매가 하나님의 섭리를 따른 것 같습니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말씀 해주세요.


홍순화 교수: 만약 사도행전이 더 길어서 열두 제자의 흔적을 명확하게 기록해 놓았다면 성도들에게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했을 터입니다. 바돌로매에 관한 기록을 성경에서 더는 찾아볼 수 없지만, 무덤은 대체로 그 사람이 죽기 전까지 그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바돌로매가 알팍에서 활동했다고 추정합니다. 특이한 점은 바돌로매가 사도 바울처럼 당시 세계 중심인 로마에서 거한 것이 아니라, 복음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오지 사람 전도를 위해 하나님께 선택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르메니아 전승에 따르면, 바돌로매가 아라비아, 페르시아, 인도 지역에서 선교하다 산악 지역인 아르메니아로 A.D. 60년경에 왔다고 합니다. 아르메니아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舊)시가지 1/4을 차지할 만큼 성지에서는 대단한 영향력을 가졌기에 이 전승은 상당한 가치를 띱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바돌로메와 다대오가 자국에 복음을 전한 최초의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윤석전 목사: 목숨을 건 복음 전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바돌로매 교회로 가 보겠습니다.


터키 동부에 있는 바돌로매 교회는 터키군(軍)이 삼엄하게 경비하고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아르메니아, 이란, 터키 세 나라의 국경 부근이어서 터키로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아르메니아 땅이던 이곳이 터키로 넘어오면서 벌어진 분쟁(紛爭, 아르메니아 학살; 19세기 말~20세기 초 오스만투르크제국에서 거주하던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인을 집단 학살한 사건)으로 바돌로매 순교교회는 폐허가 됐다. 이 때문에 터키는 바돌로매의 무덤이 있는 교회를 가시철조망으로 막아 지키고 있다. 성경 속에 이름만 기록된 바돌로매, 그러나 이 교회 터는 하나님이 사용하신 바돌로매에 관한 구체적 기록의 땅이다.


윤석전 목사: 바돌로매 순교교회를 물어물어 찾아가 드디어 그 앞에 다다랐을 때, 흥분됐습니다. 그런데 철조망으로 다 가려놓고, 길도 철조망 가시로 막아 두어서 순교교회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터키 군인들을 설득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살펴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십수 세기 전에 죽은 바돌로매의 순교 터를 왜 무장한 터키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기독교 성지나 유적지는 대부분 안전하고 문제 없는 지역에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 아주 예민한 곳에 있기도 한데, 대표적인 곳이 바돌로매 순교교회입니다. 위험 지역 내에 있는 성지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일어납니다. 첫째, 같은 나라지만 민족끼리 분쟁하는 곳입니다. 둘째, 국경 지대에 있어서 나라끼리 분쟁하는 곳입니다. 셋째, 종교가 달라 분쟁하는 곳입니다. 바돌로매 순교교회는 이런 이유들이 얽히고설킨 곳입니다. 터키 내에 있지만 크루드족과 분쟁하는 지역이고, 원래 아르메니아 땅이었으며, 아르메니아 기독교에서 국부(國父)처럼 떠받드는 바돌로매의 묘지가 있습니다. 또 근방에 이란이 있어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하기에 군인들이 지키는 것이 터키 입장에서 당연합니다.


윤석전 목사: 당시 바돌로매 순교 현장이 어떠했는지, 또 처절한 순교의 고통에도 복음을 전하려 했던 바돌로매의 심정이 어땠는지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을까요?


김선배 교수: 바돌로매가 순교한 교회 현장은 단순히 역사(歷史)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살아 외치는 복음 증거의 현장입니다. 바돌로매는 순교할 때 온몸에 매를 맞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살갗이 벗겨지는 핍박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바돌로매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지금도 우리가 따라가야 할 신앙 선배의 훈계이자 경고이고 가르침입니다.


윤석전 목사: 당시 선교 흔적을 살펴보면 빌립은 히에라볼리를, 바돌로매는 알팍을 선교지로 선택했습니다. 이처럼 동방 선교에 힘썼는데도 동방에서는 복음 전파가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서방에서는 복음 증거가 계속되어 유럽에서 미주 지역으로 퍼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도 서방으로 뻗어 나간 복음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동·서양의 복음 전파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선배 교수: 동방과 서방의 선교 불균형은 사도행전과 바울 서신 때문에 외견상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는 대단히 균형이 맞습니다. 예컨대, 예루살렘에서 북쪽 480km 지점에 이방 선교 전초 기지 안디옥이 있는데, 안디옥을 중심으로 볼 때 서방과 동방의 선교는 균형을 이룹니다.


바울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복음을 전했고, 서방으로 확장된 교회들은 소아시아 일곱 교회가 되었습니다. 동방 교회들은 성경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바돌로매 교회와 같이 땅 위에 기록됐습니다. 즉, 서쪽에 있는 소아시아 교회들은 성경에 기록되었고, 동방에 있는 교회들은 땅 위에 기록돼 우리에게 증거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시 서방인 그리스, 로마, 알렉산드리아는 문화 중심지여서 헬라의 문화, 로마의 정치, 도로 이 세가지를 통해 급속도로 복음이 퍼져 나갔습니다. 그런 반면, 동방에는 그런 문화적 배경이 약해서 기독교 확산도 더뎠습니다. 그런데도 바돌로매를 높이 살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당시 사람들 생각은 아르메니아 알팍 지역이 동방의 땅끝이었다는 점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오지에 복음을 들고 가서 말씀을 증거했던 바돌로매,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는 서방과 동방 세계 어느 곳이든지 복음에는 소외 지역이 없도록 만들고자 하셨음을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복음은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감사해서 이 사실을 몰라 죄로 멸망해 지옥 가는 영혼들을 살려야겠다는 예수님의 정신, 사도의 정신, 초대교회의 정신으로 전파된 성령의 역사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땅에 얽매인 육신의 정욕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이기고 승리하는 유일한 능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 피의 은총을 깊이 깨닫고 내 맘속에 감동돼 전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성령으로 불타는 절대적 구령의 열정을 갖는 것입니다. 이번 호에 바돌로매 순교 터와 교회를 둘러보면서 바돌로매의 목소리를 듣는 듯했습니다. 우리도 바돌로매와 같이 예수님의 제자로서 성령 충만해 예수님이 원하시는 생애로 구령의 열정을 불태우다가 이 세상 마지막에 주님을 뵙는 것이 영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5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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