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1-14 16:21:03 ]
로마 황제가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
계단식 온천 파묵칼레 요즘도 세계적 명소
헬라 문화의 중심지에서 복음 전하다 순교
전 세계로 복음을 확산하는 분기점 역할
윤석전 목사: 사도 빌립은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빌립의 전도 열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빌립이 어디서, 어떻게 복음을 증거하다 순교했는지 추적하다 보면 터키의 유명 관광지 히에라볼리에 다다릅니다. 빌립 순교 교회가 있는 히에라볼리로 가 보겠습니다.
라오디게아에서 북쪽으로 13km 달리면 333m 고지 히에라볼리(Hierapolis)에 도착한다. 비록 지진으로 파손되긴 했지만 A.D. 2세기 원형이 잘 보전된 거대한 원형극장은 이 도시가 로마 속주(屬州)였고, 화려한 관광 명소였다는 점을 말해 준다.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A.D. 76~138) 시절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이 원형극장은 1만5천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화려한 헬라 문화의 진수를 만끽했으나 A.D. 6세기에 발생한 잦은 지진 탓에 버려진 도시가 됐다. 원형극장 뒤편 언덕 꼭대기에 있는 사도 빌립 순교 교회를 보아도 당시 건축문화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화려한 건축문화를 낳은 세속 사회에 빌립이 복음을 전하다 순교하면서, 이 땅은 세계를 향한 복음 전파의 진앙지(震央地)가 됐다.
<사진설명> 히에라볼리(Hierapolis) 부근 지도.
<사진설명> 빌립 순교 교회 앞에서 윤석전 목사(왼쪽)와 전 침신대 총장 배국원 교수.
윤석전 목사: 수년 전, 히에라볼리 빌립 순교 터에 갔었습니다. 정말 그 현장에서 빌립의 숨소리를 듣고 싶었고, 수많은 영혼을 사랑해서 복음 증거하다가 순교한 빌립의 생애를 저도 따르고 싶었습니다. 이번 호에서 빌립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면서 빌립 생애를 재현하기를 원합니다. 빌립 순교 교회가 있는 히에라볼리는 어떤 도시인가요?
홍순화 교수: 히에라볼리는 에베소에서 동쪽으로 16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아래쪽 골짜기에 라오디게아 교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히에라볼리는 ‘거룩한 성’이라는 뜻이며 지금도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입니다. 온천과 함께 원예 산업이 발달해 꽃을 많이 재배했고, 양모(羊毛)를 이용해 만든 옷과 카펫도 주력 생산품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버가모 왕국의 유메네스 2세가 세웠고, B.C. 133년부터 로마 영토에 편입됐습니다. 로마 황제도 이곳에서 온천욕을 즐길 정도로 유명한 관광도시여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기에 빌립이 인적 많은 이곳에서 전도했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윤석전 목사: 히에라볼리는 성경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홍순화 교수: 히에라볼리는 신약성경 골로새서에 한 번 등장합니다. “그가 너희와 라오디게아에 있는 자들과 히에라볼리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많이 수고하는 것을 내가 증거하노라”(골4:13). 성경은 이 지역에서 바울의 동역자 에바브라(Epaphras)가 활동했다고 전합니다. 또 성경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사도 빌립이 전도하다 순교한 곳’이라는 전승이 있습니다. 즉, 바울 사도의 전도 지역이자 빌립 사도의 순교지라는 점이 이곳을 주요 지역으로 떠오르게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히에라볼리는 세계적 관광지이면서 기독교인에게는 하나님이 빌립을 사용해 강력히 복음을 전한 현장입니다. 관광지와 순교 터가 대조를 이루어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성경에는 예수님과 빌립의 관계가 어떻게 기록돼 있나요?
김선배 교수: 예수님과 빌립의 관계는 요한복음 곳곳에 나타납니다. 먼저, 예수님과 빌립의 첫 만남은 매우 유명합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좇으라”고 말씀하시자 빌립은 모세 예언의 성취자가 예수인 것을 알고 나다나엘과 함께 예수님을 좇습니다(요1:43~47). 둘째는 오병이어(五餠二魚) 현장에서 벌어집니다. 예수님께서 수많은 사람을 먹이려고 빌립에게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로 먹게 하겠느냐?”라고 물으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빌립이 어떤 대답을 할지 이미 아시고 그를 시험하려고 물으신 것이었습니다. 빌립은 예수님 질문의 요점에서 벗어나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요6:5~7)라고 믿음 없는 대답을 합니다. 당시 이백 데나리온(Denarius)은 노동자 한 명의 200일 품삯에 해당합니다. 셋째는 명절에 헬라인 몇 명이 찾아와 빌립에게 예수님을 만나게 해 달라(요12:20~21)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떠난다고 말씀하실 때, 빌립이 대담한 주장을 합니다. “아버지를 보여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요14:9)고 말씀하십니다. 성경 구절들을 보면 빌립은 대단히 결단력 있고, 계산이 빠르고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하는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영적으로 예수님에 대한 갈급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과 빌립의 관계가 요한복음에 아름답게 나타납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에는 빌립의 행적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유적과 문헌을 통해 빌립을 소개해 주세요.
김선배 교수: 사도행전 속 열두 제자의 명단 외에는 빌립의 활동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역사 자료나 전승(傳承)으로만 빌립의 행적을 알 수 있습니다. ‘빌립’이라는 이름이 헬라식이고, 헬라인들이 빌립에게 접근한 점을 볼 때, 빌립이 헬라 문화에 익숙한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에 자세히 언급한 것도 의미가 대단히 큽니다. 히에라볼리 극장의 감독이 ‘파피아스(Papias)’였는데, 그는 사도 요한의 제자였습니다. 빌립과 파피아스가 히에라볼리와 접점이 있었다는 사실 역시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라 생각합니다. 빌립이 뿌린 복음이 파피아스를 통해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히에라볼리 자체가 온천 휴양지였기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부유층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도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헬라 문화에 익숙한 빌립은 그 문화를 활용할 줄 알았기에 헬라 지역 중심이었던 히에라볼리가 그의 복음 확장의 전초 기지가 됐습니다.
윤석전 목사: 현재도 관광지로 유명한 파묵칼레에 빌립 순교 터가 있습니다. 빌립은 이곳에서 예수님을 뜨겁게 전하다가 순교했습니다. 대장관을 이루는 관광지, 파묵칼레를 살펴보겠습니다.
히에라볼리 남쪽에 사도 빌립이 복음을 전한 장소 ‘파묵칼레(Pamukkale)’가 있다. 하얀 목화송이를 떠올리게 하는 파묵칼레는 수백 년 동안 온천수가 흘러 전 세계인이 모이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그 덕분에 빌립은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윤석전 목사: 파묵칼레는 어떤 곳이며 성경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홍순화 교수: 간혹 히에라볼리와 파묵칼레 위치를 혼동합니다. 넓게는 그 지역 전체를 통틀어 파묵칼레라고 할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온천수가 흐르는 흰색 언덕이 파묵칼레고, 그 도시는 히에라볼리입니다. 파묵칼레는 현지어로 ‘목화의 성(城)’이라는 뜻입니다. 파묵칼레 경치가 하얀 목화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 그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곳 온천수는 심장병, 신경통, 소화기 질환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윤석전 목사: 오늘날에도 유럽과 미주지역 등 전 세계에서 휴양차 몰려드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파묵칼레, 그곳에는 예수를 믿지 않는 이방인이 많습니다. 빌립이 살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빌립이 이곳을 선교지로 선택한 이유와 그의 전도 사역을 정리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파묵칼레는 로마 황제가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였기에 시설과 보안 등 모든 면에서 최고급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1만5천 명을 수용했던 원형극장은 당시 그 도시 규모를 짐작케 합니다. 흔히 고대 도시의 인구는 극장 수용 인구의 10배 정도로 추산합니다. 즉, 파묵칼레는 인구 15만 명이 살고 있는 상당한 규모의 휴양지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빌립이 이곳을 전도 지역으로 선정했을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파묵칼레에는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빌립의 순교 교회 터가 있습니다. 빌립은 교회 성장에 어떤 역할을 했나요?
김선배 교수: 현재도 헬라 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는 파묵칼레에서 빌립이 순교했다는 점은 대단한 의미를 지닙니다. 당시 세계 역사에서 헬라 문화는 매우 자랑스러운 것이었고, 로마의 정치와 군사력은 대단히 훌륭했습니다. 그런 반면 나사렛 예수나 이스라엘 문화는 볼품없었습니다. 빌립은 화려하고 유명한 휴양지에서 초라하고 낮은 것을 전하다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히에라볼리를 중심으로 라오디게아나 골로새 지역에는 유대인이 많이 살았고, 또 전 세계 사람들이 휴양과 치료를 위해 물밀 듯 왔습니다. 이곳에 순교의 피를 뿌렸다는 사실은 전 세계로 복음을 확산하는 중요한 증폭 수단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빌립의 순교는 로마 도미티아누스(A.D. 51~96) 황제 때 일어났는데, 당시에 교회가 다 없어질까 염려할 정도로 박해가 폭풍의 회오리처럼 드셌습니다. 그런데도 교회가 없어지지 않고 현재까지도 정금처럼 빛나는 것은 파묵칼레에서 복음이 활화산처럼 번졌고, 빌립의 순교가 그 분기점이 됐기 때문입니다.
윤석전 목사: 죄로 죽어 지옥 갈 영혼의 사정을 불쌍히 여겨 복음을 전한 빌립이 예수님의 심정을 가지고 장렬히 순교했던 교회를 바라보면서 ‘지금 나는 무엇하고 있나?’ 돌아보았습니다. 예수 몰라 멸망하는 영혼이 하나도 없도록 전도 열정을 불태운다면 가장 보람된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터키편
위 글은 교회신문 <65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