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2-18 22:15:10 ]
초대 교인들 황제 숭배 거부해 믿음 지켰지만
일부는 혼음과 행음 부추긴 ‘발람의 교훈’과
우상숭배 정당화한 ‘니골라당 교훈’에 속아
이단사상에 빠진 채 교회의 순수성을 파괴
<사진설명> 버가모 교회. 교회의 건물은 원래 이집트의 신인 세라피스 신전이었다. 이집트신전이라 불리기도 하고 붉은 벽돌로 지어져서 붉은 궁전(The Red Hall)이라고도 한다. 비잔틴 시대에 버가모 교회로 사용되었다.
<사진설명> 버가모 근처 지도.
<사진설명> 윤석전 목사와 침신대 교수들이 버가모 교회 앞에서 ‘성서의 땅’을 촬영하면서 말씀을 나누고 있다.
윤석전 목사: 버가모는 우리 민족이 일제강점기에 겪은 신사참배와 같은 황제 숭배를 했던 도시였습니다. 유일신(唯一神) 하나님만 섬겨야 할 교회는 당연히 황제 숭배를 거부했습니다. 그 때문에 버가모 교회는 많은 핍박과 고통을 받았지만, 끝까지 믿음을 지켰다고 예수님께 칭찬받았습니다. 그런 반면 잘못된 이단 사상을 정당화하면서 우상을 섬기고 행음을 해서 책망 받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건강했던 버가모 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깝습니다. 버가모로 가 보겠습니다.
터키 서부 베르가마에 있는 버가모는 당시 그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에베소와 함께 로마 황제 숭배 도시로 선택된 버가모는 큰 번영을 누렸지만 이곳에서 하나님을 섬기던 버가모 교인들은 핍박의 대상이 되었다. 버가모 교회 건물은 본래 이집트의 신들을 섬기던 세라피스 신전이었으나 사도 요한이 교회로 사용했다. 그러나 버가모 교인들에게도 하나님께 책망받을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교인들이 이단 사상에 넘어간 것이다. 하나님은 니골라당의 교훈을 좇아간 교회에 엄중한 경고를 내리셨다.
윤석전 목사: 버가모 지리와 역사적 전통을 소개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터키 왼쪽에는 지중해가, 위쪽에는 흑해가 있습니다.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에 버가모는 제일 북쪽에 위치합니다. 에게해(Aegean Sea)에서 24km 떨어진 내륙에 자리해 적을 방어하기에 매우 좋은 위치라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여겼습니다. 동쪽 벌판에는 방어도시로 일부러 만든 두아디라가 버가모를 보호했습니다. 에게해 주변 지역에 가 보면 중요한 도시들은 일부러 내륙지방에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안 도시는 갑자기 쳐들어오는 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버가모는 두 강 사이에서 천연 요새 역할을 했기에 이곳을 로마가 중요하게 여겨 행정·정치 도시로 세웠습니다. 역사를 보면 이 도시는 알렉산더 대왕 때부터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리시마코스(Lysimachos)는 이곳을 요새로 세웠고, 그의 부하 필레타리우스(Philetarius)는 거점 도시로 사용했습니다. 그 때문에 이 지역은 버가모 왕국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특히 의학(醫學) 중심지로 유명했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이곳에서 일했고, 의과 대학과 병원을 세워서 행정·정치 중심지이자 의학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또 많은 신전을 세워 종교 중심지 역할도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지정학적으로 볼 때 버가모는 강력한 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두루 갖췄군요. 요한계시록을 보면 주님께서 버가모 교회를 칭찬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순화 교수: 성경은 버가모를 ‘사단의 권좌(權座)’ ‘사단의 위(位)’라고 표현합니다. 버가모는 신전이 많은 도시였습니다. 그중 제일 유명한 것이 제우스(Zeus) 신전이고, 이집트의 신을 섬기는 세라피스(Serapis) 신전도 이곳에 있었습니다. 의료 중심지였기에 의술의 신(神)인 아스클레피오스(Asklēpios) 신전도 있었습니다. 성경이 사단의 권좌라고 표현할 정도로 버가모는 신전이 많고 우상숭배가 극심한 곳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신앙생활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됩니다. 그래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믿음을 지켰다는 점에서 칭찬을 받은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성지순례를 가 보면 웅장한 신전들이 즐비하고 이방신이 득세한 곳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싸우면서 성장했을까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요한계시록 2장을 보면 버가모 교회가 “발람(Balaam)의 교훈을 지켰다”는 책망을 들었습니다. 발람의 교훈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박영철 교수: 발람의 교훈은 구약성경 민수기 22~24장과 요한계시록 2장 14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출애굽을 하여 가나안 땅으로 향하는 도중, 아말렉을 격파하고 모압 땅을 지나려 하자 모압의 왕 발락과 백성은 매우 두려워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말렉처럼 자기들도 초토화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발락 왕은 이스라엘의 접근을 막을 방책을 간구하다가 점술가 발람을 부릅니다. 민수기에 발락이 신하를 보내 발람을 매수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발람이 거절하지만 많은 재물과 권력까지 보장해 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모압 평야까지 와서 이스라엘을 향해서 저주하려 했으나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하는 일이 세 번 반복되자 발락 왕이 화를 내는 장면이 성경에 나옵니다.
그 후, 이스라엘이 미디안을 정복해 들어왔을 때 발람이 발락 왕에게 조언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을 미디안 여자들과 혼음과 행음을 하게 해서 저들의 정통성을 흐려 놓는 게 좋겠다.” 이것을 두고 발람의 교훈이라고 합니다.
윤석전 목사: 발락과 발람은 이름이 유사한데 어떤 관계인지, 그들이 처한 지리적 위치는 어떠한지 알려 주세요.
홍순화 교수: 발락과 발람은 혼동할 정도로 이름이 유사하지만 둘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발람의 고향 브돌(Pethor)은 시리아 제일 북쪽에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보면, 모압 왕 발락이 얼마나 이스라엘을 두려워했으면 그 먼 곳까지 뒤져서 발람을 찾아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발락이 발람에게 이스라엘 민족을 멀리서 보고 저주하도록 한 곳이 있는데, 성경에는 바못(Bamoth)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현재 요르단의 키르벳곤지야를 바못으로 추정하는데, 키르벳은 폐허라는 뜻입니다. 추정 지역에 가서 봤더니 느보산 꼭대기가 멀리 보이더군요. 그곳에 가서 발락과 발람이 저 멀리 이스라엘 민족의 움직임을 보며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 했다 생각하니 성경의 상황이 온몸에 와닿았습니다.
윤석전 목사: 우상을 섬기며 우상의 제물을 먹고 행음하면서도 회개할 줄 몰랐던 버가모 교회의 현장에 다시 가 보겠습니다.
주님의 칭찬과 책망을 함께 받은 버가모 교회. 지금은 붉은 벽돌이 무너져 내렸지만 아직도 웅장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충성된 증인 안디바가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교회에서도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우상을 숭배하고 음행 죄를 짓게 한 발람과 같은 니골라당의 교훈을 따라 교회의 순수성을 파괴했다. 이처럼 교인 일부가 이단 사상에 물들기도 했지만, 초대교회 버가모 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순교 정신으로 믿음을 지켰다.
윤석전 목사: 요한계시록을 보면 버가모 교회가 행음하고 우상숭배하고 우상의 제물을 먹는다고 책망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주님의 칭찬을 독점하던 버가모 교회가 이처럼 병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영철 교수: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첫째, 도시에 각종 신전이 있었기에 당시 그리스도인이 순전한 신앙인의 삶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 여겨집니다.
둘째, 니골라당의 교훈입니다. 에베소 교회처럼 버가모 교회도 결국 니골라당의 교훈이 발람의 교훈과 함께 교회를 심각한 문제에 빠지게 한 원인이라 하겠습니다.
니골라당에 관해 말씀 드리면, 당시를 주후 90년경으로 볼 때, 헬라 그리스에서 시작한 영지주의(靈知主義) 철학이 상당히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니골라당의 교훈은 발람의 가르침처럼 음행이나 우상숭배를 하고 우상숭배의 제물을 먹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정당화해 주는 교리였습니다. 영지주의는 “영(靈)은 선하고 육(肉)은 악하다. 그래서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영혼이 구원을 받은 것이다. 육은 어차피 악한 것이기 때문에 죄를 지었다고 해서 우리가 구원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죄를 지어도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논리적 귀결을 갖게 됩니다. 믿음이 깊지 않거나 옛 생활의 습관을 벗어 버리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것은 매혹적이고 달콤한 소리로 들렸을 것입니다. 발람의 교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해 주는 교리가 니골라당의 교리였는데, 이것이 버가모 교회에 전파되면서 급속히 병들고 넘어지는 원인이 됐다고 봅니다.
윤석전 목사: 버가모 교회가 병든 원인을 알아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버가모 교회가 현대 기독교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박영철 교수: 당시는 기독교 교리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니골라 같은 사람이 자기의 정통성을 주장하면 사람들이 믿고 따라가는 일이 꽤 있었습니다. 따라서 버가모 교회를 통해 우리가 깊이 배워야 할 메시지가 있다면, 올바르고 풍부한 성경 지식과 정통 신학 교리를 알고, 성령의 능력으로 무장해서 이단 사상이 우리의 신앙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윤석전 목사: 교회에 담임목사를 세운 이유는 목사를 통해 성경을 깨닫고 권면을 받으며 진리 안에서 바른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에게는 성경이라는 참된 진리가 있고 이단에 빠지지 않게 도우시는 성령의 인도함이 있습니다. 또 우리를 가르치고 인도하는 담임목사님에게 성경 말씀으로 교훈을 받고 신앙생활을 잘 해서 하늘나라에서 만나는 축복의 주인공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터키 편 (17)
위 글은 교회신문 <66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