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91)] 바울이 3차 전도여행 때 예루살렘 가는 길에 들른 ‘로도’섬

등록날짜 [ 2020-05-09 11:01:57 ]

터키 연안 지중해의 그리스 땅 작은 섬

선지자 아가보가 결박당한다고 예언했지만

자신에게 닥칠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복음 증거 사명 위해 예루살렘으로 달려가




바울도착기념교회. 린도스 항구 해변에 바울이 하룻밤 묵은 것을 기념해 1951년 세워진 교회다.



로도 섬 지도. 터키에서 불과 19km 떨어져 있는 지중해의 작은 섬이다. 에게해 대부분의 섬과 마찬가지로 터키에서 가깝지만 그리스 땅이다.



복원된 린도스 아테나 여신전. 과거 이 땅이 강력한 우상 숭배지였다는 점을 보여 준다. 



비잔틴 시대 세워진 교회 터 앞에 서 있는 윤석전 목사(왼쪽)와 이원희 목사.  


윤석전 목사: 성경 속 하나님이 쓰신 인물이 지나간 곳은 언제나 성지(聖地)가 됩니다. 그 이유는 거룩한 하나님께서 사용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 살펴볼 곳은 로도(Rhodes)섬입니다. 로도섬은 바울이 3차 전도여행 중 잠시 머무른 곳인데, 늘 순례자로 붐비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그곳으로 가 보겠습니다.


로도섬은 서구 문화의 선구자 그리스인의 주요 생활 터전이었던 에게해(Aegean Sea) 남동쪽에 있다. 순례팀은 로도섬 동쪽, 사도 바울이 하루를 머문 곳이라고 알려진 린도스(Lindos) 항구를 찾았다. 그리스의 정취를 자아내는 백색 집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조금 지나면 아크로폴리스(acropolis)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헬레니즘 양식으로 된 수많은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유적 터가 보인다. 아크로폴리스는 B.C. 10세기 도리안족(The Dorians)이 만들었고 그리스와 로마 비잔틴 시대를 거쳐 요새가 됐다. 이곳엔 좌우로 뻗어 나간 헬레니즘(Hellenism) 양식의 보도(步道), 상점 터, 로마 신전이 있다. 현재 복원된 아테나(Athena) 여신전은 이 땅이 강력한 우상 숭배지였다는 점을 보여 준다. 또 13세기 비잔틴 시대가 저물어 갈 무렵 세운 교회는 지금 일부 벽면만 남아 있어 사도 바울이 이 땅에 남긴 흔적을 알게 해 준다.


윤석전 목사: 로도 항구를 보면서 바울 사역의 뜻을 생각했습니다.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신약 성경에는 섬이 12곳 나오는데, 그중 밧모(Patmos)섬만 사도 요한과 관련 있고 나머지 섬은 모두 바울과 연결됩니다. 로도섬은 터키 본토에서 불과 19km 떨어져 있습니다. 바울은 3차 전도여행 때 이곳을 거쳐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크기는 제주도보다 약간 작습니다. 그리스의 가장 아름다운 섬을 말할 때, 산토리니섬(Santorini Island), 사모스(Samos)섬, 구브로(Cyprus)섬과 함께 로도섬을 꼽는데, 여름철만 되면 숙박시설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페르시아 때 잠깐 독립했지만, 그 이후로는 정복지였습니다. 또 B.C. 305년 로도스인이 마케도니아와 치른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세운 고대 7대 불가사의인 ‘콜로서스 거상(The colossus of rhodes)’이 있었는데 B.C. 224년 일어난 지진으로 붕괴돼 지금은 볼 수 없습니다.


윤석전 목사: 전 세계 관광객이 로도섬의 아름다움에 반해 모여들고, 바울이 거쳐 간 섬이기 때문에 성지를 찾아오는 순례객들로 늘 붐빕니다. 바울이 3차 전도여행 중 로도섬에 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원희 목사: 성경을 보면 “우리가 저희를 작별하고 행선(行船)하여 바로 고스로 가서 이튿날 로도에 이르러 거기서부터 바다라로 가서”(행21:1)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사도행전에는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 중 사건이 일어난 지역과 거쳐 갔다고 언급한 두 부류가 있는데, 로도섬은 바울이 거쳐 간 곳입니다. 그곳에 오늘날 ‘바울도착기념교회’를 세웠고, 바울의 복음을 기리는 섬이 됐습니다.


윤석전 목사: 어떤 이유로 바울이 로도섬에 왔는지 설명은 없지만, 바울이 들렀다는 이유로 영향을 받은 곳이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바울의 삶에서 특히 배우고 본받아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광수 교수: 사도행전을 보면 바울의 삶은 3차에 걸친 전도활동을 통해 표현됩니다. 그 속에 나타난 사도 바울의 모습은 한마디로 ‘투철한 사명을 받은 일꾼’이었습니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20:24)고 말할 만큼 바울은 무엇보다 복음 증거 사역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었습니다. 또 어떤 고난, 시련, 박해,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사명을 완수하려고 정면 돌파했고, 자기가 원하는 일보다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며 따라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바울이 복음 전도의 열정을 가진 것은 누가 떠밀거나 누구에게 이끌려서가 아닙니다. 죽음도, 매질도, 험한 산과 바다도, 이방인도, 유대인도 방해되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을 초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본받고 좇아야 할 점을 바울의 삶에서 알 수 있어 감사합니다. 바울이 예루살렘에 가기 전, 가이사랴(Caesarea)에서 아가보(Agabus)가 전한 예언의 내용을 말씀해 주세요.


김광수 교수: 바울은 로도를 지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관문인 가이사랴에 들어간 뒤, 성경에 나오는 일곱 집사 중 한 명인 빌립(Philip)의 집에 머뭅니다. 그런데 유대 지방에서 아가보라는 선지자가 내려와 바울의 앞길을 예언합니다. 아가보는 바울의 허리띠를 풀어 자신의 손과 발을 묶은 뒤, “성령이 말씀하시되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이 이같이 이 띠 임자를 결박하여 이방인의 손에 넘겨주리라 하거늘”(행21:11)이라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예언합니다.


윤석전 목사: 영혼 구원을 위해 복음 증거의 사명을 띠고 가는 바울의 발걸음은 아무도 제한할 수 없었고, 어떤 불가능도 방해할 수 없었습니다. 바울의 마음은 이미 예루살렘에 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바울과 같이 성취할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면 어떤 고통이 와도 이미 승리를 얻은 셈입니다.


순례팀은 아크로폴리스 아래로 내려가 린도스 항구로 향했다. 2000년 전에 사도 바울은 이 그림 같은 항구에 도착했다. 린도스 항구의 해변은 세계에서 몰려온 청춘남녀의 결혼식 장소로도 각광받는데, 항구 입구에 바울이 도착한 것을 기념해 1951년 세워진 바울도착기념교회가 결혼식장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바울은 린도스 항구로 들어와 이 땅에서 하루를 묵은 후, 3차 전도여행 길에 올랐고, 이곳은 은혜의 땅이 되었다.


윤석전 목사: 로도섬은 아름답기만 한 곳이 아니라 사도 바울이 ‘쓴잔’을 들고 도착하고 떠난 현장입니다. 린도스 항구는 어떤 곳인지 말씀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로도섬 북쪽에는 로도 항구, 남동쪽에는 린도스 항구가 있습니다. 린도스 항구는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아름다운 항구 옆에 벽 전체는 하얀 벽돌로, 위에는 빨간 벽돌로 채운 바울도착기념교회가 있는데, 자연 환경과 어울린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윤석전 목사: 아가보의 예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울은 예루살렘에 가기로 작정합니다. 그런 결단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광수 교수: 선지자 아가보가 바울이 결박과 환난을 받는다고 예언하자 동료들은 바울에게 예루살렘에 가지 말라고 말립니다. 그런데도 바울이 예루살렘에 반드시 가야만 했던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당시 마게도냐(Macedonia)와 아가야(Achaia)의 이방인 성도가 예루살렘의 가난한 유대인 성도를 도우려고 헌금했습니다. 고린도후서 9장에 보면, 바울이 헌금을 모으려고 노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헌금을 예루살렘에 전해 줘서 이방인과 유대인이 그리스도 안에 하나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신학적인 이유입니다. 바울 서신을 보면 바울이 전도할 때 사람들이 바울의 사도직을 의심하는데 그때마다 바울 스스로 변론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바울을 의심하는 사람은 대부분 유대 출신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자신이 예루살렘 교회로부터 사도직을 받아 이방인에게 전한 것이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점을 인정받고, 로마와 스페인으로 선교하러 가려는 목적을 띠고 예루살렘에 들어갔습니다.


윤석전 목사: 바울이 예루살렘에 도착한 뒤에 일어난 여러 사건은 바울의 선교 사역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김광수 교수: 예루살렘은 바울이 복음 전도를 시작하고 마감한 중요한 도시입니다. 성경을 보면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시작해 2700여km 떨어진 마게도냐 지방 북서쪽 일루리곤(Illyricum)까지 편만하게 복음을 전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롬15:19). 바울은 3차에 이르는 전도여행을 떠나 복음을 전한 후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전도 활동을 마감함과 동시에 예루살렘을 로마 등 서방 전도의 출발점으로 삼았기에 바울에게는 뜻깊은 장소입니다.


윤석전 목사: 사도 바울이 하룻밤 묵은 것 외에는 별다른 사건이 없는 로도섬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원희 목사: 로도섬은 사실 3차 전도여행 귀로에 들렀다는 기록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바울의 심정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서 중요한 곳으로 여깁니다.


윤석전 목사: 사도행전에서 바울이 부활의 주님을 만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김광수 교수: 사도행전에는 바울이 부활의 주님을 만난 체험이 세 번이나 기록됐습니다. 성경에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 어구, 문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바울은 부활의 주님을 직접 만나면서 신앙과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합니다. 바울이 주님을 깊이 깨닫고, 복음에 확신을 갖고 복음 전도의 사명과 열정과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출발점과 중심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윤석전 목사: 로도섬의 린도스 항구에 바울이 딱 하루 머물렀지만 그 속에는 하나님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아가보가 예루살렘에 가면 결박당한다고 그토록 애절하게 예언했지만 바울은 자기에게 닥칠 고난을 달게 받아들이리라 결단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복음의 사명을 완수하는 길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바울처럼 체면과 자아를 버리고 누구에게나 열심히 복음 증거하며 바울의 심정을 이어 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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