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6-06 10:56:37 ]
반석에 명해 물을 내라는 말씀에 불순종하고
반석을 두 번 내리친 므리바 물 사건의 교훈
자기 힘으로는 절대 천국에 못 간다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예표로 보여 주셔
윤석전 목사가 모세기념교회 유물 보관 천막 안에 들어가 모자이크 벽화를 살펴보고 있다.
느보산 주변 지도. 높이 835m 느보산은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남서쪽 방향에 있다. 산 정상 동쪽으로 모압 평지, 서쪽에는 요단강 계곡, 그 너머 맞은편에는 가나안 평지가 펼쳐진다. 아래쪽으로 사해가 있고 그 서쪽으로는 감람산과 여리고성이 있다.
윤석전 목사: 느보산(Mount Nebo)은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한 지 40년 만에 도착한 모압 평지에 있는 산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느보산에 올라 여리고 맞은편 비스가산 꼭대기에 이르라 명령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보여 주십니다(신34:1~4). 아마 모세는 무척 설렜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모세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고, 결국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진심 어린 축복을 한 후에 모압 땅에서 숨을 거둡니다. 느보산으로 가 보겠습니다.
요르단에 있는 기독교 도시 메드바(Medeba)에서 북서쪽으로 10km 가면 높이 835m 느보산에 이른다. 모세가 올랐던 비스가산 꼭대기에 서면 신명기에 기록된, 모세가 하나님께 말씀을 받은 모압 땅이 선명히 내려다보인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Johannes Paul Ⅱ, 1920~2005) 방문 기념비와 비잔틴 시대 외적 방어용 돌문으로 추측하는 거대한 바위가 있다. 하나님께서 이곳에 선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이 들어갈 땅을 세세히 보여 주셨지만, 모세는 갈 수 없다고 명하셨다.
윤석전 목사: 가나안 복지를 눈앞에 두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들어가지 못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이 잘 살길 바라면서 축복하고 숨을 거둘 때의 심정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합니다. 느보산의 위치와 특징을 소개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느보산은 성경에서 비스가산 혹은 아바림산이라 말해서 혼돈됩니다. 일반적으로 아바림산은 산맥으로, 느보산과 비스가산은 산맥의 봉우리로 이해하지만, 세 곳을 모두 봉우리로 봐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맑은 날에는 느보산에서 여리고와 사해의 북쪽, 예루살렘 일부를 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모세가 느보산에 올라가 이스라엘 최북단인 단(Dan)에서 최남단 브엘세바까지 이스라엘 전체를 바라봤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영적인 눈으로 더 멀리 봤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신34:1~3). 학자들이 느보산이라 주장했던 ▲키르벤 무카야트 ▲느보 성읍이 있는 곳 ▲모세기념교회가 있는 ‘시야가’ 이 세 곳 중에서 오늘날엔 시야가를 느보산이라고 봅니다.
윤석전 목사: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는 일을 느보산에서 마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형원 교수: 그 이유는 가데스 바네아에서 있던 사건과 연결됩니다. 광야에서 물이 없어 목말라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과 지도자 모세를 원망합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민20:8)고 하셨는데, 모세는 반석을 두 번 쳐서 물이 나오게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총회를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하시니라”(민20:12)고 꾸짖습니다. 모세 같은 위대한 지도자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는 준엄한 책임을 묻습니다. 아마도 모세는 지도자를 원망하는 백성에게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자기 나름대로 분노를 표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도자의 인내하지 못하는 마음은 하나님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하지 않는 것이며 하나님 앞에 거룩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결국 모세의 지도자 사역은 그런 이유로 느보산에서 끝이 나게 됩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온유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자랑하셨습니다(민12:1~7). ‘그 아름다운 이름을 끝까지 가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고, 한편 우리는 끝까지 온유하고 겸손해서 하나님 앞에 충성해야겠다고 결단하게 됩니다. 느보산에 올라가면 모압 평야가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건너편에는 앞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모압 사람들과 대결할 여리고 성과 아이 성이 포진해 있었는데, 진격을 앞둔 이스라엘 민족은 어떤 상태였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형원 교수: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하다가 모압 땅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이끌고 능수능란하게 하나님의 이적을 행한 노련한 지도자 모세가 느보산에서 죽습니다(신34:5~6). 지도자를 잃은 슬픔과 지도력의 부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큰 두려움이었습니다. 또 풋내기 지도자인 여호수아가 어떻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지 걱정되는데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와 함께하겠다 약속하고 격려하십니다(수1:7). 여호수아를 맞이하는 백성의 자세도 긍정적입니다. 여호수아가 ‘나의 지도력을 인정해 줄까?’ 하는 두려움 가운데 지파(支派) 족장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그들은 새 지도자에게 힘을 실어 줍니다(수1:16~18). 철저하게 여호수아를 신뢰한 족장들 덕분에 새로운 지도자의 영적 리더십과 여호수아를 따르는 추종자의 순종의 자세가 세워졌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이끌었습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의 역사와 섭리를 보이신 느보산으로 다시 가 보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전 머물렀던 모압 땅 비스가산에 모세 기념비와 모세기념교회가 있다. 모세기념교회는 6세기 바실리카(basilica, 로마시대의 법정이나 상업거래소·집회장으로 사용된 건물이며 교회건축 형식의 기조를 이루었다) 양식으로, 교회 내부에는 비잔틴 시대 교회 건축양식과 제단 구조를 알 수 있는 각종 유물이 있다. 모세가 이곳에 섰다는 믿음 덕분인지 교회는 세계 각지에서 온 순례자로 가득하다. ‘성서의 땅을 가다’ 팀의 성지순례 당시에는 교회 내부가 보수 중이라 유물 보관 천막 안에 둔 모자이크 벽화에서 느보산 일대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열왕기하 3장을 입증하는 모압왕 메사(Mesha)의 비석 탁본과 사람들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유물도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모세의 마지막을 담은 비스가산은 영원한 성지로 남아 있다.
윤석전 목사: 느보산 모세기념교회의 특징과 역사를 소개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성경의 사건이 일어난 곳에는 대부분 교회를 세웠습니다. 느보산에도 4세기경 기념교회를 세웠고, 2세기가 지난 6세기에 초대교회 형태의 바실리카로 재건했습니다. 이후 1932년 프란체스코 수도회에서 교회와 수도원을 복원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는 기념교회뿐만 아니라 로마시대 탑과 무덤, 비잔틴시대의 교회 터가 있고 모자이크, 헬라시대 비문(碑文) 등 많은 유적이 발굴됐습니다.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역사 속에서 느보산이 지닌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형원 교수: 느보산은 첫째, 이스라엘 백성이 지난 40년간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을 회고하게 한 곳입니다. 모세가 죽기 전 느보산에서 이스라엘 자손을 지파별로 축복할 때,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의 사건을 간간이 소개합니다(신33). 둘째, 이스라엘 백성이 눈앞에 펼쳐지는 요단강 건너 약속의 땅을 가슴에 품고 살게 한 곳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을 차지하며 완성되는 출애굽의 대역사를 이루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미래에 하나님께서 주실 약속의 땅을 바라보면서 좌절하지 말고 비전을 품고 살라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윤석전 목사: 모세의 무덤이 느보산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원희 교수: 성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다서에는 “천사장 미가엘이 모세의 시체에 대하여 마귀와 다투어 변론할 때에 감히 훼방하는 판결을 쓰지 못하고 다만 말하되 주께서 너를 꾸짖으시기를 원하노라 하였거늘”(유1:9)이라 기록했고, 신명기에는 “이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벧브올 맞은편 모압 땅에 있는 골짜기에 장사되었고 오늘까지 그 묘를 아는 자 없으니라”(신34:5~6)고 말합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지도자상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이형원 교수: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 보인 모세의 분노에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행하지 않은 불순종의 모습이 있습니다. 저는 ‘40년간 이스라엘 백성을 잘 이끌던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한 번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심하지 않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백성을 이끄는 상황에서 지도자가 말이나 표정 하나를 잘못하거나, 하나님의 명령대로 행하지 않을 때 백성에게 악영향을 끼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지도자는 항상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일반인과 달리 분노를 자제하는 인내와 포용과 온유의 모습을 끝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간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그들은 모세의 영도를 따라 수많은 이적과 능력 속에 지냈지만 때때로 우상숭배 하고, 하나님을 원망하고, 주를 시험해서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가차 없이 저주하고 책망하십니다. 자기 생각과 뜻이 앞서 혈기 내고 가나안 복지에 들어가지 못한 모세에게도 하나님 말씀대로 사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에게 어떤 고통과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하나님 말씀대로 살면 그 순간에 고통은 끝납니다. 광야에서 가나안 복지로 가는 길에 아름다운 승리를 이룬 이스라엘 백성처럼 천국 갈 때까지 하나님 말씀대로 살고, 오늘도 내일도 축복의 날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