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96)] 괴로움의 땅 아골 골짜기…우상을 불태운 기드론 골짜기

등록날짜 [ 2020-06-13 10:41:25 ]

여리고 성 전투에서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한

아간이 돌에 맞아 비참한 죽임을 당한 아골

우상 파괴하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잘못된 부분

바로잡아 예루살렘을 강력히 보호해 준 기드론



윤석전 목사(왼쪽)와 이원희 목사가 아골 골짜기에 올라 성서의 땅을 얘기하고 있다.


아골 골짜기 지도. 아골 골짜기로 추정되는 와디켈트와 여리고 남쪽 밋딘, 스가가, 닙산이 있는 엘 부케아. 엘 부케아 지역이 조금 더 신빙성이 있다.


예루살렘성 지도. 예수님 시대의 예루살렘 성.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진입할 때, 거대한 여리고(Jericho) 성이 그들을 가로막았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큰 성이 무너집니다. 그런 반면 여리고보다 훨씬 작은 아이(Ai) 성에서는 이스라엘이 참패를 당했습니다. 여리고 성 전쟁에 나갔던 아간의 부정한 행위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호에는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한 아간을 돌로 쳐서 죽였던 곳 아골 골짜기(The valley of Achor)로 가 보겠습니다.


순례팀은 히브리말로 ‘괴로움, 근심’이란 뜻을 가진 아골 골짜기로 가려고 유대 광야로 달렸다. 마침내 아골 골짜기에 있는 세 성읍 중에서 스가가(Secacah) 유적지에 닿았다. 아이 성 전투 참패의 원흉인 아간을 죽인 아골 골짜기에서 순례자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보통 ‘골짜기’ 하면 험악하고 가파른 지형을 떠올리는데, 아골 골짜기는 그저 시냇물이 흘러 이룬 작은 계곡에 불과하다. 스가가 유적지엔 요새와 건물 유적이 있고, 지금도 후기 철기시대와 로마 시대의 토기가 발견된다. 아골 골짜기는 하나님께 불순종한 자의 말로(末路)를 보여 주는 성경 역사의 시금석이 되었다.


윤석전 목사: 스가가 성 위에서 아골 골짜기를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가슴속에 ‘어떤 일이 있어도 하나님 앞에 부정한 일을 저지르면 안 되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아골 골짜기는 어떤 곳이며, 이곳을 ‘아골’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소개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아골 골짜기는 여리고 성을 점령할 때 죄를 지은 아간(Achan)의 이름을 딴 지명입니다. 현재 아골 골짜기로 추정하는 곳은 여리고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와디켈트(Wadi Qelt), 여리고 남쪽 밋딘, 스가가, 닙산이 있는 엘 부케아(el-Buqe’ah) 두 곳입니다. 저희가 방문한 곳은 조금 더 신빙성이 있는 엘 부케아 지역입니다.


윤석전 목사: 아골 골짜기 모습을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와디켈트는 험한 계곡이며 예수님이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의 배경이 되는 곳입니다. 그런 반면 엘 부케아는 별로 험하지 않은 야산(野山)입니다. ‘온 이스라엘이 아간을 돌로 쳐서 죽였다’(수7:25)는 성경 말씀에 근거하면 엘 부케아 지역을 아골 골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골 골짜기는 험하고 죽음이 연상되는 지형이라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범죄를 행한 아간이 죽은 장소라 근심과 괴로움이라는 뜻이 담겼습니다. 에스겔서 37장 1절에도 절망과 죽음의 땅, 황폐한 처소의 상징을 ‘골짜기’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와디켈트는 60만 대군이 모이기 힘들어 보였지만, 엘 부케아는 양쪽으로 2~3km에 달하는 산과 평지 같은 골짜기가 있어 이곳이 아골 골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녀간 사람이 흔치 않은데 기회가 되면 꼭 가 보고 싶습니다. 아골 골짜기에서 돌에 맞아 비참하게 죽은 아간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


이형원 교수: 여호수아 7장에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들어가 마주한 첫 성 여리고를 함락할 때, 하나님께서 전쟁에서 얻은 노획물을 절대 개인이 갖지 말고 여호와께 바치라고 명하십니다(수6:17~19). 이는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승리케 한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깨닫게 하고, 적을 물리치고 난 뒤 사적(私的)으로 노획물을 취하려다가 공동체가 파괴되는 비참한 결과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든 이스라엘 백성이 그 명령을 지켰지만, 아간은 노획한 물건 가운데 아름다운 외투 한 벌과 은 200세겔, 50세겔 중의 금덩이 하나를 훔쳐 자기 장막 안에 땅을 파고 묻어 둡니다(수7:21~22).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아이 성 전투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대패하고 난 뒤 왜 패배를 주셨는지를 묻는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 “백성 가운데 죄 있는 자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수7:6~15). 제비를 뽑아 보니 아간이었고, 결국 온 백성이 죄를 범한 아간을 돌로 쳐 죽입니다(수7:16~26).


윤석전 목사: 아골 골짜기는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교훈을 알려 주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아골 골짜기 남쪽 끝에 예루살렘에서 사해까지 이어지는 기드론 골짜기가 있습니다. 아골 골짜기 못지않게 성경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기드론(Kidron) 골짜기로 가 보겠습니다.


예루살렘 동쪽에 있는 기드론 골짜기는 구약시대 힌놈 골짜기(Hinnom Valley)와 함께 예루살렘의 방어 골짜기였다. 예루살렘 성전 밑에서부터 기드론 골짜기로 물이 흐르면 사해(死海)까지 들어갔다. 겨울철 일시적으로 쏟아지는 폭우 외엔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기드론 골짜기는 늘 메말랐고, 적은 양의 시내 또한 심하게 오염됐다. 그런데도 골짜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주변을 둘러싼 물오른 나무 때문이다. 일시적인 폭우의 파괴력은 쓰러진 나무나 파인 콘크리트 등에서 발견된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돼 오시던 예수께서 기드론 골짜기를 건넌 이후 이곳은 거룩한 땅이 됐다.


윤석전 목사: 기드론 골짜기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기드론 골짜기는 예루살렘에서 사해로 이어지는 32km나 되는 긴 골짜기이며 우기(雨期)에 물이 흐르는 와디(wadi, 사하라, 아라비아의 건조지역에 있는 간헐하천)입니다. 예루살렘에서 흐른 물은 사해 부근에서 스가가, 밋딘, 닙산이 있는 남쪽 지역과 만납니다. 성지순례에서 주로 감람산에서 눈물교회로 내려와 마지막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다 보면 기드론 골짜기가 나옵니다. 기드론 골짜기에 압살롬의 기둥, 헤실 가족의 무덤, 솔로몬이 대관식을 했던 기혼 샘, 실로암 못 유적 등이 남아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기드론 골짜기에서 일어난 성경 속 사건들이 궁금합니다.


이형원 교수: 먼저 기드론 골짜기는 우상을 버리는 곳이었습니다. 유다의 아사 왕(재위 B.C 911~870) 시대에 신앙개혁을 시도하면서 아세라 우상을 찍어서 기드론 시냇가에서 불살랐고(대하15:16), 요시야 왕(재위 B.C. 640~609) 시대에도 바알, 아세라, 하늘의 일월성신(日月星辰)을 섬기려고 만든 모든 물건을 여호와의 성전에서 꺼내 기드론 시냇가에서 불사르고 그 재를 벧엘로 가져갔습니다(왕하23:4). 히스기야 왕(재위 B.C. 728~687) 때도 제사장들이 성전을 깨끗하게 하면서 여호와 전에 있는 모든 더럽고 가증한 물건을 끌어내 기드론 골짜기로 가져갔습니다(대하29:16). 한편 다윗 왕이 자기 아들 압살롬의 반역을 피해서 유대광야로 도망갈 때 기드론 골짜기를 지나갔고(삼하15:23), 솔로몬 왕이 아버지 다윗 왕을 저주한 시므이를 예루살렘에 가두면서 “기드론 시내를 건너면 죽인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왕상2:37).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으로 기도하러 가실 때 기드론 시내를 건너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요18:1).


윤석전 목사: 기드론 골짜기와 예루살렘은 거리가 먼데도 많은 양의 물이 흘러간 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기드론 골짜기는 이스라엘에 어떤 역할을 했나요?

이원희 목사: 이스라엘 예루살렘은 힌놈 골짜기와 기드론 골짜기 사이에 있는 도시입니다. 기드론 골짜기는 예루살렘을 강력히 보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 히스기야 왕은 기드론 골짜기 아래에 있는 기혼 샘과 실로암 사이에 터널을 뚫고 골짜기 위에 성벽을 쌓아 샘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여 식수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왕하20:20).


윤석전 목사: 기드론 골짜기는 우상을 파괴하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현장입니다. 또 압살롬이 아버지 다윗 왕을 침공했을 때, 다윗이 기드론 골짜기를 건너 몸을 피한 역사는 하나님의 보호가 언제나 의와 선에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기드론 골짜기에서 흐른 물이 사해까지 흘러가 마지막을 고하는 모습처럼 우리도 하나님 앞에 잘못한 부분은 모조리 내던지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천국 가는 일에 대승리하길 바랍니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골짜기는 주로 어떤 곳을 말하나요?


이원희 목사: 성경 속 골짜기와 강은 현지 지형에 맞춰 이해해야 정확합니다. 우리는 보통 골짜기라 하면 좁고 험한 곳을 생각하는데 성경에서 말하는 골짜기는 산과 산 사이를 말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가 보면 험하고 거친 곳도 있지만, 넓거나 평평한 지역도 있습니다. 또 물이 귀해서 조금만 물이 흘러도 강이라고 표현했는데 도랑밖에 되지 않는 얍복도 강이라고 부릅니다.


윤석전 목사: 기드론 골짜기에 무덤이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형원 교수: 구약시대에는 예루살렘에 살던 사람들이 기드론 골짜기를 성(城)의 가장 끝부분 혹은 외곽으로 생각해서 시체를 많이 옮겨 놓았습니다. 신약시대에는 기드론 골짜기 맞은편 감람산에서 예수님이 승천하셨기에 죽은 자들이 부활할 것을 소망하면서 이곳에 무덤을 두었습니다.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 백성은 예루살렘에서 사해까지 흘러가는 기드론 골짜기에서 우상을 타파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했습니다. 이 많은 저주와 죄악을 사해까지 흘려 보낸다는 영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내 안에 어떤 잘못이나 죄가 있다면 즉시 예수 십자가의 피 공로 속에 죄를 내던지고 자유를 얻어야 합니다. 아골 골짜기의 아간과 기드론 골짜기를 기억하며 좋은 교훈을 얻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8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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