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99)] 침례 요한이 순교한 마케루스 요새…헤롯왕의 여름 궁전

등록날짜 [ 2020-07-04 10:44:01 ]

광야에 우뚝 솟은 해발 700m 천혜의 요새

“이분이 예수”라고 직접 말한 마지막 선지자

예수님은 요한을 “여자가 난 자 중 가장 큰 자”

백성과 왕의 잘못 회개하라 외치다 참수 당해


마케루스 위치 지도. 



헤롯의 여름 궁전 유적. 헤롯은 예부터 요새였던 마케루스에 여름 궁전을 지었다.



예루살렘에서 보이는 마케루스의 모습.  



마케루스에 서 있는 윤석전 목사.


윤석전 목사: 마지막 선지자 침례 요한은 예수님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많은 유대인에게 회개를 촉구하고 침례를 줍니다. 요한이 침례 터에서 예수님을 만났을 때, 하늘에서 음성이 들리며 성령이 비둘기같이 임했고 요한의 입에서는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1:29)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종사촌인 예수님께서 메시아라는 사실을 알고 요한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자가 난 자 중에 가장 큰 자”(마11:11)인 침례 요한, 그의 생애를 마감한 장소 마케루스(Machaerus)로 가 보겠습니다.


마케루스로 향하는 사해(死海) 동편에 척박한 광야가 펼쳐진다. 해발 400~1000m 구릉지에서 침례 요한은 이스라엘에 마지막 때가 왔다고 선포했다. 헤롯 대왕이 사해 지역을 통치하려고 해발 700여m 고지에 세운 여름 궁전인 마케루스 요새에서 침례 요한은 생을 마쳤다. 침례 요한이 투옥됐다고 알려진 곳으로 가는 길목에 형체가 뚜렷한 수로(水路)가 보이는데, 침례 요한이 갇힌 동굴에 물을 대는 용도였다. 건축의 귀재(鬼才) 헤롯은 수로를 이용해 고지로 물을 끌어올려 물 저장 창고를 채웠는데, 현재도 남아 있다. 평소에는 물을 저장하던 굴에 침례 요한은 참수를 당하기 직전까지 갇혀 있었다. 침례 요한의 죽음과 함께 마케루스는 선지자 시대의 종언(終焉)을 선포한 현장이 되었다.


윤석전 목사: 마케루스의 지형 특징을 소개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우리 기준으로 성지를 보면 성경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지역에는 4개의 특수한 지형이 있습니다. 해안가 지역은 평야 지대로 비옥하고, 동쪽은 유다 사막 지대가 가로막습니다. 사해까지는 요단 지구대가 있는데,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나온 것처럼 급격한 내리막길입니다. 마케루스는 요단강 동편 급격히 솟구치는 트란스요르단(Transjordan)에 있습니다. 사해와는 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사해는 해수면보다 390여m 낮은 반면, 마케루스는 해발 696m 정도입니다. 8km(20리)도 안 되는 거리의 고도가 1000m 가까이 차이 나는 것입니다. 또 성서 지도로 유명한 메드바에서 남서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마케루스가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헤롯이 사해가 내려다보이는 척박한 광야에 왕궁을 건설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순화 교수: 마케루스 같은 험한 지형에 요새와 궁전을 세운 이유는 요충지였기 때문입니다. 마케루스에는 하스모니안 왕조(Hasmonean, B.C. 142~63) 시절부터 요새가 있었습니다. 요새가 파괴되자 헤롯이 다시 건설했습니다. 산비탈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어 공격이 어려웠지만, 수로가 연결돼 물을 공급할 수 있었기에 요새와 여름 궁전으로 사용했습니다. 또 헤롯은 겁이 많아서 사람이 없는 전형적인 요새에 궁전을 지었고, 가까운 곳에 헤롯왕이 이용한 노천 온천이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마케루스는 침례 요한이 목숨을 잃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요?


박영철 교수: 침례 요한의 주된 메시지는 “회개하라”였습니다. 백성이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도록 회개하게 하는 것이 침례 요한의 사명이었습니다. 침례 요한이 회개하라고 외친 대상은 백성뿐만 아니라 국왕까지 포함했습니다. 당시 헤롯 안디바가 이복동생 헤롯 빌립 2세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아내로 취하는 불륜을 저질렀고, 침례 요한은 헤롯의 잘못을 지적하며 회개를 촉구합니다. 그러자 헤롯 안디바와 헤로디아가 분노하여 침례 요한을 마케루스에 1년 가까이 구금합니다(막6:17~20). 헤롯왕 생일에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춤을 추며 축하하자 기분이 좋아진 왕은 살로메에게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맹세합니다. 그때 살로메는 침례 요한의 머리를 달라고 요구했고, 헤롯왕은 자신의 명예를 걸고 한 약속을 지키려고 마케루스에서 침례 요한을 참수(斬首)합니다(마14:6~12).


윤석전 목사: 하나님이 보낸 선지자 침례 요한의 말을 주님의 목소리로 들었다면 회개했을 텐데, 오히려 하나님을 대적하고 선지자를 죽인 헤롯의 모습이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사해 동편 광야 700m 고지에 세운 천연 요새인 헤롯대왕의 여름 궁전. 넓이가 9000㎡에 이르는 유적지엔 초기 로마 시대의 요새, 수로, 목욕탕 등이 남아 있어 복원하고 있다. 지금도 위용을 과시하는 거대한 돌기둥과 석조계단은 궁전의 웅장한 규모를 능히 짐작케 한다. 왕은 수로를 이용해 지하 저장소로 물을 가득 끌어 올렸고, 사막의 찌는 무더위를 냉수로 식혔다. 헤롯은 궁전에서 열린 생일잔치에서 춤으로 자신을 기쁘게 한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의 요구로 침례 요한을 참수하라고 명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마케루스는 마지막 선지자의 마지막 때를 전하는 광야의 소리로 남아 있다.


윤석전 목사: 침례 요한에게 마케루스는 최후의 장소였습니다. 침례 요한은 죽기 전까지 어떤 삶을 살았나요?


홍순화 교수: 사람마다 삶의 자리와 주어진 사명이 다릅니다. 요한은 예수님의 앞길을 예비하는 사자(使者) 역할을 했습니다. 요한은 출생지인 유대 광야의 엔 케렘(Ein Kerem)과 주변 지역에서 외길을 걸으며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유대 광야는 예루살렘과 여리고 사이에 있어 교통이 좋았습니다. 요한이 예수님께 침례를 준 베다니(Bethany)와 그가 침례 활동을 한 애논(Aenon)이 모두 근처에 있습니다. 침례 요한은 예수님만 위해 예루살렘부터 유대 광야와 요단강 주위에서 외길 인생을 살다가 헤롯에게 미움을 받아 일생을 마칩니다.


윤석전 목사: 침례 요한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다 감당하고 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선지자인 침례 요한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요?


박영철 교수: 침례 요한은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길을 예비하고 예언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선지자라고 합니다. 특히 세상에 예수님이 오시는 것을 침례 요한이 직접 증거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 선지자들은 ‘오실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침례 요한은 ‘예수님이 약속된 메시아’라고 말해 다른 선지자와 뚜렷히 구분됩니다. 침례 요한의 사명은 자기 뒤에 오실 메시아를 사람들이 모실 수 있도록 회개를 촉구하는 것이었고, 왕에게 비윤리적 부도덕적 행동을 회개하라고 촉구하다가 죽음을 맞습니다. 그 모습에서 우리가 죽음을 불사하더라도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침례 요한의 삶을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확실한 방향을 잡게 돼 은혜가 됩니다. 다시 한번 우리의 사명과 신앙을 재점검합니다. 성지(聖地)에서 요르단이라는 나라가 중요한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많은 사람이 ‘성지’라고 하면 이스라엘에만 집중하는데 요르단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요르단에는 성경과 관련한 장소가 약 100곳 있습니다. 성경 시대는 지금처럼 나라 구분이 없어서 요르단까지 성지에 포함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증거로 이스라엘 민족이 지나간 출애굽 코스였고, 르우벤 지파, 갓 지파, 므낫세 반(半)지파가 살았습니다. 또 요르단을 알아야만 이스라엘 지역 전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성지에서 이스라엘 다음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윤석전 목사: 예수님께서 침례 요한을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라고 평가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영철 교수: 침례 요한의 생애와 사역을 보면, 구약에 나오는 수많은 선지자와 일꾼에 비해 초라합니다. 아브라함, 모세, 다윗과 같은 사람은 위대한 역사와 업적을 남겼는데도 예수님은 그들이 아닌 침례 요한을 두고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라고 일컬으셨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사람의 업적이 아니라 예수님과 관련성이기 때문입니다. 침례 요한은 예수님을 직접 만났고, 예수님을 ‘약속된 메시아’라고 선포했기에, 예수님께서 “여자가 낳은 자 중 가장 큰 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윤석전 목사: 이삭은 이 땅에 예언으로 태어났지만, 예언으로 살다가 죽은 삶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침례 요한은 예언으로 태어났고, 예언으로 살고, 예언으로 죽습니다. 예수님은 침례 요한을 두고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선지자는 ‘예수가 오실 것’이라고 했지만 침례 요한은 ‘이분이 예수’라고 직접 말했습니다. 침례 요한은 이 땅에서 예수를 소개하며 회개하라 외쳤고, 바른 소리만 전하다 목이 잘려 죽었습니다. 예수님도 이 땅에 오셔서 바른 소리, 하나님의 나라와 믿음을 전하다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인류를 구원하셨습니다. 복음과 의에는 많은 핍박이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요한의 생애와 같이 말씀으로 살다가 말씀대로 죽고 말씀대로 하나님의 나라에 가서 영원히 사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요한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8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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