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09-07 12:44:03 ]
베냐민 지파의 성읍 ‘엔로겔(En Rogel)’로 가려면 예루살렘의 ‘성전산’과 ‘감람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드론 골짜기(Kidron Valley)’를 먼저 지나야한다. 예루살렘 남부, 기드론 골짜기와 힌놈의 골짜기가 만나는 곳에 엔로겔이 있고, 엔로겔은 이스라엘 중앙 산악지대의 중요한 식수원이었다. 아랍인 마을에 있는 엔로겔 우물은 현재 ‘비르 아웁(Bir Ayyub)’이라 불리는데 우물 깊이는 38m다. 또 엔로겔 인근의 길목에는 열두 사도가 물을 마셨다는 샘인 ‘엔세메스(En Shemesh)’가 있다.
<사진설명> 엔로겔. 예루살렘에 있는 모스크 안뜰에 엔로겔 우물이 있다. 베냐민 지파와 유대 지파의 경계에 자리해 있고, 사해로 흘러가는 골짜기의 출구 지점에 우물을 만들었다.
<사진설명> 길가 아래에 있는 엔세메스 샘.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갈 때 이 샘에서 물을 마셨다고 여겨 15세기부터 샘의 이름을 ‘사도들의 샘’이라고 고쳐서 불렀다.
<사진설명> 엔로겔과 엔세메스 주변 지도. 엔세메스는 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지역에 있고, 여리고에서 베다니를 거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던 사람들이 엔세메스 옆을 지나면서 우물도 마시고 통행로로 사용했다.
윤석전 목사: 베냐민 지파와 유다 지파의 경계에 있는 엔로겔과 엔세메스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현지 아랍인들은 ‘엔로겔’을 ‘비르 아웁’이라고 부르는데 ‘욥의 우물(Well of Job)’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엔로겔은 베드로 통곡교회에서 내려다보이는 모스크 안뜰에 있고, 기혼 샘처럼 물이 많이 나오는 곳이 아닌 데다 현재 우물로도 사용하지 않으므로 베냐민 지파와 유대 지파의 경계인 중요한 샘인데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입니다.
엔세메스는 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지역에 있는 샘입니다. ‘베다니(Bethany)’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샘인데, 무척 많은 물이 나옵니다. ‘엔’은 ‘우물’이라는 뜻이고 ‘세메스’는 ‘태양’이라는 뜻으로 ‘태양의 우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엔세메스가 예루살렘보다 더 동쪽에 있으면서 예루살렘보다 햇빛을 더 일찍 받으니까 태양과 관련한 지명을 붙였으리라 추정합니다. 엔세메스는 성경시대 사람들이 다니던 도로였고, 여리고에서 베다니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때 사람들은 엔세메스 옆을 지나면서 우물도 마시고 통행로로 사용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물이 귀한 중동지역에서 작든 크든 샘이 있다는 것은 그곳 사람들의 생명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엔로겔에서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이형원 교수: 구약성경은 두 가지 사건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다윗 왕이 통치하는 동안 아들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압살롬의 부하들이 예루살렘과 왕궁을 한동안 점령하고 있을 때 다윗이 잠깐 피신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요나단과 아히마아스가 엔로겔 우물가에 있다가 계집종에게서 왕궁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얻어 왕에게 전해 주었습니다(삼하17:17~19).
또 하나 중요한 사건은 다윗 왕이 늙어 임종 직전에 있을 때 누가 왕이 될 것인지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다윗의 아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아도니야가 당연히 자기가 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엔로겔 우물가에 자기의 심복들과 다윗을 추종하던 요압 장군, 대제사장 아비아달 등을 불러 놓고 잔치를 벌입니다. 이제 다윗 왕은 죽고 내가 왕이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이었습니다(왕상1:5~10).
윤석전 목사: 엔세메스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와도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말씀해 주시겠어요.
홍순화 교수: 엔세메스는 여리고에서부터 베다니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옛날 도로였습니다. 그런데 15세기부터 이 지역 사람들은 샘의 이름을 ‘사도들의 샘’이라고 고쳐서 부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갈 때 이 샘에서 물을 마셨기 때문에 사도들이 물을 마신 샘이다”라며 ‘사도들의 샘’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그 지역에 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도들도 예루살렘 가는 길에 물을 마셨으리라 봅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의 행적을 기억하게 하는 전승이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엔세메스입니다.
윤석전 목사: 엔로겔과 엔세메스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영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형원 교수: 먼저 엔로겔에서 잔치를 벌인 아도니야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서열만 따지면서 교만하고 경솔하게 왕의 자리를 넘보던 아도니야는 결국 비참하게 죽고 마는데 우리들도 하나님 앞에 살아갈 때 교만해서는 안 되고 정치적 야욕이나 어떤 자리를 얻는 명예욕에 빠져 살아간다면 결과가 좋지 않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늘 생각하며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엔세메스에서 있었던 예수님 제자들의 사역을 보면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얼마나 충성된 자들인가 감탄합니다. 주를 위해 자기 삶의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 3년 동안 공생애 사역을 함께하고 예수님 전하는 일에 자기 삶을 드린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에 우리가 그와 버금가는 모습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윤석전 목사: 성경에 기록된 장소는 매우 오래되었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홍순화 교수: 가장 좋은 것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가’입니다. 많은 장소가 성경시대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확정할 수 있습니다. 이름만 같다고 무조건 확정 짓지는 않습니다. 성경시대 사람들이 살던 유적들을 찾아야 합니다. 또 유적이 없는 장소들은 성경에 나온 배경들을 살펴보면서 여러 가지로 종합해 보고 추정하면서 확정하고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다윗은 르바임 골짜기에서 블레셋과 전쟁할 때마다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나님은 정확히 대답해 주십니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순종할 때 어찌 전능하신 이가 돕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움직인다면 하나님께서 책임지실 것입니다.
또 중동의 건조한 기후에서 엔로겔과 엔세메스 샘은 그들의 생명이었습니다. 수가성 우물가에서 예수님은 내가 주는 물을 먹으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다는 생수를 주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죄에서 저주에서 사망에서 절망에서 죽으면 지옥 가야 할 모든 인간에게 생명의 구원의 샘이었습니다. 중동의 많은 사람이 엔로겔에서 목을 축여 살았던 것처럼 예수께서는 그의 피를 마시고 그의 살을 먹음으로 인류가 살아가는 중요한 양식과 샘이 되셨습니다. 베냐민 지파를 통해 얻은 모든 지식이 우리 삶에 실천이 되어 날마다 은혜를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위 글은 교회신문 <71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