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240·上)] 고통의 땅‘길르앗 야베스’

등록날짜 [ 2022-09-05 19:58:49 ]

‘암몬 족속’ 쳐들어왔을 때

사울 왕에게 구원받은 성읍

사사 시대 ‘미스바 총회’에

불참한 탓에 주민들 진멸해         



윤석전 목사: 이스라엘의 초대왕 사울은 하나님을 도전하면서 스스로 왕위에 도취해 교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를 폐하기로 결심하시고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왕으로 세웁니다. 이로 말미암아 시기와 질투에 휩싸인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군사를 풀어 쫓아다니는 모습은 가관이 아니었습니다. 사울이 저주받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후 장사된 곳이 바로 ‘길르앗 야베스(Jabesh Gilead)’입니다.


요르단(Jordan)의 수도 암만(Amman). 이곳은 구약성경 신명기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고대 근동의 주요 도시 중 하나다. 다윗도 이곳을 정복하고 ‘암몬(Ammon) 족속’을 지배했는데, 이곳 사람들은 일곱 신을 숭배해 그 신전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다.


오늘날 요르단 땅인 므낫세 지파의 영토에는 성읍 길르앗 야베스가 있다. 길르앗 야베스는 현재 두 곳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여러 고대 유적지가 남아있는 ‘텔 아부 알 카라즈(Tell Abu al-Kharaz)’다. 이곳에서 300m 떨어진 곳에 길르앗 야베스의 또 다른 추정지 ‘텔 엘 마클룹(Tell el-Maqlub)’이 있다.


사사 시대에 이스라엘 열한 지파가 베냐민 지파와 전쟁할 것을 미스바(Mizpah) 총회에서 결의했고, 당시 총회에 불참한 길르앗 야베스 주민들은 이스라엘 전체에 큰 분노를 샀다. 이곳은 사울 왕이 암몬 사람 나하스(Nahash)의 침략을 물리친 곳이기도 하다(삼상11:1~12).


<사진설명> 길르앗 야베스라고 추정하는 언덕들.  (위) 고대 유적지가 남아있는 ‘텔 아부 알 카라즈’와 (아래)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텔 엘 마클룹’의 모습. 성경은 이스라엘 열한 지파가 길르앗 야베스의 주민을 진멸한 사건과 사울 왕이 암몬 사람 나하스의 침략에서 이곳 주민을 구출한 사건 등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설명> 열두 지파가 차지한 영토와 ‘길르앗 야베스’ 주변 성읍들. 므낫세 지파의 성읍 중 하나인 길르앗 야베스는 그릿 시내에서 북쪽으로 5km 떨어진 곳에 있고, 요단강에서부터 동쪽으로 4km 떨어진 곳에 있다. 사울 왕은 길르앗 야베스의 백성을 구원하려고, 길르앗 야베스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져 있는 강 건너 ‘베섹’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비상 소집했다. 


윤석전 목사: 길르앗 야베스가 어디에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길르앗 야베스는 요단강(Jordan River) 옆에 있는, 해수면보다 100m 정도 낮은 요단 계곡에 있습니다. 그릿 시내(Kerith Ravine)에서 북쪽으로 5km 떨어진 곳에 있고, 요단강에서부터 동쪽으로 4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이 길르앗 야베스가 어디인지를 추정하다가 성경 시대의 마을 자리를 찾아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옆에 쌍둥이 같은 언덕(텔)이 있어서 학자들마다 두 언덕 중 어느 곳이 길르앗 야베스였는지 논쟁하곤 합니다. 현지 용어로 좀 높은 텔을 ‘텔 아부 알 카라즈’라고 하고, 약간 낮은 텔을 ‘텔 엘 마클룹’이라고 합니다.


사무엘상 11장을 보면 사울 왕은 길르앗 야베스의 백성을 구원하려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강 건너 베섹(Bezek)에 비상 소집했습니다. 길르앗 야베스에서 서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윤석전 목사: 구약 시대에 길르앗 야베스에서 발생한 성경 속 사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윤희 교수: 첫 사건은 사사 시대 때의 끔찍한 사건입니다. 한 레위인과 그의 첩이 기브아(Gibeah)에 들렀다가, 첩이 기브아 사람에게 욕보이고 결국 죽게 됩니다. 격분한 레위인이 첩의 시신을 열두 덩이로 나누어서 온 이스라엘 지파에게 보내 베냐민 지파에 속한 기브아 사람들의 악행을 알립니다(삿19:29). 의분에 찬 이스라엘 사람들이 미스바에 다 모여서 베냐민 지파에 대항해 전쟁을 일으키고(삿20:1), 그 결과 베냐민 사람들은 장정 600명만 남고 전멸하게 됩니다(삿20:46~47).


그제야 한 지파가 없어지는 것을 후회한 나머지 열한 지파는 남은 장정 600명에게 아내를 구해 주고자 모의하는데,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미스바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이번에는 길르앗 야베스로 쳐들어가서 그곳 주민들을 진멸합니다. 오직 처녀 400명만 살려서 데려다가 베냐민 지파의 남은 장정들에게 아내를 삼아줍니다(삿21:10~14). 사사 시대에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한(삿17:6) 전형적인 실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건은 사울 왕 시대 때 일입니다. 암몬 사람 나하스가 길르앗 야베스에 쳐들어와서 성을 포위한 후 길르앗 야베스 사람 모두가 오른쪽 눈을 빼면 조약을 맺겠다고 겁박합니다. 이 소식을 사울 왕이 듣고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을 구하러 갑니다. 밤새도록 달려와서 이튿날 새벽에 암몬 사람을 다 물리치고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냅니다(삼상11:11). 이 사건을 계기로 사울 왕은 왕권을 확립하고 많은 백성들의 충성심을 얻어냅니다.


윤석전 목사: 길르앗 야베스 주민들이 사울에게 은혜를 입게 되는데, 사울의 사후에 그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합니다.


김윤희 교수: 사무엘상 마지막 장을 보면 사울이 블레셋과 싸우다가 전사하게 되는데, 블레셋 사람들이 벧산(Beth Shan)에 있는 자기네 성벽에 사울의 시신을 매달아 조롱합니다. 그러자 과거에 은혜를 입은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울의 시신을 거두어 옵니다. 이후 시신을 화장한 후 뼈만 추려서 에셀나무(상수리나무) 아래 장사하고 7일 동안 금식했다고 합니다(삼상31:11~13). 사울의 몇 안 되는 잘한 일 중 하나가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을 구한 일인데, 그 일은 하나님의 신이 감동했기 때문이었습니다(삼상11:6). 사울이 그처럼 계속 성령 충만했더라면 좋았을 것이고, 우리도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처럼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겠습니다.


윤석전 목사: 사울이 사망한 마지막 전투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윤희 교수: 사울 왕의 죽음을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울은 이스라엘 초대 왕으로 대단한 명예를 얻었으나, 불순종한 왕의 대명사, 다윗을 죽이려고 쫓아다니다 인생을 낭비한 왕, 무당까지 찾아가는 영적인 악함을 보인 왕,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자살하여 죽은 왕 등. 여러 가지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붙는 인물입니다. 사울 왕의 죽음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다윗이 왕위에 오를 준비가 이루어진 셈이 된 것입니다.


또 사울 왕은 누가 본인을 왕으로 삼았는지를 간과한 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인생의 주인의 뜻을 거스른 왕입니다. 사울 왕을 보면서 우리는 누가 우리 인생의 주인인지, 누가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 누가 우리를 인도하는 분인지 그 뜻을 헤아려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윤석전 목사: 앞서 말씀하실 때 이스라엘 민족이 베냐민 지파를 거의 진멸하다시피 했다고 했는데요. 같은 민족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김윤희 교수: 이스라엘 백성에게 맡겨진 사명은 가나안 사람들을 진멸하라는 것이었는데, 역으로 동족을 진멸하는 일을 일으킵니다. 사사기의 저자는 올바른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왕이 없기 때문에 그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풀이합니다(삿21:25). 시대를 막론하고 좋은 지도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도 시대가 어려운 때일수록 좋은 정치 지도자들과 좋은 영적 지도자를 많이 달라고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 앞에 교만하고, 하나님이 세워주셨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망한다는 성경 말씀을 보면서 마음의 옷깃을 여밉니다. 므낫세 지파 땅의 중요한 강, 그릿 시내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계속>




위 글은 교회신문 <76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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