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11-10 15:49:35 ]
‘세겜’과 수가는 같은 장소로 추정
예수님은 경멸받던 사마리아 마을
직접 찾아가서 구원의 복음 전해
예수님 만나 참 자유 얻기를 소망
므낫세 지파의 성읍 세겜(Shechem). 그리심산(Mt. Gerizim)과 에발산(Mt. Ebal) 사이에 있는 이곳에 구약시대 ‘요셉의 무덤(Joseph’s Tomb)’이 있다. 요셉의 무덤에서 동쪽으로 약 500m 떨어진 곳에 ‘야곱의 우물(Jacob’s Well)’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그 위에 그리스 정교회가 세워져 있다. 사도 바울의 유럽 선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교회는 과거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던 시절에도 기독교 신앙을 보존해 왔고 현재에도 성경 시대의 많은 역사가 벽화로 남아 있다. 이 교회 지하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봉쇄되어 있어 직접 볼 수 없다. 믿음의 조상이 살던 이곳은 여전히 성경의 땅이다.
<사진설명> 세겜이라고 추정하는 ‘텔 발라타’ 전경. 지금은 ‘나블루스’라는 현대 도시가 세겜에 자리하고 있고,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난 ‘수가’도 세겜과 같은 지역이었다고 추정한다.
<사진설명> 요셉의 무덤. 그리심산과 에발산을 분리하는 계곡의 동쪽 입구에 있는 발라타 마을에 있다.
<사진설명> 세겜 주변 지도.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65km를 달리면 므낫세 지파의 성읍 세겜이 나온다. 도시 북쪽에 에발산이, 남쪽에 그리심산이 자리하고 있다. 세겜에서 북서쪽으로 12km 올라가면 북이스라엘 왕국의 수도가 있던 사마리아가 있다.
윤석전 목사: 므낫세 지파의 땅 세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먼저 북이스라엘 왕국의 수도가 있던 ‘사마리아(Samaria)’부터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주요 지명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사마리아에서 남동쪽으로 12km 정도 내려가면 세겜이 나오고, 세겜에서 다시 남쪽으로 48km 내려가면 예루살렘(Jerusalem)이 나옵니다. 세겜 동쪽에는 요단강(Jordan River)이 있는데, 세겜은 요단강에서 서쪽으로 25km 떨어진 산악지대에 있습니다.
세겜은 히브리어로 ‘목덜미(어깨)’라는 뜻입니다. 목의 양옆에 어깨가 있는 것처럼 세겜의 한쪽(북쪽)에는 에발산이, 그 맞은편(남쪽)에는 그리심산이 있습니다. 두 산의 높이가 거의 비슷해서 두 어깨 사이에 있는 목덜미 같은 곳이라며 세겜이라고 불렸습니다.
지금은 ‘나블루스(Nablus)’라는 현대 도시가 세겜에 자리하고 있는데, 고대의 세겜은 오늘날만큼 넓지 않았습니다. 고고학자들은 ‘텔 발라타(Tell Balata)’가 성경 시대의 세겜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지역은 안타깝게도 일반 성지 순례객은 거의 접근할 수 없고, 답사하는 사람들도 들어가기 어려운 곳입니다.
윤석전 목사: 야곱 시대에 세겜은 누구의 땅이었나요?
김윤희 교수: 그곳에 살던 ‘히위 족속(Hivites)’ 하몰(Hamor)의 땅이었습니다. 히위 족속은 노아의 아들 중 함의 아들인 ‘가나안(Canaan)’의 후손입니다(창10:15~18).
윤석전 목사: 야곱의 집안과 하몰의 집안 사이에 아주 불행한 사건이 세겜에서 일어났는데 설명해 주세요.
김윤희 교수: 세겜은 야곱의 딸 디나가 능욕을 당하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야곱의 아들들이 세겜 족속을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곳입니다. 성경에서는 디나를 ‘레아의 딸’이라고 소개합니다(창20:20~21). 디나는 세겜에 구경하러 나갔다가 추장 ‘세겜’에게 강간을 당합니다.
하지만 야곱은 가나안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 자기 딸이 불행한 일을 당했는데도 두려워서 침묵합니다. 반면 야곱의 아들들, 특히 레아의 자식들은 분개해서 “세겜 족속 모두가 할례를 받으면 디나를 아내로 주겠다”라고 거짓으로 말한 뒤 그들이 할례를 받아서 고통받는 사이에 시므온과 레위가 주동해서 세겜 족속 남자들을 죽입니다(창34:25). 이 사건을 통해 야곱과 레아 자식들 간의 사이를 보여 주고, 가나안 족속과 혼인을 절대적으로 금하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세겜 땅은 신약 시대에도 중요한 사건이 많이 발생했는데, 특히 요한복음 4장에 등장하는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 사이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홍순화 교수: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난 ‘수가(Sychar)’와 세겜이 같은 지역이었다고 많은 학자가 추정합니다. 구약 시대 도시였던 ‘텔 발라타’에서 500m 떨어진 곳에 교회가 하나 있는데 그 지역을 신약 시대의 수가로 보고 있습니다. 이 교회는 비잔틴 시대 때 세워졌다가 529년에 파괴되었습니다. 이어 십자군 시대인 1187년에 교회를 다시 세웠다가 파괴되었고, 1914년에 러시아 정교회를 다시 짓기 시작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해 중단된 상태입니다.
윤석전 목사: 예수님이 수가성 여인과 대화한 내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김윤희 교수: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을 찾아간 것은 여인을 비롯해 그 동네 사람들을 구원하시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러 가신 것입니다.
대화 내용을 정리해 보면 예수님이 전도하신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생수 대화에서 예수님은 그녀의 영적인 갈망을 자극하십니다. 그녀는 자기가 영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물 길러 나오는 것을 싫어해 예수님께 영원한 생수를 달라고 합니다(요4:15).
그렇게 마음 문을 연 다음 예수님이 구원의 핵심을 말씀하시는데, 여인은 어디서 예배해야 하냐며 화제를 돌립니다. 사마리아인들은 여기 그리심산에서 예배한다고 첨예한 문제를 말하지만, 예수님은 다시 핵심을 돌리셔서 예배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령과 진정으로 해야 한다(요4:23~24)고 핵심을 말씀하십니다. 성령 안에서 예배하고,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예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인이 그 복음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예수님이 전도에 성공하신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이 일을 보면서 누구든지 예수님을 만날 자격이 있고, 개인 양심이나 사회의 제제 탓에 자유가 없는 분들도 예수님을 만나 참 자유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전도여행 보내실 때 이방인의 길로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의 고을에도 가지 말고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고 하셨습니다(마10:5~6). 예수님께서는 왜 사마리아인의 고을에 가지 말라고 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윤희 교수: 예수님께서 복음의 대상을 제약하신 게 아니라, 유대인들에게 먼저 복음을 전해서 그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시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 복음을 거부한 다음부터는 예루살렘과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의 모든 이방인에게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우선순위를 유대인들에게 두신 것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윤석전 목사: 수가성 여인과 사마리아인들은 축복 받을 수 없고 이미 저주받은 백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곳에 찾아가서 그 여인 한 명에게 전도하고 깨닫게 하셨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씀 듣고 구원받기를 바라는 주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 속에 ‘내가 이런 큰 죄를 지었으니 하나님께 어찌 나아가랴’ 하는 좌절이 있는 분은 용기를 내십시오. 하나님은 여러분을 찾습니다. 그리심산에 있던 축복 받은 자, 수가성 여인처럼 주님을 만나 축복 받길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7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