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4-01-30 15:47:23 ]
하나님은 하란 떠나는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과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셔
두 가지 축복은 복의 근원 되겠다는
인류 구원의 큰 축복으로도 이어져
<사진설명> 하란의 전통 가옥. 고대 메소포타미아 땅의 교통 요지였던 하란에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이 정착했고, 하란에서 풍요를 누리던 아브라함은 이곳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 가나안을 향해 출발했다. 현재 하란은 터키 지역에 속해 있고, 시리아와 가장 근접한 국경지대에 있다.
<사진설명> 아브라함의 여정. 아브라함은 메소포타미아의 갈데아 우르에서 또 다른 문명도시 하란으로 이동해 살다가 하나님의 명령을 받아 가나안의 세겜까지 이동한다.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하란 땅을 떠난 아브라함의 믿음의 행진은 인류 구원의 길을 여는 대사건이었다.
<사진설명> 1980년대 이라크 정부에서 지구라트를 개축하기 전과 후의 비교 모습.
▶윤석전 목사: 하나님에게 부르심을 받은 이후 아브라함은 문명의 도시나 척박한 땅을 오르내리며 살았습니다. 이렇게 여러 경험을 하게 하신 아브라함의 여정과 하나님의 선택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권혁승 교수: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분명히 선택하셨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께서 왜 아브라함을 선택했는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습니다. 성경에 나와 있는 내용을 정리하면 아브라함은 노아의 세 아들 중 셈의 9대손이라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에게 선택받은 인물이지만, 아브라함은 두 가지 결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나이가 많은 75세라는 점이며, 또 하나는 그의 부인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아브라함의 나이가 많다는 것과 그의 아내가 불임이라는 사실만 놓고 보면 하나님 역사의 걸림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써 하나님의 선택은 아브라함이 잘났거나 무언가에 탁월했기 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을 선택하신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며, 하나님께서 주도적으로 끌고 가시겠다고 하는, 하나님의 계획이 우선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사실 아브라함의 나이와 아내의 불임이라는 상황을 보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최초로 불러 가나안으로 가게 했을 때의 약속이 희미해졌을 법도 합니다. 우리가 봐도 부르심의 여정에서 하나님의 약속이 왜 지켜지지 않느냐며 돌아설 만도 한데, 하나님의 약속을 끝까지 믿고 좇아간 아브라함을 보면 오늘날 우리도 ‘하나님의 약속은 믿고 끝까지 좇아가는 자의 몫’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유프라테스강(Euphrates River)은 ‘유브라데’라며 많이 등장하는데 티그리스강(Tigris River)은 나오지 않습니다. 혹시 성경 속 티그리스강은 다른 이름으로 나오나요?
▶홍순화 교수: 성경을 읽을 때 어려운 점이 성경 속 지명과 오늘날 지명이 다른 경우입니다. 그런데 창세기 2장 14절에 힛데겔(Hiddekel)이라는 강이 나오는데, 에덴동산에서 발원한 강 4개 중 하나인 힛데겔이 오늘날 티그리스강입니다. 힛데겔은 길이가 약 1800km나 되는 긴 강이며 유프라테스강과 함께 메소포타미아를 비옥하게 만들어 인류의 문명을 꽃피우게 했습니다.
▶윤석전 목사: 에덴동산에서 발원한 강으로 비손, 기혼, 힛데겔, 유브라데가 등장하는데(창2:11~14) 힛데겔이 1800km나 된다고 하면 에덴동산이 굉장히 넓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Ur of the Chal-deans)라는 문명의 도시에서 살았는데, 하나님께서 우르를 떠나라고 명령하셨다는 것은 하나님도 아브라함이 떠날 줄로 확신하고 그에게 명령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우르는 살기 좋은 도시였고 문명의 발상지였는데 하나님이 떠나라고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홍순화 교수: 우르에 가서 현장을 탐사하면 오늘날 우르는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폐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르에 있는 유명한 유적이 바로 지구라트(Ziggurat)입니다. 지구라트 주변은 산 하나 볼 수 없는 평지이며, 그 평지에 주전 2150년경에 세워진 지구라트의 밑부분이 나와 있어 발굴되었습니다. 지구라트는 진흙 벽돌로 만든 탑이며, 주변에 산이 없으니까 높은 곳에 신을 모시려고 인공 산처럼 탑을 쌓은 후 꼭대기 층 제일 좋은 곳에 신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후 세월이 한참 흘렀는데도 지구라트의 밑부분이 남아 있었고, 옛날 사람들은 그곳이 우르인지 모르고 그저 벽돌 사이마다 검은색 역청이 덮여 있어 ‘역청의 언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고고학자들이 더 연구해 그곳이 성경 시대의 우르라고 확정한 것입니다.
저는 지구라트가 있는 곳에 가서 집터 유적도 보았습니다. 주택가를 보았더니 웬만한 주택가가 오늘날 고급 주택보다 더 넓었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은 보통 천막을 치고 살다가 이동하곤 했는데, 그만큼 우르는 문명도시였던 것이지요.
또 우르에서 나온 유물은 대부분 런던에 있는 대영박물관에 있습니다. 거기에 가보면 아브라함보다 앞선 시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황금 투구와 황금 칼 그리고 여성들의 장신구가 지금 봐도 첨단일 만큼 화려했습니다.
그 모든 유적과 유물을 본 후 아브라함이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다는 것이 상당한 용기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경에 직접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우르는 그 당시 도시들처럼 우상을 섬기던 곳입니다. 하란도 바알 신을 섬기던 우상의 중심지입니다. 아브라함도 그 안에 살면서 그 지역 사람들과 우상을 섬기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후 여러 어려운 여정을 이어 갔지만, 우상숭배의 도시에서 나와 하나님만 따라갔습니다. 일신상의 편안을 버리고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도록 하려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떠날 것을 명령하신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이 살던 당시 우르는 우상숭배가 심한 곳이었습니다. 이제 아브라함은 삶의 전부를 뒤로한 채 하란으로 떠나게 됐고, 이후 하란에서 자리 잡고 살 만해지니 하나님께서 또다시 하란을 떠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하란을 떠나는 아브라함에게 굉장한 언약을 주셨습니다.
▶권혁승 교수: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셨을 때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갔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미래 비전입니다. 즉 하나님의 말씀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비전입니다. 아브라함도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따라갔고 그 비전에는 약속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약속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큰 민족이 되게 하겠다는 약속이며, 그 약속에는 이름을 창대하게 하겠다는 것이 포함됩니다. 둘째는 땅을 주시겠다는 약속이고, 셋째는 복의 근원이 되게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여기에서 첫째, 둘째 약속은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인 이스라엘에게 준 축복입니다. 자손 번성과 땅은 축복의 가장 중요한 내용입니다. 땅이 없는 민족은 의미가 없으며, 땅은 많은데 그 민족이 번성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의미가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게 큰 민족을 이루며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이 두 가지 약속은 단순히 축복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민족에게 복을 전해 주는 복의 근원이 되게 하겠다는 약속이 됩니다. 이후 출애굽기 19장에서는 제사장의 나라가 되게 하겠다는 말씀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그것이 곧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이기도 합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의 복은 복의 근원 속에 들어간 모든 사람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성도들도 어떤 불가능이나 고통이 있을 때 하나님이 말씀하신 언약의 말씀을 소유해 하나님의 큰 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계속>
위 글은 교회신문 <83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