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오시는 대로(大路)< 4·中>] 아브라함의 시련과 성숙

등록날짜 [ 2024-05-19 23:35:24 ]

하나님께서는 인격적·신앙적으로

더 성숙해지도록 시련 주시기도

아브라함은 척박한 땅에서 위기

맞지만 오직 하나님만 더 의지해



흉년이 든 가나안에서 가족을 이끌고 피신처로 찾아온 애굽 땅. 물이 풍부한 이곳은 나일강 문명이라고 불릴 만큼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왕들의 거대한 무덤처럼 당시 큰 세력을 이룬 이집트 왕은 가나안에서 피난 온 아브라함의 아내 사래를 궁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하나님이 도우셔서 아브라함은 아내도 되찾고 큰 부를 얻어 이집트 땅을 나온다. 위기를 겪었지만 아브라함은 당시 세계 최고의 문명과 만났다.


<사진설명> 이스라엘 브엘세바 남쪽, 네게브 사막에 있는 진 밸리(Zin Valley) 전경.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척박한 네게브 사막으로 이끄신 이유는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도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아브라함을 보시기 위함이었다.




<사진설명> 아브라함 당시 지도. 가나안 땅으로 부름받은 아브라함은 세겜과 벧엘을 지나 남쪽으로 이동해서 네게브에 이른다. 이후 가나안 땅에 기근이 찾아오자 아브라함은 애굽(이집트)으로 이주할 것을 결정하는데, 이는 하나님의 부름에 대한 역행이었다.




<사진설명> 오늘날 낙타를 탄 채 네게브 사막을 여행하는 모습.



▶윤석전 목사: 오늘도 마태복음의 족보를 통해 하나님께서 인류 구원의 역사를 어떻게 이루셨는지 탐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란(Haran)이 발전을 이룬 화려한 도시였다면 가나안 땅은 산지가 많고 광야가 많은 곳입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간 후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어떠한 믿음의 행동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권혁승 교수: 하란은 물이 풍부한 문명의 중심지입니다. 반면 가나안 땅은 주변에 사막이 널려 있고 산과 골짜기가 깊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명의 변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아브라함은 잘살려고 더 부요한 나라로 이민을 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逆)이민을 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셨을 때 잘사는 곳으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거주하기 더 어려운 지역으로 부르셨습니다. 이것은 훈련을 위한 부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격적으로, 신앙적으로 더 성숙해지도록 하나님께서 시련을 주기도 하시는데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훈련을 위한 부름을 받아 나아갔습니다.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행한 일은 여호와의 이름을 부른 것입니다(창12:8).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은 예배를 드렸다는 말인데,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에 와서 제일 먼저 예배를 올려 드렸습니다. 갈대아 우르(Ur of the Chaldeans)와 하란은 고향 땅이지만, 아브라함은 육적인 고향 땅을 버리고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 영적 고향을 만든 것입니다.


우리 신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예배입니다. 예배를 통해 육적인 고향이 아닌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영적인 고향을 다듬어 가고 더 아름답게 꾸며 가는 모습을 아브라함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문명의 도시 메소포타미아를 벗어나 척박한 가나안 땅에 갔으니 주님 없이 사람의 힘으로 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면서 하나님께 첫 예배를 올려 드린 것은 ‘이제 하나님만이 나를 이끌어 가시고, 하나님만이 내 생애의 전부입니다’라고 고백하며 하나님을 다시 한번 붙잡고 자기를 맡기는 예배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브라함이 세겜(Shechem)과 벧엘(Bethel)을 지나 남쪽으로 이동해서 네게브(Negev)에 이릅니다. 그 당시 네게브는 어떤 지역이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네겝’이라고 하는 곳은 성경에 ‘네겝’과 ‘네게브’ 그리고 ‘남방’ 등으로 번역되어 혼동을 많이 일으킵니다. ‘네겝’ 또는 ‘네게브’라 불리는 지명은 히브리어로 ‘마른 땅’이라는 뜻입니다. 


또 ‘남방’이라고도 번역되었는데, 성경에 남쪽을 가리키는 남방과 네게브를 뜻하는 남방은 각각 다릅니다. 예를 들어 “남방 시내들 같이 돌리소서”(시126:4)라는 말은 “네겝의 시내들처럼 돌리소서”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왜 네겝까지 아브라함을 이끄셨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땅은 ‘단(Dan)에서부터 브엘세바(Beersheba)까지’라며 말합니다. 북쪽은 단 지파가 살던 땅이고, 남쪽에서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만한 남방 한계선이 브엘세바입니다. 


그런데 이 네겝은 브엘세바 부근이며, 이쪽은 거의 사막 수준인 땅입니다. 연간 강수량을 따져 보면, 우리나라가 1년에 1500mm 정도 비가 와야 정상인데 이곳은 200mm 정도밖에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농사짓기가 거의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목초지로 그럭저럭 버텨 가는 곳입니다.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아브라함을 이끄신 이유는 척박한 땅에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아브라함을 보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물을 찾을 때도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게브가 중요한 이유는 애굽으로 가는 통로였습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리적으론 메마르고 험난하지만 여러 가지 깊은 뜻이 있어서 아브라함을 거친 네게브로 인도하셨습니다.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은 낯설고 피폐한 가나안으로 삶의 터전을 옮깁니다. 삶이 평탄치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에서도 부자가 가난해진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때로는 견디지 못해서 우울증에 걸리는 일도 벌어집니다. 아브라함 역시 정신적으로 환경적으로 시련을 겪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권혁승 교수: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왔을 때 제일 먼저 겪은 시련은 기근입니다. 저도 이스라엘에서 7년간 거주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이스라엘에는 정기적으로 기근이 옵니다. 몇 년 간격으로 기근이 찾아오면 갈릴리 바닷물 수위가 낮아졌다가 또다시 복구되기도 합니다.


평소 그 같은 환경에 살던 사람은 익숙해 있어서 기근이 와도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물가에 살던 아브라함은 견뎌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남쪽의 이집트로 이주할 것을 결정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부름에 대한 역행입니다.


그런데 애굽으로 가다 보니까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혹시 아리따운 아내를 빼앗으려고 사람들이 나를 죽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 사라와 상의해 “당신은 이제 내 아내가 아니라 내 누이라고 하자”라고 했습니다. 


애굽으로 가는 것은 하나님께 부름받은 가나안 땅을 버린 것이며, 아내를 누이라고 한 것은 사라에게서 낳을 후손에 대한 역행입니다. 아브라함 일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만난 것입니다. 기근을 피하려고 하다가 하나님이 약속하신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기에 빠집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또 그 모든 위기를 극복하게 해 주십니다.


▶윤석전 목사: 우리 인간은 신앙생활을 잘하다가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하나님이 계시면 이럴 수 있나요?’ 하고 원망하며 떠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게 닥친 위기가 곧 하나님을 찾을 때요, 더 부르짖어 기도할 때요,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때인데 그 기회를 놓치고 떠나는 것을 보며 아브라함을 떠올립니다. 위기가 있을 때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능력의 주님으로부터 문제를 해결받으려고 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떠나면 더 큰 위기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계속>



위 글은 교회신문 <84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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