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4-07-17 10:58:46 ]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 가질 수 없는
제한된 ‘이방 나그네’ 신분이었지만
아내 사라를 묻을 장지 구입하려고
헷 족속에게 헤브론 막벨라 굴 매입
땅을 주겠다는 약속 적극적으로 열어
브엘세바(Beersheba)에서 예루살렘(Jerusalem)이 있는 북쪽으로 향하면 헤브론(Hebron)이 나오며 이곳 헤브론에는 막벨라 굴(Cave of Machpelah)이 있다. 동굴 안에 또 다른 동굴이 있어 ‘이중의 동굴’이라는 뜻을 가진 막벨라 굴은 헤롯 시대의 것이며, 헤롯왕이 굴을 막아 웅장한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막벨라 굴에는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레아가 묻혀 있는데, 현재 아브라함과 사라의 무덤, 야곱과 레아의 무덤은 유대인이 관리하고, 이삭과 리브가의 무덤은 아랍인이 관리한다.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127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사라를 묻을 곳으로 매입한 것이 바로 막벨라 굴입니다. 아브라함의 가족 묘지라고 알려진 막벨라 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아브라함의 가족은 늘 이동을 했기 때문에 자기 땅이 없었으나, 가족들을 묻을 묘지가 필요해 헤브론에 가족 묘지를 구입합니다. 막벨라는 ‘이중의 동굴’이라는 뜻인데 동굴 속에 매장했다는 뜻입니다.
헤브론에는 고대 언덕 ‘텔 루메이다(Tel Rumeida)’가 있고 그 언덕 기슭에 막벨라가 있습니다. 이 막벨라는 헤롯 대왕이 중요한 곳이라고 여겨 굴을 막은 후 건물을 지었고 6세기 후반 비잔틴 시대에도 이곳에 교회를 지었습니다. 이후 교회 옆에 유대인 회당을 지었고 이슬람이 장악하면서 모스크로 바뀌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십자군이 이곳을 점령해 교회를 다시 지었고, 결국 맘루크(Mamluk) 왕조 시대가 되면서 유대인들은 오지 못하게 되면서 오늘날까지 이르렀습니다.
오늘날 막벨라 굴에는 가로 길이 59m, 세로 길이 33m, 높이 20m(아파트 7층 규모)인 큰 건물이 있습니다. 헤브론은 팔레스타인 땅이지만, 이곳에 유대인들도 살고 있어 분쟁이 자주 일어납니다. 성지순례 때 가기 어려운 곳 중 하나이며, 유대인과 아랍인도 마찰을 줄이려고 아브라함 부부와 야곱 부부의 무덤은 유대인이 관리하고, 이삭 부부의 무덤은 아랍인들이 관리합니다. 막벨라 굴에 가 보면 아랍인 관리 지역은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지만 유대인 지역은 때로는 방문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의 가족은 유목민처럼 이동하면서 살았지만, 묘지는 한곳에 있어야 해서 묘지 삼을 땅을 구입했습니다. 막벨라에 가족 묘지를 구입하는 일이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마지막 사역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혁승 교수: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고 약속하셨고, 또 이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삭을 낳게 하셔서 큰 민족을 이루리라는 통로가 열렸으나, 당시 아브라함은 또 다른 약속이 이뤄질 땅 한 평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내 사라가 죽자 아브라함은 사라의 무덤을 만들려고 헤브론에 있는 헷 족속에게 땅을 구입할 수 있도록 요청합니다. 처음에는 거절당하지만 집요하게 요청하자 헷 족속이 재판정 역할을 하는 성문 회의를 열어 막벨라 굴 구입을 공식적으로 허락합니다.
하나님께서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땅을 주실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통해 아브라함은 막벨라 굴을 구입했고, 여기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려는 아브라함의 적극적인 신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하나님 나라가 오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마11:12)이라는 말씀처럼 신앙의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막벨라 굴을 구입하면서 가나안에서 자기 땅을 소유하게 된 아브라함이 노년에 해야 할 과제는 아들 이삭을 장가 보내 그를 통해 믿음의 후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예수가 오시는 길을 만들어 내야 했는데 이것이 이삭의 아내를 구하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이삭의 아내를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합니다.
<사진설명>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영토. 아브라함은 단순히 가족 무덤을 마련하려고 헤브론 땅을 구입한 게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아브라함은 그 약속을 마냥 기다린 게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든 얻으려는 적극적인 믿음을 보였다.
▶권혁승 교수: 창세기 24장은 1절부터 67절까지 있어 창세기에서 가장 절수가 많습니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를 구하는 문제가 그만큼 중요했다는 것을 반증해 줍니다. 이삭의 아내를 택하기까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먼저 아브라함의 종이 아브라함에게 명령을 받아 대행하는데, 아브라함의 종은 신붓감을 순적하게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조건을 붙입니다. 어떤 여인을 만나서 물을 좀 달라고 요구하면 물을 줄 뿐만 아니라 선물을 싣고 간 낙타 열 필에게도 물을 다 먹여 주는 여자가 바로 하나님이 정해 준 신붓감이라는 조건입니다.
낙타는 물을 많이 마시는 동물로 유명합니다. 사막에서 생존하려고 물을 많이 저축해 놓는데 낙타 열 필에게 물을 다 먹인다는 것은 보통 여장부가 아닙니다. 아브라함의 종이 신붓감의 조건을 그 같이 정한 것은 이삭의 소극적인 성격 때문입니다. 훗날 이삭은 장자에게 축복할 때 에서를 선택하려고 하는데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에 조금 둔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리브가는 매우 적극적인 여자입니다. 소극적인 이삭을 보완해 줄 여자이며, 이는 돕는 배필(창2:18)의 중요한 조건입니다. 그 결과 리브가는 둘째 야곱이 예수님의 족보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서 62년 동안 살면서 자기 소유지를 전혀 갖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권혁승 교수: 아브라함은 대단한 부자였습니다. 부리는 종도 많았고 양이나 염소 같은 가축도 많이 소유했습니다. 단, 그는 땅을 소유하지 못해 늘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는데, 그 이유는 아브라함이 땅을 소유할 수 없는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23장 4절에 아브라함의 신분을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라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이방 나그네로서 가나안에서 살기는 해도 당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땅은 소유할 수 없는 제한된 신분이었습니다. 그것을 극복한 사건이 막벨라 굴을 구입한 사건이었습니다.
<사진설명> 막벨라 굴 내부. 유대교 회당에는 아브라함, 사라, 야곱, 레아의 기념무덤이 있다. 모스크에는 이삭과 리브가 무덤이 있다. (아래) 막벨라 굴로 향하는 지하구조. 현재 굴 입구는 콘크리트로 막혀 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은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정녕 네게로 돌아오리니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창18:9)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사라가 장막 뒤에서 웃었습니다. ‘나는 지금 이미 여자로서 생산의 능력을 상실했는데 무슨 아이입니까’라는 웃음입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사라야! 여호와께서 능치 못한 일이 있겠느냐”라고 다그치신 후 결국 그 약속 그대로 이삭을 생산하게 하셨습니다. 한 족보 한 족보를 거치면서 예수가 오시는 길을 맞이하면서 우리 평생에 예수님을 모시고 예수님을 만나는 재림의 길도 걷기를 바랍니다.
<사진설명>막벨라 굴 모습. BC 20년경 헤롯왕은 아브라함을 비롯해 믿음의 조상의 무덤이 있는 막벨라 굴을 막고 그 위에 가로 길이 56m, 세로 길이 33m, 높이 15m인 웅장한 건물을 세웠다. 막벨라 굴에는 사라가 묻힌 후 아브라함, 이삭, 리브가가 장사되고 그다음에 야곱과 레아가 묻힌 귀한 장소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85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