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5-05-07 15:41:50 ]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세워가려고 ‘시형제 제도’ 주셔
형제에게 대를 이어 과부도 보호
다말은 유다 가문의 후사 잇기를
열망하여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
<사진설명>성경 속 ‘거십(악십)’이라고 추정하는 텔 엘베이다 유적지. 유다가 가나안 여인과 결혼하여 거십에서 아들 셀라를 낳고, 이후 유다는 윤리적으로 큰 잘못을 저질렀으나 예수님의 조상으로서 족보에 오른다.
▶윤석전 목사: 유다는 큰아들 엘의 며느리로 다말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엘은 하나님 보시기에 악하여 일찍 죽음을 맞았고, 당시 시형제 결혼법에 따라 다말은 엘의 형제와 결혼하여 대를 이어 가야 합니다. 그런데 다말과 결혼한 둘째 아들 오난 역시 일찍 죽음을 맞습니다. 결국 막내아들 셀라를 다말과 혼인시켜야 하는데, 유다는 셀라의 나이가 아직 어리므로 다말에게 친정에 가서 수절하고 있으라고 합니다.
이후 셀라가 성장해도 다말을 부르지 않자, 다말은 유다 집안의 씨를 생산하려고 신분을 감춘 채 시아버지와 동침하여 대를 이어 갑니다. 윤리적으로 보면 큰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유다는 예수님의 조상으로서 족보에 버젓이 오릅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서 유다를 통해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로를 체험하고 주님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고대 성경 시대에는 죽은 남편 대신 그 형제가 후사를 잇게 하여 여인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법이 있었다. 유다의 며느리 다말은 시아버지와 동침하여 쌍둥이 아들인 세라와 베레스를 낳았고, 베레스는 예수님의 계보를 잇게 된다.
▶윤석전 목사: 유다가 가나안 여인과 결혼하여 아들 셀라를 낳은 곳이 ‘거십(Chezib)’입니다. ‘거십’이 어떤 곳인지 말씀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거십’이라고 하는 지명은 성경에 한 번(창38:5)밖에 나오지 않으며, 아둘람(Adulam) 부근에 있었던 곳이라고 추정합니다. 거십이 어디였는지 찾기 어렵지만, 고고학자들과 성서학자들 덕분에 정확한 장소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유다 지파의 영토에 많은 성읍이 있었는데 그 중 악십(Achzib)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악십은 갈멜산(Mount Carmel) 북쪽 해안에도 동일한 지명이 있고, 아둘람 부근에도 있습니다. 아둘람에서 서쪽으로 4km 정도 가면 ‘텔 엘베이다(Tell el-Beida)’라는 곳이 있고 이곳을 악십이라고 추정하며 거십과 동일한 지명이라고 봅니다. 여호수아 15장 44절에는 악십 옆에 나란히 기록된 성읍들이 있는데, 성경 그대로 거십 가까이에 그일라(Keilah)와 마레사(Mareshah)라는 성읍도 있습니다.
지난날 ‘텔 엘베이다’를 찾아갔을 때 그 부근에 완벽한 텔은 유일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텔에 올라갔더니 전형적인 집터들과 반드시 있어야 되는 저수조 그리고 동굴 한쪽 옆에 거주지도 있었습니다. 아주 예쁜 텔 엘베이다를 바라보면서 ‘아, 이곳이 바로 성경에 나와 있는 거십이며, 유다 지파의 성읍인 악십과 같은 곳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진설명>텔 엘베이다에서 나온 저수조 유적. 텔 엘베이다는 성경에 나와 있는 거십이며, 유다 지파의 성읍인 악십과 같은 곳이다. (오른쪽)거십 가까이에 마레사 성읍
▶윤석전 목사: 유다 당시에는 여자가 맏아들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못한 상태에서 남편이 죽으면, 그의 동생인 시동생과 결혼해서 가문의 대를 이어 갔습니다. 이 시형제 제도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 주세요.
▶권혁승 교수: 당시 여자는 자녀를 낳지 못하면 신분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 사회에서는 자녀를 낳아야만 어머니로서의 위치가 서게 되고, 자녀가 있어야 그 가문에서 위치가 설정됩니다. 그러므로 시형제 제도는 여성을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또 여자가 아들을 낳아야 가문이 이어지므로 시형제 제도는 가문이 끝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제도입니다. 동생을 통해서 대를 잇게 되지만, 형수와 결혼해서 낳을 첫아들은 명분이 형의 아들입니다. 형의 유산을 이어 가고 형의 이름도 이어 가게 합니다. 이어 둘째부터는 동생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처음 낳은 아들이 죽은 형의 명분을 이어 가게 하여 대를 잇게 하는 것이며, 동시에 형이 가지고 있던 재산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하나님이 물려주신 유산을 계속 이어 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위와 같은 명분을 이어 가도록, 또 이스라엘 공동체를 세워 가도록 하나님이 세우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전 목사: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자녀를 생산하지 못할 때 몸종인 하갈을 아브라함에게 들여보냅니다. 얼마 후 하갈이 이스마엘을 생산한 후부터 하갈과 이스마엘이 사라를 무시하는 모습을 봅니다. 여자가 자녀를 생산하고 대를 잇는 일이 그 시대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러나 사라가 이삭을 생산한 후부터는 몸종인 하갈과 이스마엘이 쫓겨날 만큼 그들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예수님의 족보론적으로 볼 때 대를 잇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예수님이 오시는 길을 여는 것이며, 시형제 제도에도 그 같은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당시 시형제 결혼제도가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의 위치가 취약했다는 것인데, 구약시대 여성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사진설명>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영토. 친정에 가 있던 다말은 시아버지 유다가 딤나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과부라는 신분을 숨긴 채 대를 잇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다. 이후 쌍둥이 아들인 세라와 베레스를 낳고, 베레스는 예수님의 계보를 잇게 된다.
▶권혁승 교수: 구약시대뿐 아니라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성의 권한이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여성 참정권이 부여된 것도 20세기 이후의 일입니다. 지금은 여성 상위 시대가 될 만큼 여권 신장이 강화됐는데, 구약시대는 그런 면에서 열악했다고 보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할 때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창세기 2장을 보면 ‘돕는 배필’(창2:18)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돕는 배필이란 인격적으로 ‘동등’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기능적으로는 ‘보완적’입니다.
그러므로 남자와 여자가 따로 있는 것은 불완전한 상태입니다. 둘이 인격적 동등성 안에서 기능을 서로 보완하는 사이라고 하는 것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남녀의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창세기 3장에서 범죄의 결과로 깨집니다. 여자가 주도해서 범죄에 빠지게 되고 남자가 따라오게 되는데, 그 결과 창세기 3장 16절에 “여자가 남편을 사모하게 되고 남편은 아내를 다스린다”는 말이 나옵니다. 인격적 동등성과 상호 보완적 관계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입니다.
그 결과가 신약에도 나오는데,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 중 하나가 기울어진 여권을 회복시키신 일입니다. 교회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2000년이 걸렸고, 그만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로 말미암은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다 당시의 시형제 제도는 불균형한 여권을 보완합니다. 여자가 남자와 결혼한 후 아이를 낳아야 어머니로서 지위를 갖고 그 집안에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지위를 가지지 못한 여성이 생길 때 시형제 제도를 통해 취약한 여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했습니다. 여성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마태복음 1장에 나오는 족보를 통해 예수가 오시는 길, 곧 인류 구원의 역사를 나타낸 섭리를 계속 은혜롭게 걸어가 보겠습니다. <계속>
예수가 오시는 대로<13회> 유튜브 영상 QR 코드
위 글은 교회신문 <89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