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낮 예배를 마치고 은혜 받은 모습으로 성도들과 담소를 나누며 나오는 김 성도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다. 다리가 불편한 김 성도는 기관모임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미 많은 성도들이 엘리베이터 양쪽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지만 이미 자모들과 건장한 아빠들까지 타고 있어 만원인데다 앞에 서 있던 청년들과 장년들이 먼저 타 버리고 엘리베이터는 문이 닫혔다. 이러기를 여러 번, 뒤에 남은 김 성도와 할머니들, 몸이 재빠르지 못한 사람들은 계속 기다려야만 했다.
뒤를 돌아보니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박 성도는 다른 성도들이 대성전을 다 빠져 나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인지 엘리베이터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은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오히려 빠르겠다며 옆에 있는 할머니를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양쪽 목발을 짚은 한 성도는 엘리베이터에 탈 엄두도 못 내고 엘리베이터를 그냥 지나치더니 성전 반바퀴를 돌아 램프(장애우를 위한 경사로)쪽으로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말씀을 통해 한껏 은혜를 받은 김 성도의 마음이 약간 불편해졌다. 모두가 바쁘기야 하겠지만 건강한 이들이 조금만 양보하고 계단을 사용한다면 훨씬 자유롭게 성전을 이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약간 서운함이 앞섰다.
한 발 앞선 연세인의 모습, 남을 위한 작은 배려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위 글은 교회신문 <10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