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김수정
달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다. 남들이 곤히 잠든 이른 새벽, 달동네 주민 대여섯 명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부지런히 많은 분량의 식사 준비를 해서 그것을 차에 실었다. 차 안에서 잠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고 출발한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전철역.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봉고차 뒷문을 열고 음식과 그릇을 내렸다. 한 곳에 식판을 쌓고 밥통과 반찬과 국을 제자리에 놓은 다음, 손이 기계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배식이 끝난다. 이날 준비해 온 밥은 300인 분량. 그것도 모자라서 다시 컵라면을 돌리고서야 이날의 일이 마무리됐다. 한 노숙자는 매일 그 시간에 그곳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시내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사람과 그 중국집 옆에서 노점상을 하는 몇 사람이 힘을 합쳐서 매일같이 이곳에 밥을 가져와 노숙자와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하는 일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그들은 이 시대의 선한 사마리아인 같다.
달동네에 사는 것으로 보아 그들이 결코 부자는 아닐 것이다. 평소에 가난 때문에 굶주려보았고,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기에 어려운 이웃을 돌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부자다.
우리는 전철역의 풍경처럼 가난하고 굶주린 채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영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12월 28일,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총력 전도주일'을 맞이하여 우리를 기다리는 영혼들을 위해 따뜻한 사랑을 실천해 보자.
위 글은 교회신문 <14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