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9-19 13:22:28 ]
사업과 교단 등으로 나누어 서로 권력 다툼 치열
‘영매(靈媒)’ 통해 사후에도 통치할 수 있게 만들어
문형진(30) 씨는 통일교 문선명 씨의 막내아들(7남)이다. 지난 4월 18일 문형진 씨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장에 취임하여 통일교 실질적인 책임자가 됐다. ‘포스트 문선명 시대 교단 주인공’으로 문형진 씨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더구나 지난 4월 18일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신학대학원에서 세계종교학을 전공한 문형진 씨가 지난해 말 통일교 본부교회(서울 용산구 소재 청파가정교회) 당회장을 맡은 지 채 1년도 안 된 시점이어서 문 교주가 자신의 후계구도 인선을 서둘러 마무리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문선명 교주 사후 형제와 가신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일찍부터 교주 생전에 후계구도 교통정리가 끝난 셈이다.
1960년, 40세이던 문선명 교주는 당시 17세인 한학자 씨와 결혼해 7남 7녀를 두었다. 그중 3명이 사망했는데, 일찍부터 문 교주 후계자로 주목받던 ‘참자녀’는 3남 문현진(39) 씨다(통일교에서는 문 교주 자식들을 ‘참자녀님’이라고 부르며, 직계가족은 ‘식구가정’ 내지는 ‘참가정’, 합동 결혼한 통일교신도는 ‘축복가정’이라 구분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대 MBA 과정을 마친 문현진 씨는 지난 2000년대 초반 통일교 대학생단체 ‘월드카프’(W-CARP) 세계회장으로 취임하여 자녀 중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전 세계 대학 캠퍼스에 ‘카프’를 확산할 선교사프로그램(MTF)을 개발.교육하는 등 강력한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현진 씨가 통일교 실질적인 대권을 잡은 것은 지난 2006년 4월 ‘통일그룹’(UCI) 세계회장으로 취임하면서다. 이로써 통일교 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사실상 문현진 씨를 중심축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앞으로 문현진 씨는 통일교 사업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현진 씨는 현재 오랫동안 통일교 실세로 활동하는 곽정환(72) 씨(선문학원이사장, 미국 UPI통신사 회장, 미국 워싱턴타임즈 회장,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세계회장) 딸 전숙 씨와 결혼해 자녀 8명을 두고 있다.
문현진 씨에 이어 통일그룹 한국회장으로 발탁된 문 교주의 ‘참자녀’는 4남 문국진(38) 씨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마이애미대학교 MBA 과정을 마친 문국진 씨는 지난 2006년 5월 세계일보 모재단인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이사장으로 취임, 이듬해인 2007년 7월 세계일보 부회장에 올랐다. 이후 제약이론, 식스시그마 같은 경영이론을 도입하고 적자 폭을 줄이려 명예퇴직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혁신적인 분위기 쇄신 중이다.
문 교주의 ‘참자녀님’들이 수면에 떠오르자 자동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쪽은 가신그룹이다. 문 교주의 3인방으로 불리던 박보희, 곽정환, 황선조 씨가 바로 그들. 과거 세계일보 사장, 국제승공연합회장, 금강산국제그룹 회장 등을 역임하며 문 교주의 ‘분신’으로까지 불렸던 박보희 씨는 대중국 투자사업에 실패하고 2004년 이후 사기 혐의로 법적 문제에 휘말려 완전히 추락했다. 현재는 자신의 딸이자 문 교주의 둘째 며느리인 문훈숙(본명 박훈숙) 씨가 단장으로 있는 유니버설발레단(구. 리틀엔젤스예술회관)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박보희 씨와 함께 문현진 씨 장인이기도 한 곽정환 씨는 최근 인사이동으로 가장 많은 실권을 잃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회장 자리를 문형진 씨에게, 세계일보 부회장 자리를 문국진 씨에게, 통일그룹 회장 자리를 문현진 씨에게, 평화통일가정당 총재 자리를 황선조 씨에게 각각 내줬다.
문 교주의 조카사위인 황선조(53) 씨는 오히려 위상이 올라간 상황이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회장 자리를 문형진 씨에게 내놨지만, 통일교가 최근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평화통일가정당 총재를 겸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황 씨는 (주)일상 회장으로, 현재 추진 중인 여수 화양지구개발사업 지휘권도 계속 유지하게 됐다.
<사진설명> 1984년 사망한 문 교주의 2남 문흥진 군과 박보희 씨의 장녀 문훈숙(본명 박훈숙) 씨가 영혼결혼식 하는 장면.
문 교주의 ‘참자녀님’들 가운데 누구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2남 故문흥진 씨다. 1984년 미국에서 고등학교 재학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문흥진 씨의 통일교 내 직함은 영계(靈界) 지도자, 즉 ‘영계총사령관’이다.
통일교 측이 밝힌 바로는 문흥진 씨는 현재 죽은 자들의 훈련소인 ‘영계수련소’에서 통일교 교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육계(肉界)’에서 교인으로 살지 않다가 죽은 영혼도 가족과 후손의 바람을 따라 그곳에서 수련받아 통일교인이 된다. 문선명은 자신이 죽어서 영계에 가서 할 일을 문흥진에게 먼저 하게 하였다고도 했다.
문흥진 씨는 현재 1989년 사망한 외할머니 故홍순애 씨와 함께 일체(一體)를 이루어 ‘영계’를 대표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영계에서 문흥진 씨와 일체를 이룬 홍 씨가 1995년부터 영계소식을 시시각각 ‘육계(肉界)’에 있는 참부모에게 전달하고 있는데, 이때 김효남이라는 살아 있는 여자 장로의 몸을 통해서 한다는 점이다. 김효남이라는 ‘영매(靈媒)’가 신도에게 영계소식을 전하고 있다.
‘참자녀님’이 급부상하는 틈바구니에서 이미 사망한 이들도 ‘다른 이의 육신을 빌어 재림하고 있다’는 통일교의 주장을 보면, 문선명 교주 사후(死後)에도 어떤 모양으로 문선명 교주의 통치가 계속될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포스트 문선명 시대’에도 ‘문 교주의 통일교’는 계속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30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