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믿고 따른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본주의적인 모든 작업을 무로 돌리고 새롭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시작하는 엄청난 변화입니다” 한국의 최고의 지성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74세의 나이에 크리스천이 되는 시점에서 고백한 말이다.
일세를 풍미한 문장가이기도 하며 철저한 인본주의자이기도 한 이 전 장관은 1970년대 ‘신과 인간’, ‘영성과 이성’등을 놓고 기독교계와 격렬한 논쟁을 펼쳤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최근 일본의 한 집회에서 회심을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껏 나는 이성의 힘, 지성의 힘으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지성과 영성, 그 문지방 위에 서 있다.” 지난 봄, 시력을 잃어가던 딸과 과잉행동장애로 고통 받던 외손주가 기적적으로 치유된 것을 계기로 그는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딸과 손주의 치유라는 기적 때문에 기독교인이 된 것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지성의 언어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그런 가운데 딸의 고통을 통해, 나의 해체가 왔다. 나의 지식과 힘이 딸을 구하지 못했다”라고 고백했다.
오늘날 ‘이성’이라는 한계 속에서 예수를 구세주로 알지 못하고 부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사도 중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사도 바울 역시 동일한 심정이었으리라.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빌립보서 3:7-9) 인간의 이성 속에는 구원은 없다. 점점 더 절대고독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영성만이 이성과 지성을 뛰어 넘는다. 그것이 인간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속에 묻혀있는 영성을 끄집어내는 것이 바로 복음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11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