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1-03 13:39:10 ]
얼마 전, 어느 인기 연예인이 수상소감에서 “저에게 있어 자랑할 만한 것은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의 피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라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종교를 밝히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사람들이 듣기 거북해하는 ‘피’ 이야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독교가 전파되던 초창기 시대 사람들은 ‘내 살을 받아먹으라, 내 피를 받아 마시라’라는 예수의 가르침 때문에 기독교인들을 식인종이나 흡혈귀로 여겼다고 합니다. 기독교는 왜 이렇게 강한 인상을 주는 ‘피’를 강조할까요?
“모든 생물은 그 피가 생명과 일체라... 모든 육체의 생명은 그 피인즉”(레17:14).
이처럼 성경에서 피는 곧 생명(生命)을 의미합니다. 생명이란, 생물들을 살게 하는 힘을 말합니다. 식물의 생명은 물에 있기에 수맥(水脈)을 찾아 땅 속 깊이 뿌리를 뻗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생명은 피에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은 식물과는 달리 복잡한 방식으로 피를 만들어 생명을 유지합니다. 피는 세포에 물과 영양분을 운반하여 체온을 유지해 주며, 세포가 내놓은 폐기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생명의 호흡’입니다.
즉 허파에서 온몸 구석구석 세포까지 산소를 운반하는 것이 바로 피입니다. 이처럼 피는 곧 생명이기에 하나님께서는 피를 먹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고기를 먹되 생명 되는 피 채 먹지 말라 그리하면 내가 반드시 너희 피 곧 너희 생명의 피를 찾으리라(창9:4~5)”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육신에 피가 필요하듯, 영적 존재인 인간의 영혼에는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의 피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죽으심으로 흘린 피는 곧 영원한 영적인 생명을 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생명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피로 하셨습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피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나님이 하신 피의 언약(言約)은 인간이 죄를 지으면서부터 시작합니다. 하나님께서 지극히 온전한 존재로 창조하신 아담과 하와가 뱀, 즉 사단에게 유혹받아 하나님과 인간의 언약을 상징하는 선악과를 먹어 죄를 범하게 됐고, 하나님과 관계가 깨지고 말았습니다.
즉시 그들의 눈이 밝아졌고, 자신들의 벗은 몸이 부끄러워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만들어 입고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숨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찾으셨고 그 일의 원인이 된 뱀을 비롯하여 아담과 하와에게 형벌을 내리셨습니다.
그때 죄를 지은 인간을 합법적인 사망의 세력으로 지배하게 된 뱀 곧 사단을 향해 하나님께서 내린 형벌 중에는 놀랍게도 인간을 향한 구원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라는 약속이었습니다(창3:17). 여자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실 것이라는 언약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그와 함께 하나님께서는 그 언약을 확증하고자 첫 번째 피의 제물을 준비하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창3:21).” 하나님께서는 죄를 범했기에 수치와 두려움에 떠는 아담과 하와를 위해 짐승을 잡으시고 그 가죽으로 남자와 여자를 덮어주신 것입니다.
그 짐승을 잡을 때 짐승의 생명인 피를 흘렸을 것입니다. 성경에 ‘피가 죄를 속(贖)하느니라’(레17:11)고 할 때 ‘속(贖)한다’는 말이 ‘덮는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최초의 인간이 지은 죄를 덮어준 첫 희생 제물인 짐승이 피를 흘렸다는 것은, 훗날 인간의 죄를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피, 즉 예수의 죽음으로 속죄(贖罪)할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다시 회복할 것임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7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