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랑부 - 낮은 자로 섬기며 사랑하길 원합니다

등록날짜 [ 2004-01-12 20:40:00 ]

“경희야, 시간 있으면 사회복지선교부 발달장애인 선교실 참사랑부 예배에 한 번 놀러 와 봐. 주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예배드리거든.”

2002년 봄, 친구가 내게 한 말이었다. 때마침 주일 오전에 받았던 성경 교육이 종강을 한 터라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사랑부 문을 열었다.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아이들, 소리 지르고 떼쓰며 우는 아이들, 방금 전 내가 머물렀던 곳과는 사뭇 다른 이곳의 정경에 나는 그만 아연실색해져 버렸다.

특히 아이와 성인이 같은 표정으로 뒤섞여 있는 이곳 참사랑부 예배실의 모습은 내겐 너무나 낯설었고, 마치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처럼 나를 거북하게 만들었다.
예배실 한 귀퉁이에서 난감해하고 있을 무렵 다행히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는 인사만 하고 급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오라고 해 놓고 이게 뭐야!’

섭섭한 마음에 그냥 나갈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바빠서 저러는 것이니 오늘만 어떻게 예배가 진행되는지 지켜보리라 마음을 먹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경희 자매, 충성하러 왔구나!”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나를 제일 앞자리로 이끄시는 김수현 발달장애인 선교 실장님! 이어지는 율동과 찬양... 어색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와는 상관없이 어느새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학생들. 그들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청년회 내에서 나의 소속과 직분으로 인해서 참사랑부 보조교사 직분을 병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편집실 차장으로서 매주일 오전에 있는 직분자 기도모임과 차장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특수분야의 충성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런 이유들로 망설였지만 나는 뭔지 모를 이끌림에 다시 참사랑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지금, 강물보다 더 빨리 흐르는 시간만큼이나 난 어느새 이들의 순수함에 동화되고 있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반갑게 인사하는 안양에서부터 오는 자연이
“엄마 시골 갔어요!” 응석 부리는 진옥이.
“난 축구 선수 박지성이 최고로 좋아요! 선생님 축구 꼭- 보세요.”
박지성의 열렬한 팬 휘수.
내 관심을 독점하고 싶어 하는 소영이.
비록 말은 어눌해도 항상 진실함이 묻어 나오는 은희.
“선생님,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저 김두한이에요!” 호남아 영기.
“선생님, 헌금이요~”
정성스럽게 예물을 준비하는 보라.

내가 섬기는 학생들은 모두들 여느 주일학교 학생들과 다름이 없이 순수하고 예쁘다. 다만 이들의 키와 나이가 나와 같거나 조금 넘친다는 것밖에는....

참사랑부 청년반 학생들은 노오란 프리지아처럼 순결하고 순진한 마음을 간직한 아름다운 영혼들이다. 혼탁한 물질문명에 중독 되고 세상 문화에 타락한 20대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눈부시도록 해맑은 마음이 이들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참사랑부에서 예배를 드리며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연민의 정이 앞섰던 것이 이전의 나의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이들도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우리의 귀한 지체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요즘의 내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우선 되어야 하며, 사회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해 오해받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우리 비장애인들이 참사랑부와 같은 봉사와 사랑의 모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참사랑부 예배를 통해 내가 얻은 깨달음이다.

사회복지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낮은 자로 섬기며 행함으로 사랑하길 원합니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난 이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소용돌이치는 뭉클함을 느낀다.
우선 나를 온전한 모습으로 이 땅에 태어나게 하시고 구속의 은혜를 베풀어주신 주님이 너무도 감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포기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던 소외된 이웃들과 그들 부모형제의 슬픈 눈물, 그것을 보며 어쩌면 내가 겪어야 했을 아픔을 그들이 대신 겪는 것은 아닐까하는 죄스러운 감정이 몰려오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말씀하시고, 죄와 질병과 육신적 정신적 장애로 고통당하는 이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시며 사랑을 실천해 보여주신 예수님처럼 나의 작은 손길과 간절한 기도가 이들의 육신과 영혼에 새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진정 감사드리고 있다. 그리고 “낮은 자로 섬기며 행함으로 사랑하길 원합니다.”라고 주님께 고백해본다.

오늘도 전화를 걸어 참사랑부 청년반 지체들의 씩씩한 목소리를 듣는다. “선생님 따라 기도해요”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참사랑부 친구들. 난 그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5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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