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05-24 09:01:32 ]
자기를 사랑하면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도 생겨
한국 부모들의 자식 사랑과 지독한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높은 교육열은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 되어 허리가 휠 지경이지만, 부모들은 자식의 성공에 목을 매고 평생을 바쳐 자식을 후원한다. 하지만 아이를 무조건 닦달하고,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잘못된 부모의 태도는 아이를 병들게 하고 잠재력을 억압할 수도 있다. 너무 일찍부터 아이에게 일방적인 목표를 정해주고, 그 길로 가도록 강요한다면 아이는 수동적으로 부모의 요구를 수용할 뿐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며, 바람직한 방법은 무엇인가? 현대 발달심리학에서 중시하는 개념의 하나인 ‘자아존중감’(self-esteem, 이하 자존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자존감이야말로 아이의 성장기는 물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회적 성공을 가져오는 열쇠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이다.
자존감이 높아야 사회성도 좋다
심리학자들의 실험과 연구에 따르면, 아동들은 대체로 생후 24개월부터 자아에 대한 자각이 생기면서 자아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느낌을 갖게 된다. 자아형성기에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친밀하고, 세상에 대한 신뢰가 큰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이것이 자존감의 요체가 된다. 쉽게 말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고 자신이 남들로부터 사랑 받을 만하다고 느끼며, 어떤 일을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성취욕과 도전정신이 강하고,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 또한 자신의 자아상에 긍지를 갖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이 생겨 타인을 쉽게 수용하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읽으며 소통을 잘하는데 이러한 것이 원만한 사회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사회적 관계는 성공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리더십도 탁월한데 자신의 자아상이 긍정적이고, 매사를 낙관적으로 보면서 본인이 앞장서려고 하는 추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높은 자존감을 가진 아이들은 신체만족도, 자아상, 정서적 공감, 리더십, 성취도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앞선다고 한다.
그런데 자존감은 흔히 말하는 자존심이나 자만심과는 다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자존심은 보통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려는 방어심리로 많이 나타나고, 자만심은 구체적 근거 없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헛된 믿음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긍정적 측면을 보고, 관용하는 마음이 많지만 자존심이나 자만심이 강한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경우가 많고 대인관계에 예민하다. 결정적인 차이는 자존감은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고, 능력을 발휘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인 자아효능감에 기초하고 있지만, 자존심은 그런 토대가 부족한 것이다. 자존감은 보통 학령기 연령인 7~12세에 형성되지만, 고정된 것은 아니고 계속해서 바뀌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별히 자존감의 기본은 유아기에 형성되기에 초등학교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며, 이 시기 많은 경험을 쌓게 해주고 자존감을 고무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자존감이 모든 행동의 방향을 좌우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존감의 전형, 선지자 엘리사
성경에 성공한 많은 인물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자존감이 높은데 특별히 그 전형으로 선지자 엘리사를 들 수 있다. 엘리사는 스승인 엘리야보다 많은 이적을 행하였으며, 요아스 왕 시대까지 살면서 이스라엘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은 큰 인물이다. 성경에 단편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엘리사의 행적과 말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자존감이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엘리야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승천하기 위해 길을 떠날 때 엘리사는 스승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를 요단강까지 따라간다. 마지막으로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원하는 바를 물었을 때 엘리사는 “당신의 영감이 갑절이나 내게 있기를 구하나이다”(왕하2:9~10)라고 대답했다. 엘리사의 이 말만 들으면 그가 대단히 배짱이 좋거나 좀 뻔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스승의 뒤를 이어 자신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지 사명을 알고 있었고, 또한 자신이 그럴 만한 자격과 능력이 있다는 것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요단으로 오기 전 두 차례나 선지자의 생도들이 엘리사에게 엘리야를 그만 좇으라고 말하자 자신도 생각이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 그것이다.
엘리사의 태도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행동과 일치하는데 그 많은 생도 중에서 스스로 후계자로 생각한 믿음이나 마음의 준비가 남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이상적 자아, 즉 자신이 되고 싶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그런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차이가 작을수록 높기 마련인데 엘리사는 자신의 원대로 스승보다 두 배나 많은 능력과 이적을 행하게 된다. 또한 엘리사는 이스라엘을 침략한 모압 족속을 기도와 이적으로 물리치고, 나아만 장군의 문둥병을 고치는 등 많은 사역을 감당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했는데 이 또한 자존감의 지표인 관계지수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높다는 증거이다.
예컨대 엘리사는 죽은 제자의 부인과 두 아이의 생계를 외면하지 않고 책임져주었을 뿐 아니라, 포로로 잡은 아람군대를 이스라엘 왕이 다 죽이려 하자 오히려 이를 만류하고 음식을 먹인 후 돌려보내 다시는 이스라엘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지킨다는 확신과 자신이 있는 한 정치지도자를 올바로 견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선지자로 선택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어야 하겠지만 엘리사 자신의 그릇도 그에 합당했던 것이다. 이처럼 아이를 엘리사처럼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처럼 자존감을 북돋아 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존감을 높여야 할까? 다음호에서는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계속>
위 글은 교회신문 <19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