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12-15 11:08:36 ]
지난 11월 30일 사상자 30여 명이 발생한 서울 강남 건물 화재사고로 중태에 빠진 40대 여성이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이 여성은 주소정 씨(42세)로, 사건 당일 평소처럼 오전 5시 20분께 일어나 삼성동 사무실로 출근했다. 부동산 관련 회사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던 주 씨는 오후 4시쯤 일을 마치고 동료의 잡무를 도와주다 변을 당했다. 불이 난 건물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구출됐으나 중태였다. 인공호흡기로 버텨온 지 16일째. 뇌사에 빠진 주 씨의 가족은 큰 결심을 했다.
“평소에 남을 잘 도와주던 아이였으니 다른 이에게 장기를 나눠 준다면 기뻐하지 않을까.” 고인의 어머니 공기자(67) 씨는 그것이 평소 딸이 그렇게 원하던 이웃을 돕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했다. “딸을 가슴에 묻지만, 딸이 다른 사람의 눈이 되고 간이 되어줄 때 그분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랍니다.” 발인예배를 드리는 공 씨는 딸을 그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주 씨는 자신이 가진 것으로 죽어가는 이웃을 살리고 아름다운 생을 마쳤다.
성탄트리 점등의 의미
지난 12월 4일 서울광장 앞에는 성탄트리가 불을 밝혔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한국교회의 사랑 나눔이 불을 밝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널리 알리고 있다. 성탄트리 점화는 온누리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그리스도인들의 다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수 복음과 함께 이웃 사랑을 위한 따뜻한 정성과 관심도 아울러 전해주어야 한다.
연일 방송에서는 연말 이웃돕기 성금 온도계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보도한다. 유달리 치명적인 장애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금유용 사건은 사람들의 마음에 빗장을 걸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나눔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려울 때일수록 더 나누어 온 것이 우리들의 정서다. 여유로울 때만 나누는 것은 진정한 나눔이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며 십시일반으로 서로 돕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 11년 동안 모은 동전을 자신보다 못한 이웃들을 위해 써 달라며 선뜻 내놓은 충북 괴산군 60대 남성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몸이 아파 이제는 농사조차 포기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무엇인가 보람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때부터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다.
교통비로 쓰고 남은 동전이나 각종 물건을 구입하고 거슬러 받은 동전 등을 부인과 함께 도자기 저금통에 넣기 시작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하면서도 이 씨 부부가 동전 하나 헛되이 쓰지 않고 11년 동안 알뜰살뜰 모은 동전은 모두 40만 4960원에 달했다.
이 씨는 “작은 정성이지만 불우이웃을 위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하다”며 “11년 동안 함께 했던 도자기 저금통을 면사무소에서 맡아 불우이웃 모금함으로 쓴다고 하니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나눔은 어려울 때일수록 값져
나눔에는 돈으로 게산할 수 없는 유익과 부요가 있다. 연말이면 언제나 이웃사랑 실천을 강조한다. 이웃 사랑 실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영원한 행복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돌보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나눔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 값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생리적 조직체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셨다. 나누고 보살피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의무임을 잊지 말자.
위 글은 교회신문 <22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