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5-11 14:03:10 ]
아버지, 저 아들 성훈입니다.
어릴 때 어버이날 학교에서 편지를 써본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아버지께 편지를 씁니다.
아버지, 제가 어느새 스물일곱 살 청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그동안 한 번도 저를 이렇게 늠름한 청년으로 키워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그동안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냐고 제대로 감사의 표현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편지로나마 감사하는 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요사이 아버지 주무실 때 가만히 아버지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주름살과 흰 머리카락이 부쩍 많이 늘었어요. ‘누나와 저를 키우시면서 고생하신 흔적이구나’ 싶은 생각에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식 뒷바라지하시느라 고생하시는 아버지께 무엇 하나 잘해 드린 것이 없어 조용히 주름살과 흰 머리카락만 세다가 방을 나왔습니다.
아버지,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우리 가족에게 어려웠던 시절도 참 많았지요. 하지만 그 어려움을 다 넘기고 지금은 옛이야기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우리 가족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그때 이모님이 저를 전도해서 연세중앙교회에 왔고 예수님을 만났어요. 그때부터 예수님이 저와 늘 함께해주셔서 어려움 속에서도 잘못된 길로 가지 않고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제가 언젠가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한 적이 있어요. “하나님, 제가 당신의 사랑을 깊이 깨달을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말이에요.
그때, 하나님께서는 제게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과 함께 저와 누나를 위해서 무겁고 큰 물건을 지고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겹쳐서 보여주셨어요. 그리고 또 큰 고통 중에도 묵묵히 채찍에 맞으시는 예수님의 모습과 함께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저와 누나 생각하며 모진 고통을 감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여주셨어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저는 하나님의 사랑에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에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예수 안에 있는 이 생명과 기쁨을 함께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글로 다 표현할 수 없고, 하나님을 직접 눈으로 보여 드릴 수는 없지만, 제 삶 속에서 저를 만나주시고, 말씀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을 아버지도 꼭 만나고 그 사랑 안에 행복하게 사시는 것이 저의 진정한 소망입니다.
아버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제게 대학원에 가서 공부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대학원 공부 잘 마치고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부모님 사랑이 헛되지 않은 아들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아버지, 다시 한 번 당신의 생애를 다 바쳐 저를 키워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아버지를 사랑해요. 앞으로도 꼭 효도하는 자식이 되어 아버지를 기쁘시게 해 드릴게요.
/아빠를 사랑하는 아들 성훈 올림
위 글은 교회신문 <240호> 기사입니다.